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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언제 보아도 좋은 사람이 있다. 보고 또 봐도 좋다. 어제 보고, 오늘 봐도 새롭고 흥미롭다. 반면 어떤 사람은 이름만 들어도 피곤하고 성가신 사람도 있다.
사람이 좋은 이유는 다양할 테지만 (사실 사람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지만 말이다) 아마도 ‘편안함’이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알게 모르게 좋은 기운도 얻는 것 같다. 즉, 힐링이 된다. 만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이 순간 옆에 있다면 그 사람은 축복을 받은 것이다. 혹여 그런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되고 또 우연한 기회에 그런 사람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나 장소 중에도 그런 곳이 있다. 가고 또 가도 좋은 곳이 있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늑해지는 느낌을 받는 곳 말이다. 대체로 그런 곳은 ‘추억’과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곳은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되고, 오랜 친구나 부모형제를 만나 듯 반갑고 편안하다.
엄마와 나만의 추억의 장소...산정호수
엄마와 나에게도 그런 곳이 있다. 바로 포천 산정호수다. 산정호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 나들이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지만 엄마와의 추억을 남기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이다.
©시민기자 변영숙(산정호수 둘레길)
어머니와 처음 산정호수를 찾은 것은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호수가 꽁꽁 얼어붙고 방문객도 거의 없는 겨울날 늦은 오후였다. 하얗게 얼어붙은 호수 위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엄마와 호숫가 소나무길을 걸으며 참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예쁜 조형물도 별로 없었고 둘레길이나 변변한 카페도 없었다. 고작 ‘비닐하우스’카페가 전부였다. 그 당시의 산정호수는 고즈넉하고 소박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원석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이후로 또 한 번 겨울에 산정호수를 찾은 적이 있다. 그때는 오리 썰매를 탔다. 평소 썰매나 보트를 탄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무엇에 홀린 듯 엄마와 둘이 눈썰매를 탔다. 엄마가 어찌나 재밌게 썰매를 타시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이가 들면 썰매 같은 것은 안 타는 것인 줄 알았는데 모두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늙은 엄마도 우리처럼 즐겁게 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민기자 변영숙(산정호수를 유유히 오가는 오리배)
어느 해 가을에는 호수 위를 달처럼 떠가는 오리 배를 타기도 했다. 그 역시 엄마와 함께였다. 오리 배를 타자는 제안은 엄마가 먼저 하셨다.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오리 배를 탔다. 그때 처음 알았다. 호수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명성산과 호수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말이다. 그 후로 나는 산정호수와 명성산을 온전하게 감상하려면 반드시 오리 배를 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산정호수는 엄마와 내게는 늘 편안하고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그리고 늘 새로운 추억거리를 선사해 주는 곳이다.
©시민기자 변영숙(산정호수 소나무 산책길)
이번 봄에도 엄마와 함께 산정호수를 찾았다. 편안한 친구를 만나러 가듯 담담하게 길을 나섰다. 우리는 지난번 맛있게 산채정식을 먹었던 식당을 다시 찾았다. 산채가 맛있어서 또 왔다고 하니 주인이 엄청 좋아했다. 나올 때에는 가게 밖까지 따라 나오면서 ‘어르신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인사를 했다. 마치 자신의 친정어머니에게 하듯.
오리배도 탔다. 엄마는 좁은 오리 배에 올라타는 것도 버거워했지만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부축해 준 덕분에 무사히 배에 오르고 내릴 수 있었다. 내가 받은 친절보다 내 어머니에게 베풀어진 친절에 천배 만 배 감사함이 느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시민기자 변영숙(산정호수는 수도권 최고의 국민관광지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많이 찾는다.)
이번 산정호수 여행은 ‘산정호수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엄마와 내가 꾸며가는 ‘산정호수 추억 편’에 새로운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다음 산정호수 여행에서는 어떤 ‘에피소드’가 추가될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