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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나무들의 힘겨운 싸움도 시작되었다.
2023-04-12 조회수 : 961

시민기자 이정식

 

ⓒ시민기자 이정식

요즘 날씨는 예년과는 좀 다르다. 3월 중순까지도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초여름처럼 더웠다. 겨울옷들을 모두 옷장에 넣고 봄옷을 꺼내고 나니 다시 영하 가까운 차가운 날씨가 되었다. 사람도 이렇게 헛갈리는데 식물들은 오죽할까? 꽃망울이 싹을 틔우다 다시 얼어 죽게 생긴 것이다. 봄 날씨의 변덕이 사람에겐 그저 감기나 걸리게 하는 심술 정도지만, 식물들에겐 생사가 걸린 중차대한 재앙일 수 있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온다. 이날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후배가 일하는 군내면 직두리 부부송 근처에 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봄꽃들을 보게 되었다. 안타깝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비명소리는 없지만 가장 힘든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생명을 보는 것 같아 경이롭기도 했다.

ⓒ시민기자 이정식

그래서 과거부터 사람들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는가 보다. 처음엔 뜨뜻한 실내에 앉아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그저 아름다운 자연풍경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커피를 즐기며 감상했다. 그윽한 커피향이 가득한 여유 있고, 평화로운 그리고 나른한 휴일 오후를 맞이하는가 보다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이로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들이 마치 본 공연을 준비하는 공연단의 리허설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밖에 나가보니 아직은 스산한 봄바람을 마주하게 되었다. 안에서 볼 때와 사뭇 달랐다. 나무들은 아직도 차가운 봄바람을 마주하며 힘들게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시민기자 이정식

남에 일이라면 아무래도 내일처럼 신경 쓰지 않게 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연출되는 식물들의 변화나 새로운 생명을 위한 몸부림이 동화책 속의 그림들처럼 별 의식 없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일 식물들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온 산에는 해산의 고통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들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린 이들에게 그만하라는 소리도, 이해한다는 의미 없는 동조도 할 수 없다. 그냥 바라 볼 뿐이다. 식물들처럼 인간도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식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 하지만 이 험난한 고비를 넘기고 만개한 꽃들을 보면서는 아름답다는 이기적인 탄사를 날리게 될 것이다. 그 꽃들을 배경으로 예쁘다면서 사진도 찍게 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라 치부할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봄바람에 맞서면서 꽃봉오리를 피우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나무들 앞에서 그저 아름답다는 칭찬 외에 다른 할 말을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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