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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과 영혼을 달래주었던 달콤한 짜장면의 추억
2023-04-13 조회수 : 981

시민기자 이정식

 

요즘 포천시외버스터미널 근처를 지나다 보면 한창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에 무척 기쁘다는 생각도 든다. 일찍이 지금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이 포천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하려던 곳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했지만 그동안 포천시의 규모나 위상과는 조금 맞지 않을 정도로 시외버스터미널은 무척 작고 낙후된 것이었다.

터미널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생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바야흐로 그때는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이니 1980년 대 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당시 나는 포천초등학교 근처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멀리 느껴졌다. 잰 걸음으로 걸어가도 15분 이상 걸렸고, 뜀박질을 해야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상 포천에서 서울의 학교로 통학을 했던 시절이었기에 시외버스터미널은 매일 가는 등굣길의 첫 관문 같은 곳이었다. 거의 늘 새벽 첫 차를 타고 나갔다가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어오는 막차나 그 시간 무렵의 버스를 타고 돌아오곤 했다.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고, 고단한 통학 생활이었다. 돌도 씹어 먹을 정도로 한창때인 나이였기에 버스 터미널에 내리면 그렇게 배가 고프고 힘이 빠졌다.

학교생활이 녹녹한 것도 아니었고, 당시 버스들의 편의시설이 지금처럼 좋았던 것도 아니기에 하루 서 너 시간 버스에 시달리면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릴 무렵엔 거의 늘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그때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주었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터미널 근처에 있던 중국집이었다. 이름은 정확하지 않지만 대성식당 또는 대성반점이었다.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중국집이요, 특별할 것 없는 대중적인 식당이었지만 늘 식당에 들어설 때는 어찌나 설레었는지 잊을 수가 없다.

ⓒ시민기자 이정식

당시는 시골 애들이 홀로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을 자유롭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던 시절도 아니었기에 마치 특권층이나 된 것 같은 우쭐한 마음이 들곤 했다. 늘 주문했던 메뉴는, 바로 만들어 달달한 향과 비주얼이 눈에 쏙 들어오는 간짜장면이었다. 보통 짜장면보다는 거의 항상 간짜장면을 주문했다. 보통 짜장면 보다 값도 비쌌고, 따로 짜장양념이 다른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이 뭔가 더 특별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맛도 더 좋았다.

누가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는 것도 아닌데 어찌나 그 간짜장면을 흡입하듯 빨리 먹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남은 짜장 양념까지 혀로 다 핥아먹으면 그 때서야 포만감이 밀려오면서 함께 하루 종일 시달렸던 몸과 마음이 나른하게 녹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 간짜장면의 가격은 500원이었다.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적다고만 할 수는 없는 금액이지만 일주일이면 서 너 날은 이 집에 들러 간짜장면을 먹었다.

물론 간짜장면 만으로 그 시절을 잘 견뎠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짜장면이란 음식이 주는 묘한 포만감과 만족감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입에 착 감기는 달달한 식감은 물론이요, 일단 중국집에 앉아 짜장면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 자체가 일종의 힐링이 되었다. 기대 반, 흥분 반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나 홀로 온전히 즐기는 시간이었다는 말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 어찌 나만 그랬을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시의 힘들었던 현실을 달달한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면서 그래도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든다. 지금이야 당시처럼 사람들이 의정부나 서울에 가기 위해 오롯이 시외버스만 의존하는 시절이 아니니 이런 추억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생길 포천 시외버스 터미널의 새로운 시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후일 미소 짓게 만드는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들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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