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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 시민기자 변영숙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가을.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뜨니 펼쳐지는 가을 풍경. 지구촌 기후 이상으로 많은 것이 예측 불가가 되어 버렸다. ‘단풍’ 시기가 그렇다. 10월 말까지도 2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졌고, 나무는 푸릇푸릇했다. 단풍이 절정을 맞이할 시간에 반밖에 들지 않은 단풍… 반백 년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올해처럼 기상 관련으로 당혹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앞으로 계속 이럴 텐데 심란하다.
그렇다고 ‘가을이 가는구나’ 하고 맥없이 보내기에는 너무 섭섭하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포천 국립수목원이다. 집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으니 얼마나 나는 운이 좋은가.
국립수목원은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먼저 예약을 해야 했다. 예약 사이트를 방문하니 11월 12일까지 예약이 꽉 찼다. 낭패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포천 국립수목원은 예약을 하지 못한 경우,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방문하면 일일 4,500명 한도에서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 시민기자 변영숙
수목원에서 멀지 않은 ‘광릉’에 주차를 하고 수목원을 방문할 요량으로 출발했다. 수목원 근처에 도착하니 울긋불긋한 별천지가 펼쳐졌다. 도심은 단풍이 들지 않은 채 윤기 없이 말라 바삭거리는 나무가 지천인데, 수목원 일대는 찬란한 가을 세상 아닌가. ‘누가 올해 단풍이 예쁘지 않다고 했단 말인가?’ 수목원 일대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쁘게 단풍이 들었다. 내 눈을 스치는 모든 것이 붉은 기운을 머금은 듯했다. 운전하면서도 자꾸만 창밖으로 시선이 갔다. 수목원 일대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숲을 보호하는 동시에 이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가면서 즐기라는 깊은 뜻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광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가려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광릉 주차장도 만차였다. 다시 계획을 수정해 남양주 봉선사를 먼저 둘러보고 광릉을 거쳐 수목원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또 웬 날벼락인가. 국립수목원은 동계 시즌에는 오후 4시면 입장 마감이란다. 동계 시즌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후 5시까지 입장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정말 올해는 단풍 구경이 왜 이리 어려운가. 앞서 1년에 한 번 개방하는 ‘광릉숲’도 3시 30분이 입장 마감이라 못 갔는데.
© 시민기자 변영숙
아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광릉숲길을 걷기로 했다. 데크길을 걷기 시작하자 좀 전의 아쉬움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국립수목원에는 입장하지 못했지만 데크길을 걷는 것도 너무 행복했다. 수목원과 광릉숲의 가을 단풍은 몇 번을 봤지만 볼 때마다 경이롭고 아름답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를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색이 다채롭고 화려하다. 여름날 나무 색은 초록색 일색이다. 연하고 진한 차이가 있을 뿐 ‘초록’ 천지다. 단풍은 다르다.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 주홍색, 갈색, 황갈색, 진갈색, 황초록, 검보라색, 진노랑, 연노랑 등등… 팬텀 칼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 많은 색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얼마나 현란한가.
© 시민기자 변영숙
그 많은 색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문득 인간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가지각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을숲’을 이루듯 제각각의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텐데. 인간사는 숲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국립수목원은 11월 10일 전후로도 단풍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단풍길을 걸으며 나무가 주는 지혜를 얻어보자. 참고로, 단풍 시기 포천 국립수목원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우니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