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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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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화적연 -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
같은 장소 다른 풍경
2023-02-02 조회수 : 1250

시민기자 변영숙

 

‘이상하다. 여기에 이런 것이 있었나? 들어가는 길이 이렇게 으슥했었나? 정말 한참 산속으로 들어가네…’

분명 3년 전에 다녀왔던 곳인데도 마치 처음 방문하는 장소처럼 낯설기만 하다. 대로변에서 농로의 샛길을 따라 들어가는 입구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데 들어갈수록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해졌다.

화적연 - 천상의 풍경을 뽐내는 곳

포천시 관인면에 위치한 화적연은 국가 명승지로 지정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한탄강의 지류가 흐르면서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라는 진부한 표현 말고는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딱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조선 시대 4대 화가 중 한 사람인 정선도 화적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화첩 기행에 남긴 화적연의 풍경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져 오는데, 지금도 거의 흡사한 풍경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3년 전 7월 처음 화적연을 찾았을 때에는 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강 유역에서 망초가 장난이라도 치듯 바람에 하늘거렸고, 강변의 모래는 은빛으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강 한복판에 불쑥 솟아 오른 거북 머리를 닮은 바위와 느리게 휘돌아 흐르는 강물은 얼마나 몽환적이었는지. 지금도 그 당시의 감흥이 새롭다.

3년이 흐른 겨울날. 하얀 눈에 뒤덮인 화적연은 분명 같은 장소, 같은 모습이었는데도 확연하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민기자 변영숙

우선 화적연으로 향하는 길이 주는 느낌부터 달랐다. 날은 이미 저물기 시작해 숲속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흰 눈을 뒤집어쓰고 축축 늘어진 나뭇가지들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겨울 숲길에 으슥함을 더해 주었다. 그런 길을 10분 이상 달려 겨우 화적연 입구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해가 이미 서산에 걸려 산자락에는 짙은 검은 음영에 휩싸여 있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어둠이 깔린 강어귀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드는 생각은 ‘경이로움’. 수 십만 년의 시간 동안 변함없이 반복되는 물결과 물결의 소리. 어두운 계곡에 홀로 서 있는 내 작은 존재가 위대한 자연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강물이 시작될 때부터 나 역시 이곳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화적연은 나라에 큰 가뭄이 들면 국가의 주도로 기우제(국행기우제)를 드렸던 곳이다.

한 농부는 3년 동안 긴 가뭄이 들자 화적연에 와서 하소연을 하였다. ‘이렇게 많은 물을 두고도 물이 없어 곡식을 말려 죽여야 하는가. 하늘도 무심하다. 용이 3년 동안 잠만 자나 보다.’ 그러자 갑자기 화적연의 강물이 뒤집히고 용의 머리가 쑥 올라오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그날 밤부터 비가 내리고 그해에는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가여운 인간들의 하소연을 하늘의 천자가 듣고 소원을 들어주는 곳. 화적연은 땅과 하늘을 연결해주는 비밀 통로였던 것이다. 그 신통함이 지금도 통할까. 문득 하늘에 대고 하소연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바위 뒤쪽으로 이어지는 어둠에 쌓인 계곡으로 걸어 들어가면 하늘에로 가닿을 것만 같다. 요즘 TV드라마 ‘미씽’에 심취한 탓인지 자꾸만 화적연이 ‘미지의 세계’와 연결된 통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적연- 이제 '인간 세상'이 되려나

커다란 볏단을 닮은 바위도, 바위를 휘돌아 나가는 강물도, 강물을 감싸고 있는 주상절리도 모두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주변으로 작은 변화들이 감지됐다.

ⓒ시민기자 변영숙

주차장이 정비되었고, 잡목과 가시덩쿨 같은 것들이 우거져 접근하기 어려웠던 강둑길이 정비되고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소나무를 기둥 삼아 해먹이 걸려 있고. 벤치들도 갖다 놓았다. 부드러운 저녁 공기가 대지를 감싸는 어느 봄날 저녁 나절 혼자 조용히 찾아들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화적연 근처의 캠핑장이 자꾸 거슬렸다. 요즘 심심찮게 보도되는 캠핑족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캠핑장에서 나온 쓰레기나 오물로 인한 피해는 없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로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화적연을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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