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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현(포천시 신읍동)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를 보내는 심정이 이렇게 허탈할 줄 몰랐습니다.
병중이었지만 병원에서 며칠 치료만 하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실 줄 몰랐습니다. 6년 전 혈압으로 쓰러져 아버지의 극진한 간병에도 불구하고 요양일을 하는 저로써도 빨리빨리 손을 쓰지 못한 죄송스러움에 죄스러운 마음만 듭니다.
입원해서 하루가 지나자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졌고 온몸이 부어올랐습니다. 약물로 소변을 배출했지만 겨우 조금 나올 정도였습니다. 병원 측에서 심장정지가 오면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을 때 아버지께선 무조건 살려달라고 애원 하셨습니다. 딸내미는 빈 병실에서 쪽잠이라도 잤지만 아버지는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셨습니다. 고생만 하시다 가시는 엄마가 안쓰럽다 하시며 봄이 오면 제주도 구경 가자고 약속하셨다면서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기계를 주렁주렁 코에 입에 여기저기 꽂고 생사를 다투시는 엄마가 고통보다는 하루라도 일찍 엄마를 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이 더 앞섰습니다. 제가 해드릴것은 엄마 손을 잡고 얼굴을 만지면서 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게 남은 딸의 심정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긴 시간을 모신 건 아니지만 엄마가 입원하시기 전에 힘들 때 곁에서 간병하는 효도 아닌 효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병중에 계신 엄마를 보면서도 이런 날이 오리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 엄마는 영원히 살아 계실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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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막 들어서면 “엄마”하고 들어섰는데 이젠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며 “엄마 저 왔어요. 잘 계시죠. 보고 싶어요.” 하고 혼자 계신 아버지 챙기기에 바쁩니다. 그래서 산 사람은 산다는 것 같습니다. 엄마를 떠올리면 그냥 바보엄마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파란만장한 어머니의 삶도 삶이려니와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한 가정의 어머니라는 그 위대한 모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우리엄마…….
자식에게 만큼은 바보스리만큼 어리석었던 우리엄마. 그게 사랑 인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 자식들 번거롭다며 오래전 준비하신 당신 수의를 입으시고 가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서러워 목 놓아 울었습니다. 한 많고 긴 시간 외롭고 가슴 아프게 사시다가 한 줌의 재로 이 세상 떠나가신 엄마……. 가슴이 힁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엄마 사랑해요 안녕히 가세요. 이 말뿐…….
엄마. 이 세상에 나를 태어나게 해주고 많은 사랑 만 주신 엄마. 이 다음 세상에서도 꼭 엄마 딸로 태어나서 그땐 정말 잘 할게요. 엄마 사랑해요.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픈거, 힘든 거, 괴로운 거 다 털어 버리고 행복하게 지내줘. 그리고 아버지 아프지 않게 지켜줘. 편히 쉬세요.
* 본 원고는 무궁무진포천 소식지 319호에도 수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