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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산게 배 아픈 이유
2011-09-14 조회수 : 5074

동교동 황은숙

 조그만 옷가게를 하는 상가 근처에 학교가 하나 있다. 학생들의 군것질거리로는 1,000원짜리 토스트가 계절도 안타고 딱 인데 마침 상가에 변변한 토스트 집이 없었다. 그동안 김을 구어 팔던 상가 아줌마가 ‘옳거니’ 싶어서 토스트를 만들어 팔기로 작정하고 김 가게 옆 귀퉁이에 토스트 굽는 자리를 마련할 요량으로 분주했다.

 그런데 그 바로 맞은편 가게에서 김구이집에 자주 놀러도 오가고 수다도 떨며 친하게 지내던 어묵 떡볶이 집 아줌마가 김구이집 아줌마의 토스트 얘기를 듣고는 토요일, 일요일 토스트 기계를 들여다가 후다닥 토스트 가게를 차리고 3일만인 월요일 뚝딱 개업을 해버렸다.

 상가 전체가 난리가 났다. ‘세상에 그럴 수 없다’느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느니……. 김구이집은 마음이 얼마나 쓰린지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며칠간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인간적 배신감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난 김구이집 아줌마가 기어이 토스트 가게를 열고 만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찾아와 토스트를 먹어주니 장사는 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얼마나 화가 나고 속이 상할 일이겠는가.

  그 기분 누가 봐도 알만 해서 우리 같으면야 어묵 떡볶이 집이 잘못했다며 김구이집을 두둔 하지만, 그런거 저런거 알 턱없는 학생 고객들은 그저 맛있는 토스만 먹으면 그만이라 어묵 떡볶이 집에 가서 사먹기도 하니 그 꼴을 보는 김구이집은 속으로 얼마나 부글부글 끓겠는가.

 
ⓒ포천시 

 얼마 전에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지인이 놀러 와서 세상이 너무 메마르고 인정 없이 변해간다며 한숨을 지었다. 부모 장례식을 치루면서 조용하게 넘어가는 집이 반도 안 되는 것 같더란다. 심지어는 며칠 전 8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재산 분배를 놓고 50대 여동생이 60대 큰오빠에게 개** 소** 하면서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고 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라는 말, 유치원생도 아는 이건 원래 나쁜 의미가 아니었는데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악랄하게 바꿔 놓은 거라고 한다.

 이것의 원래 말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한다."였다. 그 뜻은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내가 마땅히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서 그 땅에 설사라도 해서 거름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갸륵한 뜻이었다. 사촌이 땅을 산 것을 진심으로 축하 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인 것이었다.

 어쨌거나, 세상을 살다 보니 주변에서는 조그만 일 가지고도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배신하고 남 잘되는 거 못 보는 사례를 많이 겪는다.

 아침에 우유를 돌리는 앞집 아줌마는 몇 달치 우유값을 떼먹고 이사가 버린 뒤 전화번호마저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숨짓는다.

  욕심을 접고 양심껏, 그리고 나보다 남을 조금 더 생각해 주고, 남이 잘 됐을 때 속쓰림 때문에 배가 아픈게 아니라 거름을 주기 위한 설사를 위해 배가 아플 수는 없을까.

 우리 포천시민 모두가 그런 마음이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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