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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처럼만 살면 만사형통
2015-04-23 조회수 : 4892

김기원(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 다름 아닌 청첩장이었다. 일동에서 갈비집을 하던 친구가 딸을 여읜다는 전갈이었다. 바야흐로 때가 때인지라 여기저기서 초청을 하는 결혼식 청첩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날라온다.

새로운 사랑을 갓 시작하는 그 많은 신혼들을 보면서 문득 <주례사>라는게 떠올랐다. 수천 군데 결혼식장에서 수천 명의 주례분들이 쏟아내는 수만 가지의 축복과 당부와 부부사랑에 대한 가르침의 말씀을 다 모아 책으로 엮는다면 아마 그보다 더 주옥같은 명저는 없을 것이다.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그 많은 좋은 말씀들을 반쯤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떨고 서있는 상태에서 온전히 기억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심장 좋은 부부는 또 몇이나 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또한 부부가 살면서 주례사를 다 지키고 주례사대로 살아온 부부는 몇이나 될까도 생각해 본다.


ⓒ포천시

주례사가 두고두고 외우고 새길만한 말씀이 아니어서 그렇거나 신세대 수준으로는 유치하고 뻔한 잔소리여서는 아닐 것이다. 가장 가깝고 가장 경건한 자리에서 좋은 말과 의미 있는 삶의 체험만 고르고 골라 진중하게 준비해 오신 최고의 말씀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살아갈수록 결혼식장에서 분명히 들었을 주례사를 잊고 살게 된다. 말씀대로는 커녕 가르치고 타일러 주신 말씀과는 오히려 정반대되는 부부생활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천재시인 애드가 앨런 포우처럼 죽은 아내의 무덤 옆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낮에는 아내가 좋아했던 꽃을 심고 아내를 그리는 시를 지으며 밤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못 이겨 술에 취한 채 길거리 뒷골목을 헤매다 끝내 죽어간 그런 순애보는 흉내도 못낼 우리 아닌가.

나는 결혼식 때 “성공한 결혼은 적당한 짝을 찾는 게 아니라 적당한 짝이 되는데 있다” 는 주례사를 들었다. 내게 편하게 맞는 내 짝을 찾기만 했지 상대에게 적당한 짝이 되어주려는 양보와 희생을 꺼려 왔던 그때까지의 내가 무척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주례사를 기억하고 실천하고 그렇게 살리라 다짐하고 출발하는 결혼이라면 이미 반쯤은 성공한 결혼이다. 성인군자들의 공통된 가르침 중 “네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그대가 바라지 않고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 행하 지 말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라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 최고의 성자 성현들이 남긴 최고의 주례사가 아니겠는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신혼들에게 축복을 보내면서 “주례사를 새기며 살자” 라는 조언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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