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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정산
2010-09-14 조회수 : 6185

이종섭(포천시 신읍동)

시속 110Km.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거침없이 남서쪽으로 내닫는다. 서울기점 90Km. 라디오를 켰다. 일기예보가 나왔다. “오늘밤부터 점차 흐려지겠고, 내일은 강한 비바람과 함께 돌풍이 예상되오니...” 

차가 서해 해안도로에 접어들었을 즈음, 차창 밖으로는 벌겋게 타오르는 불덩이가 바다 너머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우리나라 서해안 낙조는 세계 어디에 비해도 손색없을만큼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정말이구나. 토요일. 홀로 인생을 돌아보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날씨다.  무작정 떠나온지 2일째.  오늘 난 적당히 취할것이며,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작심하니 마음이 가볍다.‘꾸욱’휴대폰을 껐다. 

해안가로 차를 몰았다. ‘꽃지 해수욕장’이름만큼 예쁜 해변이다. 얼마전까지 기름범벅으로 검게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청정 서해다. 해안가는 바닷물 빠지는 소리만 조금 들릴 뿐 무섭도록 고요하다.  

차를 펜션에 세워두고 다시 해안가에 나가 준비해온 술병을 땄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벗삼아 백사장에 앉아 맥주 한잔 마시고 나면 이녀석 바닷물이 저만치 빠져나가 있다. 다시 또 한잔 마시고 해넘은 수평선 멀찌감치 바라보다 고개를 떨궈보면 이녀석 물이 또 2미터는 빠져 도망갔다. 취기가 적당히 오른다. 

포천시 신북면 왕방산자락에서 낳고 자랐다. 어릴때부터 동네 어르신들은 “왕방산 물 먹고 큰 사람들은 다덜 정직하게 살껴”라고들 하셨다. 그러나 나는 얼마나 정직하게 살아 왔는지 자신이 없다. 그저 평범하게 내나이 60을 향해 가니 인생을 올바르게 걸어 왔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오래전 이해인 시인의 교양강좌를 들은적이 있다.  그분은 자기이름을 바다처럼 인자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해인(海仁)’이라 지었다고 했다. 그 혜량의 10분지1만큼이라도 내게 있는지 궁금하다. 세월의 몰아침에 늘 쫓기며 살아온 지금 난 ‘海仁’할수 있는지... 

저만치 자그마한 섬이 보인다. 해안선에서 바닷길과 거리로 3부능선쯤에 썰물이 빠져있다. 5부능선쯤에나 멈출까? 궁금하다. 밤을 새워 지켜볼까?


3일째. 아침에 일어나 가까운 솔밭으로 산책을 나섰다.  일전에 읽은 논어를 떠올리며 또한번 사색에 빠져 본다. 뼛속 깊이 기억 나는건‘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였다.

논어(論語)「학이편(學而篇)」에 “主忠信하며 無友不如己者오 過則勿憚改니라”가 있었다.

“충성과 믿음을 주로 하며, 자기만 같지 아니하는 자를 벗하지 말고, 허물이 있거든 꺼리지 말고 고칠지니라”라는 뜻이다. 

인간은 누구든지 평생 동안 과실의 연속 속에서 살아간다.  허물을 고치면 그 허물이 없어지지만 허물을 고치기를 꺼려하면, 공자가 말한 소인(小人)이 된다. 난, 내 허물에 얼마나 무서운 메스를 들이대어 인정하고 고치려 했을까....

난 이미 오래전부터 소인배는 아니었을까? 직장에서 후배 직원들에게, 집에선 내 이웃들에게 나만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절대 안그랬다고 도리질 칠 자신이 없다.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50대 후반에 진솔하게 되짚어본 내 삶, ‘인생 중간정산’. 더 베풀면서 너그럽게 살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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