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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쌀밥과 밥상머리 예절교육
2011-02-08 조회수 : 6057

김석원 (소흘읍)


고등학생 아이 두녀석이 반찬투정을 한다. 그러면서 피자타령을 했다. 눈을 흘기며 인스턴트 식품의 위해성과 우리 쌀이 소비가 안돼 농민들이 고충을 겪는 얘기까지 설명을 해봤지만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려 들지 않으니 참...

예부터 밥상머리 예절이 가정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먹을 것이 많지 않아 꽁보리밥에 섞인 쌀 알을 세는게 더 쉬울 정도로 가난하고 힘든 시절. 그래도 밥 먹을때 만큼은 예절과 법도가 따랐다. 요즘 아이들이야 치킨에 피자에 햄버거에 라면까지 먹을게 넘쳐나서 배부른 투정을 하지만 그때는 보릿고개라는게 태산처럼 버텨 서 있었다. 2011년 오늘, 초중고등학생 교실에 들어가 ‘보릿고개’를 말하면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지금 나이 50대 초반 이상의 사람들이 어렸을때, 특히 시골일수록 보릿고개는 견디기 힘든 삶의 고뇌였다. 꽁보리밥 한줌 얻어 먹기도 힘들어 초근목피하던 보릿고개에 결국 안타깝게 명을 다 한 어린이들도 참 많았다.

보릿고개가 시작되면 한 동네가 모두 비슷한 처지라 양식을 꾸어올 데도 없고 꾸어줄 사람도 없다. 할 수 없이 아직 여물지 않은 보리이삭을 태워 가루로 만든 다음,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넣어서 죽을 쑤어 먹는다. 며칠동안만 이렇게 먹으면 변(便)이 굳어져 배설할 때 항문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겪는다.

 “× 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은유적 표현도 이같이 비참하게 가난한 살았던 때를 빗대 생겨난 말이다. 그나마 보리밥이라도 먹을수 있는게 행복했다. 꺼슬꺼슬한 그것은 밥 공기에 담다 만 것처럼 조금 들어있어 아끼고 아껴 먹어도 금세 그릇이 비워진다.

얼마 담겨져 있지 않은 보리 밥그릇. 배가 고프니 밥을 앞에 두고 천천히 먹는다는게 애초부터 무리다. 그나마 애써 천천히 먹어도 아버님은 왜 그렇게 진지 드시는 속도가 늦으시는지, 그리고 내가 식사를 먼저 끝냈다고 한들 아버님보다 먼저 숟가락을 놓았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니 그러지도 못하고 아버님과 보조를 맞춰 식사를 하는게 여간 큰 고역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때부터 밥먹는것 하나부터 고행이었지만 그게 큰 가르침이었다.


애들은 어른보다 먼저 숟가락 놓고 자리를 뜨면 안되는 법이라는 가르침.  식사는 그저 배고픔을 잊기 위한 동물적 행동이 아니라는 것,  법도 있는 식탁에서 편식을 고쳤고,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참아야 하는 인내를 배웠고, 모자라는 밥을 양보하시는 어머님의 사랑을 배웠다.

또한 밥상 앞에서 어르신이 먼저 수저를 놓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도록 배웠고, 식기와 수저를 덜그럭 거리며 부산하게 먹어서도 안된다는것까지.

아이들에게 먹여볼 참으로 어느날은 아내더러 보리밥을 해보라고 시킨적 있다. 사실 입속에 들어가면 푸석푸석하고 뱅글뱅글 돌면서 씹히지 않는 보리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찬은 고추장이나 풋고추에 열무김치가 제격이지만 그래도 그 뒷맛이 어딘지 모르게 구수하고 푸근하다. 아이들이 좀 더 열심히 먹어주길 바라며 나는 보리밥의 장점과 효능을 말해줬다.

 “얘들아, 보리밥은 우리 민족이 가난했던 시절에 생명의 끈을 이어준 주식이야. 물론 게다가 보리는 겉보기와는 달리 영양의 보고(寶庫)이지. 자 봐봐!! 이렇게 쓱쓱 비벼서... 그렇지.. 이건 말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병 같은걸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능도 있단다. 많이들 먹거라. 좋은거야”

그러나.... 애비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은 이내 고개를 돌린채 “쌀밥 줘”를 연발한다. 푸훗,  아이들을 탓만 하기엔 어차피 무리다.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듯 하다

가족이 단란하게 하루 일을 이야기 하며 마주하던 밥상에서 행해지던 전통적인 인성교육이 궁극적으로는 지성과 인성이 겸비된 튼실한 인재를 기를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포천시 모든 아이들이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우리 포천의 농민들이 청정 옥토에서 생산한 쌀을 찾으면서 예절을 갖추어 식사하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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