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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관인면 탄동리)
“아이고~~~ 사무실 앞 눈을 어찌 치울까?”
아침 출근을 하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유독 따뜻하고 눈이 오지 않아서 보기 힘든 눈이지만 눈 치울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마음 한편의 짜증이 살며시 올라왔다.
내 근무지는 포천시 대표 관광지 산정호수다. 눈이 많이 오지는 않아 넓은 아스팔트 주차장은 금세 눈이 녹는다. 하지만 관광안내소 앞은 보도블록이라 유독 눈이 쌓인다.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어, 우선 관광객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가운데 길부터 치워 놓았다. 조금 더 쌓이면 한꺼번에 치우려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윤인자
유리창 밖으론 부지런한 관광객이 눈 없는 주차장 쪽 길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눈이 더 쌓이기 전에 마저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설 때 웃음소리가 들렸다.
“깔깔깔깔~~”
“히히히히~~”
아이 둘, 어른 둘. 아이들이 굳이 눈이 쌓인 길을 밟으며 깔깔거리니, 부모들도 함께 눈을 밟으며 웃고 즐긴다. 저 꼬마들에게 새로운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어 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안 치우길 잘했구나!'
ⓒ포천시
어려서는 워낙 춥고 눈이 많이 와서 참 추억이 많다. 60이 넘은 지금 생각하면 참 아련한 추억이다. 초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 1~2학년 때쯤, 나는 유난히 키가 작았다. 1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큰 고개가 2개 있었다. 어느 겨울 허벅지까지 쌓이는 눈길을 고무신을 신고 걷지 못해 울고 있을 때 동네 아저씨가 업어서 데려다주신 게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항상 고마운 분으로 추억하며 살아왔다.
이 꼬마들에게도 산정호수에서의 오늘이 생생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슬슬 눈을 치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