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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올바른 경제교육
우리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던가.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가 요즘 부쩍 게임기와 장난감을 잔뜩 사들였다.  주는 용돈이 정해져 있는데 아무리 봐도 그 용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연일 방으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도 이상해서 아이가 갖이고 노는 장난감 모양을 봐뒀다가 일요일 오후에 집 앞 문방구에 가서 가격을 물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제녀석의 경제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 제품들 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는 무슨 돈으로 그걸 사들였을까? 혹시 내가 집안에 ‘도둑’을 키우고 있었던건 아닐까? 그동안 화장대 위에 올려놨던 돈들을 홀라당 빼간건 아닐까? 순간 벼라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붙잡고 이실직고를 명했다. 그런데 아이가 아주 태연한 얼굴로 하는 말

“엄마, 그거 외상으로 샀는데!”

허거덩. 초등 6학년 녀석이 외상을 그어댔다고? 어른으로 말하면 신용카드를 마구 긁은 셈인데... 더 기막힌건 그 다음이었다.

“뭐라고? 외~상? 너, 나중에 그걸 뭘로 갚을건데?”

“어~엉. 1년에 돈 많이 생기는 날 있잖아. 내 생일날하고 어린이날, 설날 때 받는 세뱃돈 다 모으면 그건 갚을수 있어” 

그러니까, 아이는 1년중 돈 많이 생기는 날에 발생할 수익을 따져서 그때 갚을 요량으로 외상을 샀다는 말이었다.

앗차 싶었다. 그리고 내 책임도 느꼈다.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 준비물을 일일이 못 챙겨서 가끔씩 문방구에 가서 외상으로 사가라고 한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그만 거기서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문구류를 외상으로 사다가 가끔 과자도 사먹고 장난감도 사가자, 주인 아저씨가 집이 어딘 줄도 알고 전화번호도 알기 때문에 외상을 잘 준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학교 앞에서 외상 거래를 배우고 있는 것이 우리 엄마아빠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용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사이 돈이 없을 때나 급할 때는 외상을 해도 괜찮다는 왜곡된 인식이 어린이들에게 자리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이 집 근처 어디에선가 장부를 만들어 놓고 외상을 사제끼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학교나 가정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적은 돈이라도 자신이 구입한 물건 값은 제때에 스스로 지불하도록 교육해줘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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