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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왕방산 진달래를 감상할 때!
2022-04-28 조회수 : 3214

시민기자 서상경

 

신라 성덕왕 때 강릉태수로 부임하던 순정공을 따라가던 수로부인이 바위 절벽에 핀 꽃을 보고 누가 저 꽃을 꺾어 달라고 했으나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때 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꺾어와 수로부인에게 바쳤다는 꽃 – 바로 진달래다. 수로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진달래가 4월 초중순이면 전국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진달래는 우리나라가 원산이다. 전국의 산야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데 봄소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꽃으로 인식되어왔다. 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가지가 꺾여나가도 다시 피어나는 그 억척스러움이 우리 민족의 정서와 닮았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이야기할 때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우연이었을까.

ⓒ시민기자 서상경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영변은 평안북도 지역 이름으로 산세가 험하고 가팔라 철옹성이라 부를 정도였다. 오늘날 이 지역은 북한이 핵관련 시설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그곳의 약산 진달래를 이웃 동네 구성에서 태어난 김소월은 눈여겨보았던 듯하다. 험악하고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진달래가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데 우리나라 서정시의 기념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을 줄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한 진달래를 나이 서른이 넘도록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학창 시절에는 시를 외우라고 해서 열심히 외웠던 것뿐이고 그런 꽃이 있으려니 했다. 진달래는 해발 50~200m에서 잘 자란다는 것은 한참 후에 알았는데 등산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해후를 했다. 창녕 화왕산, 강화 고려산, 여수 영취산 등은 진달래축제를 열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데 포천 왕방산도 진달래 명산으로 바뀌고 있다.

▲왕방산 팔각정ⓒ시민기자 서상경
▲왕방산 정상 표석ⓒ시민기자 서상경

왕방산 진달래를 감상하려면 왕산사를 기점으로 삼자. 왕산사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조그만 오솔길이 있다. 20분 정도 올라가면 관모봉 표석이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이곳의 넓은 평지에는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진달래 옆에는 소나무가 우람한 모습으로 서 있는데 이 둘은 아주 잘 어울린다. 진달래와 소나무는 닮은 데가 있다.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에서 터전을 잃고 자신의 자리를 내주며 산의 정상 방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흔했던 진달래나 소나무가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경쟁에 약해서이다.

관모봉에서 진달래를 감상했다면 다시 힘을 내어 왕방산 정상으로 향한다. 산길에서는 소나무숲이 매력적이다. 그 소나무 사이에 피어나는 진달래꽃이라니... 30분 정도 올라가면 한북정맥에서 가지를 친 왕방지맥 능선에 서게 된다. 소나무 숲길이 열리고 잠시 후에 팔각정에 닿는다. 환상적인 진달래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누가 진달래를 두견화라고 했는가. 중국 촉나라의 망제 두우가 전쟁에 패해 나라를 잃고 죽어 두견새가 되었는데 매년 봄이 오면 피눈물을 흘리며 온 산천을 날아다니면서 흘린 눈물이 떨어져 핀 꽃이 두견화라 했다. 정말 그럴듯하다. 옛사람들의 꽃을 보는 시각이 이처럼 처연하고 아름답다.

▲소나무와 어울리는 진달래ⓒ시민기자 서상경
▲포천시를 내려보는 조망지ⓒ시민기자 서상경

이원수 선생은 진달래를 보면서 고향을 떠올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그래서 따뜻한 봄이 오면 사람들은 진달래를 보면서 고향 뒷동산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올릴 정도로 사람들과 친밀했던 진달래꽃이다. 먹을 수 있었기에 참꽃으로 불렀다. 뿐만 아니라 진달래를 이용하여 떡이나 화전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충남 당진에는 두견주 전설까지 전해올 정도다. 고려의 개국 공신 복지겸이 병이 들어 몸져누웠는데 어떤 명약을 써도 차도가 없자 효성이 지극한 딸은 매일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그러자 산신령이 나타나 진달래와 찹쌀로 빚은 술을 마시도록 했기에 시키는 대로 했더니 나았단다.

▲왕방산 정상부의 진달래ⓒ시민기자 서상경

이처럼 진달래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면 우리 민족과 무척 가까운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산사에서 시작하여 관모봉을 거쳐 왕방산 정상에 다다르면 진달래의 명품 산행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왕산사에서는 1시간 남짓, 왕복으로 넉넉하게 잡아도 3시간이면 아름다운 포천의 진달래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왕방산 진달래를 감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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