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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강을 찾아서



삶이 팍팍하다 느껴지는 날엔 어김없이 강줄기를 따라가 한숨 고르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쉬는 것만으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이다.
먼 옛날 강가에 살던 어부의 아낙이었을까? 아님 강줄기를 따라 노를 젓던 사공이었을까?
그것이 자못 궁금하지만, 그럴 땐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강줄기가 흐르는 곳으로 달려가곤 한다.

그 중 가장 많이 가는 곳은 한탄강!
상류에서부터 파주 임진강까지 강을 따라 삶의 모습이 다양하게 펼쳐져서,
계절을 따라 철새처럼 오가며 지형이나 생산물, 생활모습,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

철원평야에서부터 흐르는 한탄강은 용암이 흘러간 자국을 따라 강이 형성되었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구절양장처럼 포천 각지의 크고작은 물줄기와 합쳐
임진강과 합수하고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산정호수의 맑은 물도 자일리 평야를 적시며 한탄강 줄기와 만나지 않던가!

이렇게 한탄강은 어릴 적부터 포천땅에서 자란 나에게는 자주 보았던 정감어린 곳이다.
봄날에 비둘기낭에서부터 자일리 뜰까지 연결된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시원한 강줄기가 장관이요,
간혹 연결된 산길에 아기자기한 야생화가 발길을 붙잡는다.
운수 좋은 날엔 다람쥐도 만나지 않던가!

초등학교 시절, 봄소풍지였던 산정호수와 가을 소풍지였던 한탄강을 비교하자면
산정호수는 아름답고
화려한 반면,
가을날의 한탄강은 오들오들 떠는 가을 무우청처럼 조금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그 강변에 섰던 갈대에 부는 바람은 쓸쓸하면서도 시원함을 느끼게 했고,
시집 한 권 들고 홀로 강변을 걸으면서
알 수도 없는 하이데커와 까뮈와 윤동주를 흠모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책은 좋아했지만, 그저 높은 이상향처럼 닿아야할 신성한 곳으로 여겼던 유토피아라 여겼음직한
청소년기도
한탄강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당시에 가장 권위있던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작품은 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한 번도
간 적 없는 만주 벌판에서 쓴 독립운동가의 시들과
러시아 문호들의 소설과 실존주의 문학, 그리고 허무주의까지
한탄강변을 거닐며 홀로 고민한 시기였음을 상기해 본다.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했던 그 고민은 끝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흘러도 그 고민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고, 아아! 나의 무지함이여!
두손 두발을 들어 항복이라도 해야 풀려날 수 있을까....!

이제 은퇴를 한 지금, 한탄강을 그립게 바라본다.
몸도 마음도 어렸던 그 때, 강은 나를 보듬어 주었으리라!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갈대, 주상절리 절벽 아래 단풍잎 하나도 얼마나 가슴을 뛰게 했던가!
여전히 한탄강은 그리움이다!
그 옛날 사색을 하던 아름다운 강....
나는 한탄강에 빛나는 금빛 햇살처럼, 내 삶의 어느 순간에 그리운 한탄강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게 아닐까?

되돌아보면, 내가 나고 자란 포천땅, 고모리 저수지길을 걷다가 만난 문우들의 글을 읽으며
그리워 달려온 곳이 여기,
포천문예대학이었구나!
이제야 내 그리움이 머무는 곳,

포천의 강과 호수는 내 생명의 원천임을 깨닫는 행복한 시를 써보려 한다.
옛날의 하이데커처럼 톨스토이처럼 나를 시험에 들게 할지라도 용기를 내어 작은 발걸음을 딛는다.
내 사랑, 포천의 강이여, 호수여! 심호흡을 하고 그들과 다시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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