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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늦가을 포천 나들이
2021-11-22 조회수 : 2364
시민기자 변영숙


늦가을 엄마와 포천 나들이를 다녀왔다. 팔순이 넘은 엄마에게 맞춰 걷는데 무리가 없고 언제든지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거나 당장 멈추어도 아쉽지 않은 장소를 골라 일정을 잡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국립수목원이었다. 모바일로 사전 예약을 했다. 최근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차량 예약도 해야 한다. 다행히 당일인데도 문제없이 잔여 입장이 가능했다.

ⓒ시민기자 변영숙

국립수목원과 광릉 일대는 엄마가 젊으실 때 나물과 도토리를 주우러 자주 다니던 곳이라 엄마에게도 낯설지 않은 장소다. 그런데 엄마는 국립수목원 안에까지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해서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엄마의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안 가보셨다고… 조금이라도 붉은 단풍이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수목원에 도착했다.

ⓒ시민기자 변영숙 

평일인데도 주차장은 거의 만차였다. 아... 그런데... 입구에만 단풍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을 뿐 새빨간 단풍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정말 야속하다 싶을 만큼 수목원의 단풍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앙상한 나뭇가지, 바짝 말라붙은 나뭇잎들… 지금껏 내가 본 수목원 풍경 중에서 가장 볼품없었다. 괜스레 엄마에게 미안했다. 엄마에게 정말 아름다운 수목원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시민기자 변영숙 

그런데 엄마는 “단풍은 이미 다 졌지... 여태 있을 줄 알았어?”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그래도 너무 좋다. 나뭇잎도 수북하게 쌓이고. 여긴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낙엽이 다 바스러졌는데 저쪽은 그대로 있네.” 하시며 비교적 덜 바스러진 낙엽을 즈려밟으며 걸었다. 엄마가 꼭 열일 곱 소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와 손을 꼭 잡고 단풍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걸었다. 육림호에서 엄마는 한참 동안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했다.


ⓒ시민기자 변영숙

엄마와 마주 앉아 차도 마셨다. 엄마는 유자차, 나는 커피. 군고구마도 반으로 뚝 잘라서 나눠 먹었다. 호수로 떨어지는 가을 햇살이 참 고왔다.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늦가을 엄마의 존재에 새삼 감사했다. 단풍 때문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여서 너무도 좋았던 수목원 나들이였다.

점심은 포천 고향집에서 모듬 생선구이로.

ⓒ시민기자 변영숙 

수목원 산책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메뉴는 생선구이로 정했다. 모처럼 엄마가 먼저 제안한 메뉴였다. 잽싸게 검색을 해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포천 수목원 인근 생선구이 맛집으로 이름난 ‘고향집 생선구이’ 특정식 돌솥밥을 주문했더니 조기와 꽁치, 갈치 그리고 삼치 등 종류별로 네 마리와 갓 지은 돌솥밥이 나왔다. 반찬도 무려 12가지.

엄마는 시장하셨는지 밥도 다 드시고 눌은밥까지 만들어 깨끗하게 돌솥을 비우셨다. 엄마는 배가 고팠던 것이 아니라 혹시 가을이 고팠던 것은 아닐까. 진즉에 엄마를 모시고 가을 구경을 시켜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저문 가을이 야속했다.

식사 후 고모저수지 산책

ⓒ시민기자 변영숙

엄마에게는 고모저수지도 첫 방문이었다. 엄마와는 심심찮게 나들이를 같이 다니는데 왜 수목원과 고모저수지는 함께 오지 않았을까. 어둠에 고모저수지의 바람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제법 쌀쌀했는데도 엄마는 춥지 않다면 저수지 둘레길을 반바퀴나 돌았다.

ⓒ시민기자 변영숙 

물고기 조형물을 지나면서 엄마는 물고기 대가리가 어느 쪽인지 물었다. “이쪽인 것 같은데.” “저쪽 아냐?” 엄마와 주고받은 이 아무렇지 않은 말들이 고모저수지 길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할 것 같다.

늦가을 엄마와 함께 한 반나절 포천 여행. 가을이어서, 엄마와 함께여서 참 행복한 나들이었다. 가을 여행을 계획한다면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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