시민기자 변영숙
최근에 지인이 참가한 민화전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구민회관인가 하는 데서 진행하는 문화학교에서 1년 남짓 배운 연습생들의 작품전이라 큰 기대 없이 다녀온 전시였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내 생애 처음으로 다녀온 ‘민화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화’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장르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시민기자 변영숙
이렇듯 흔하지 않은 민화전 <민화 세계에서 날다>전이 포천 아트밸리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들은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유물전 전시회는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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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내내 닫혀 있던 아트밸리의 교육전시센터의 문이 열린 것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다. 교육전시센터는 모두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2층은 사무 공간 등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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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니 대형 민화들이 전시관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림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놀랐고 전시관에 관람객이 한 명도 없어서 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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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인 작품들은 병풍 형태가 많았다. 산과 나무를 그린 작품들도 있고, 한자를 가득 써넣은 그림도 있었다. 솔직히 썩 흥미롭지는 않았으나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전시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고 했던가. 천천히 둘러보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화조도, 산수도, 어해도, 문자도와 같은 그림의 제목들이 흥미로운데, 민화는 보통 그림의 오브제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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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는 말 그대로 꽃과 새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인데, 민화에 나타나는 새는 반드시 암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신성시하고 그 속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과 새를 그려 방 안을 장식했다. 화조도는 부귀와 장수, 시험 합격, 백년가약 등 길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민화에 꽃과 새 그림이 많은 이유가 이제야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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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물고기를 그린 그림은 어떤가. 민화에는 붕어, 잉어, 송사리 메기 가오리, 조개, 게, 새우 등 다양한 어류가 등장한다. 민화에서 해초와 꽃나무 사이에서 유유자적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해탈의 경지를 표현한다고 하며, 다복, 다산, 과거 급제 등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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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한자를 소재로 한 문자도나 산수도 흔했는데 사대부가나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특히 문자도로 제작된 병풍 하나쯤은 제사용으로 하나씩 구비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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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책가도도 흥미를 끌었다. 책가도는 주로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 등을 그린 그림이다. 정조 때 궁중에서 시작되어 후기로 오면서 책가는 빠지고 다복의 상징으로 수박, 오이, 참회, 석류, 가지 등 씨가 있는 식물들을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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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17~19민간에 널리 퍼졌던 대중 미술로 서민들이 향유했던 그림을 말한다. 민화는 초기에는 표현력이나 구성, 재료 사용 등 보잘 것이 없었으나 점차 민화에 나타난 자유분방함과 파격성 등이 높게 평가되면서 민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민화에 표현된 일상생활 등은 과거의 풍속 연구에도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민화 연구, 전시 및 민화 공방, 민화 그리기 체험 등 다양한 민화 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민화전은 흔하지 않은 전시회이니만큼 이참에 한 번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