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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포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이맘때 어느 집이나 만두를 왕창 만들어 밖에 보관해 놓고 수시로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다. 냉장고는 작지만, 워낙 날씨가 추운 까닭에 마루에만 갖다 놓아도 만두들이 꽁꽁 얼어 천연의 냉동고 역할을 했다. 이렇게 만두를 많이 만들어 먹게 된 이유는 겨울철에 손쉽게 영양을 공급하는 식재료로 만두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어느 가정이나 겨울에는 만두를 해 먹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로 이사를 가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서울 이남으로는 만두를 그렇게 많이 먹지 않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예 만두를 먹지 않고, 그냥 조금씩 사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히려 만두를 왜 만들어 먹느냐는 반문을 받기도 했다. 그들에겐 만두가 별미로 가끔 먹는 간식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반면 우리는 주식에 가까운 흔한 음식이었다. 특히 포천의 많은 가정에서는 이북식이라는 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었다. 정확히 이북식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만두알이 크고, 고기가 들어가면서 김치를 듬뿍 넣어 먹는 푸짐한 음식이었다. 거기에 떡국 떡을 넣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속이 편하면서 든든한 훌륭한 만찬이 되는 것이다. 보통 해가 바뀌는 시기에 떡국을 먹으면서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고들 하는데 포천에서는 떡국이 아니라 떡만둣국을 먹으면서 나이 먹는 것을 기념한 셈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시민기자 이정식
얼마 전 이런 어릴 적 기억이 물씬 나게 만드는 만둣국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손으로 빚은 만두피와 넉넉하게 들어간 만두소가 푸짐한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만둣국이었다. 사실 만두는 먹기는 쉽고 편하지만 만들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온 시구가 둘러앉아 한쪽에서는 만두피를 틀에 넣어 만들고, 한쪽에서는 만들어진 만두피에 소를 넣어 만두를 완성한다. 다른 잔치 음식과 달리 만두는 만들면서 슬쩍 집어먹는 것이 안 된다. 다 만든 후에 물에 넣고 만둣국을 끓여야 그때서 맛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만두를 만드는 일은 진두지휘를 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각 개인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둘러앉아 별 의미 없지만 편안한 수다를 떨면서 수백 개의 만두를 만들어 놓으면 며칠은 속이 든든하고 맘이 편하다. 이제 며칠간은 맛난 만둣국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요즘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추억 속에서나 다시 한번 그려보는 장면이 되었다. 만두 한 그릇 먹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