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감 포천소식
  소통공감 포천뉴스레터
 
[제 281호] 2023년 05월 15일 월요일
메인으로  /  전체기사   /  지난호  /  기사검색
 
 
         

 
트위터 페이스북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잣나무 숲길, 여기 어때?!

시민기자 유예숙

 

화적연 뗏마루길을 따라 달리다 더 이상 차로는 가기 힘든 구간, 한여울길 새재로 가는 길 입구에서 정지했다. 고갯길을 따라 걸어가면 정상은 새재요 넘어가면 장독대 마을이다.

새재로 가는 길을 걷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데 지나가던 한 분이 나물하러 왔냐고 묻는다. 마을 어귀쯤 임산물 채취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떠오르며 요즘 봄나물 뜯느라 외부인 출입에 민감한 계절임을 실감한 순간이다. 의심과 궁금증 둘 중 어떤 물음이라도 한 어울길 새재까지 다녀오려던 참이라 새재 둘레길 걸으러 왔다고 말 못 할 이유 없었기에 자신 있게 말했다.

ⓒ시민기자 유예숙

“둘레길을 걷기 위해 왔다"는 말에 이 마을주민이라며 “멍우리협곡 안 가봤으면 가보자"고 권한다. 가보았다는 대답에도 최근 새롭게 난 길인데 언제 갔다 왔냐고 못 믿겠다는 어조로 또 묻는다. 친구의 의견을 물어 새재는 다음에 가기로 하고 멍우리협곡에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여러 번 다녀감을 말하니 약수터는 모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약수터가 있을까? 증폭되는 의심과 궁금증을 안고 걸었다. 시작하는 장소에 따라 기분도 달라지는 걸까. 동행자가 바뀐 이유일까. 평소 걷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으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시민기자 유예숙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이라며 비 오면 더 향기가 좋다고 가이드를 자처한 듯 말해주고는 또 앞장선다. 멀리서 왔다는 친구분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뒷모습이 보기 좋은 풍경이 된다. 동행한 친구는 걷다가 만나는 봄꽃 출현에 사진을 찍느라 바삐 움직였고 그런 친구를 바라보는 필자는 잣나무 숲길을 즐기느라 느린 발걸음이다. 깡통 위에 나무판자 얹어 만들었다며 의자에 앉아 보라고 권한다. 오가는 길손을 배려한 마을주민의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찰나다. 마음을 어루만지듯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맛을 느끼니 마냥 좋아 약수터는 갈 생각은 잊고 있다.

ⓒ시민기자 유예숙

친구와 의자에 앉아 예전에 보았던 풍경들을 말하는 중에 목줄 없는 덩치 큰 견공이 달려들어 당황했다. 주인에게는 순하겠지만 낯선 이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겁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는지. 머리를 들이대며 달려드는 견공을 주인은 괜찮다고 쓰다듬으며 사진을 요청한다. 초면임에도 낯설지 않게 들이대는 견공과 덩달아 사진을 찍히기도 했다. 약수터가 멀지 않았다며 에둘러 일어나는 바람에 피톤치드 가득한 잣나무 숲에서의 달콤한 휴식은 끝이 났다. 마을주민은 비탈길 아래로 달아나고 있었고 따라잡으려 뛰듯 걸었야 했다.

ⓒ시민기자 유예숙

뒤처지고 멀어져도 기다려 주고 도착하면 가이드가 되어준다. ‘여기 보이는 이것은 악어 바위고’ ‘저기 보이는 저 검은 큰 바위는 스핑크스’라며 그렇게 보이지 않으냐고 묻는다. ‘어떤 동물이나 새 등 어떤 형상과 닮아 보인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보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한 모양대로 보였다. “그렇게 보이네요”라고 말하니 “사람이 보는 것들은 다 비슷하게 보며 느끼나 봐요”라며 웃는다. 약수터가 바로 여기라고 빨리 와보라며 꾸물대는 나에게 재촉한다. 다가가 보니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고 있는 양동이와 컵이 있었다.

ⓒ시민기자 유예숙

강가에 핀 꽃에 집중하느라 약수터는 잊고 있었다. 약수터보다 꽃이 눈에 밟혀 딴청을 피우니 물을 먼저 마시고는 권한다. 미심쩍어 머뭇거리는 내게 저 높은 산 계곡에서 오는 물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라고 괜찮다며 재차 권한다. 내키지 않았지만 약수터 장소를 알려준 성의와 적극적인 권유에 괜찮을 것이라 믿고 물을 마셨다. 한 모금 먹어본 물맛은 거부감 없이 시원했다. 양동이에 받아지는 물에 손을 넣으니 시원했다. 시원함을 느껴보라며 동행한 친구도 불러 시원함을 공유하며 약수터가 있는 장소를 알게 된 시간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새로운 데크 길은 아직 작업이 끝나지 않아 갈 수 없다고 다른 길로 가자며 마을주민은 되돌아왔다. 약수터가 있는 강가에서 사진 놀이 예정이라고 감사 인사를 하며 말하니 자상한 마을주민은 다녀온다며 떠났다. 강가의 꽃들과 자석 눈빛을 보내며 눈 맞춤의 시간과 멍우리 협곡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과 바람 소리에 힐링하며 친구와 추억을 만들었다.

따갑게 느껴지던 해가 산을 넘으며 강에서 즐기는 시간을 접을 때라고 말했고 귀가의 신호로 산 그늘이 등을 떠밀어 아쉽지만 일어서야 했다. 이제 집으로 가자고 툭툭 털며 걸었다.

ⓒ시민기자 유예숙

기우는 해는 마지막 빛을 잣나무 숲으로 쏟아부어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황홀함이 집에 갈 수 없게 만들었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숲속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준비해 온 간식을 건네며 먹고 있다 가자는 친구의 말에 조금 더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꽃과 인사 나누느라 바쁜 친구는 집에 갈 생각조차 없는 듯 카메라 셔터 누르기만 여러 번 눈을 떼지 않는다. 숲길 꽃 삼매경에 빠진 친구의 모습에서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른다 해도 좋았다.

ⓒ시민기자 유예숙

나이가 한두 살 더해지며 멀고 힘들게 다니는 것보다 쉽고 짧게 힘들이지 않는 장소를 찾게 된다. 가볍게 즐겨도 힐링은 충분한 만족으로 돌아오는 그런 곳을 찾게 되는... 팬데믹 이후 생긴 습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하다.

ⓒ시민기자 유예숙

복잡하지 않은 곳으로 한적하고 조용해 휴식을 즐기기 좋은 장소를 찾는 이들을 위한 장소 피톤치드 가득한 잣나무 숲길이 아닐까. 잣나무 숲을 오가는 길손을 위해 의자 만들어 주고 안내해 주며 마음 쓰는 자상한 사정리 주민 양만종님으로 인해 감사했고 더 행복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코스 시작점 주소]
-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 754-1

 



[2023-05-04, 10:24:29]

트위터 페이스북
   
 
 
     
포천소식 홈포천시청 홈
 
Copyright (C) Pocheon-si. All rights reserved. 본 메일은 발신 전용메일로 회신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