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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길, 포천시 테마임도를 걷다!
2022-07-21 조회수 : 2253

시민기자 유재술

 

치자(治者)의 근본은 치산(治山)과 치수(治水)에 있다고 한다. 제대로 치산, 즉 산을 관리하지 못하고서는 역시 제대로 된 치수 즉, 물의 관리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 준다. 역대 중국의 황제들의 최대 과제는 황하를 어떻게 잘 관리하여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보전하느냐 하는 것이었고, 이 정책을 잘 수행한 황제는 역사가 태평성대의 근본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59년 태풍 ‘사라’가 경상도 지역을 강타하여 단 하루 만에 사망과 실종이 8백 명을 넘고 이재민이 31만 명 발생했으며 1,900백억 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은 단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전쟁으로 인해 국토가 황폐화되고 국토의 효율적 재건을 할 여력이 없어 기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사라’는 엄청난 재해를 안겨주었다. 전쟁이 없었고 산림이 우거져서 물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 국토였다면 아무리 큰 자연재해라도 그 피해를 얼마간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오늘 기자는 포천시가 치산치수의 으뜸 사업으로 추진 중인 ‘테마 임도’를 가 보기로 한다. 임도는 산에 길을 내어 임산물의 운반과 산불의 발생 시 소방도로의 역할을 하여 신속하게 산불을 진압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숲이 인간에게 주는 수많은 혜택을 인간에게 도로를 통해서 연결하는 통로이다. 2019년 ‘전국 임도시설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포천시는 기존의 신읍동 임도에 어룡동에서 시작하는 어룡동 임도를 새로 개설하였고, 지금은 왕방산을 휘돌아 신북면 심곡리 깊이울 저수지로 이어지는 사업을 야심 차게 전개하고 있다.

ⓒ시민기자 유재술

피톤치드 향이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온다는 오전 9시. 맥고모자를 쓰고 그리고 간밤에 내린 폭우로 길이 미끄럽고 질척거릴 것에 대비하여 장화를 신고 길을 나선다. 기자는 선광사에서 시작하는 어룡동 임도에서부터 먼저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총 길이 2.3㎞의 어룡동 임도(林道)는 지난 2019년에 임도 건설을 시작하여 2020년 완공되어 일반에게 개방된 것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자, 그럼 우선 떠나보자. 선광사(善光寺)는 어룡2통 왕방산 자락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산사(山寺)로 1995년에 창건된 절이라 그리 역사가 오래된 사찰은 아니다. 관계자들의 거주공간인 요사채와 대웅전으로 쓰이고 있는 조립식 건물, 그리고 정작 대웅전으로 사용되어야 하나 웬일인지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커다란 한옥 건물 1채로 구성된 작은 사찰이 전부일뿐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방문했을 당시 사람의 기척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 살고 있는 흔적이 있어 보이기는 해도, 적막강산이었다. 갑자기 산꿩이 푸드득 날아올라 조용한 산사의 아침 공기를 가른다.

ⓒ시민기자 유재술

길을 잡아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임도는 산자락을 한 바퀴 휘돌아 우회하여 낮은 경사를 따라 왕산사 방향으로 이어진다. 산길을 걸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산은 너에게 무엇이고 숲은 너에게 무엇이냐.

산은 나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지만 교만한 나는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오로지 내가 잘난 줄만 아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인 산소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바로 이 숲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더냐. 나는 그 고마움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냐. 숲은 세상 최대의 산소공장이다. 숲은 인간이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다.

걷기만 해도 사람이 가진 대개의 병이 낫는다지 않던가. 근자에 제대로 운동도 못했는데 오늘 한번 제대로 걸어보자. 맨발로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굳은살 하나 없는 내 발바닥이 이 거친 땅의 기상을 그대로 받아줄지 걱정이 앞선다. 그저 천천히 걸을 뿐이다. 걷기 시작한지 한 삼십분 지났을까. 등허리는 물론 온몸이 이미 땀으로 젖어든다. 걷는 내내 이름을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꽃들과 나무와 시원한 바람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시민기자 유재술

산모퉁이를 한 돌아서면 어떤 곳은 의자가 있고, 또 어떤 곳은 그네가 있고, 또 어떤 곳은 이처럼 돌로 된 쉼터가 있기도 하다. 바윗돌 쉼터가 눈에 들어와 잠시 앉아서 더위에 지친 몸을 쉬어가기로 한다. 가운데 넓은 곳은 비워두고 마음이 맞는 그 누군가와 양옆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나누었으면 좋으련만 뜨거운 태양은 어서 그늘로 들어가라고 재촉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숲은 또한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답고 신기하며 모든 것을 걸러내는 완벽한 정수기이다. 비록 어제 내린 비의 덕분이기도 하겠으나 이처럼 눈이 시원하고 귀가 아름다운 정수기가 있는가.

ⓒ시민기자 유재술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 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김소월 - 산유화 中]

소월의 시(詩)처럼 산에는 이렇게 꽃이 많이도 피어있다.

ⓒ시민기자 유재술

2.3㎞의 어룡동 구간은 포천시 테마 임도의 가장 긴 구간이다. 그러니 산을 넘고 강을 건너가는 것은 아니겠으나 좀 걷다가 쉬어간들 뉘라서 뭐라 하겠는가.

준비해온 음료 한 모금 마시면서 또 한 번 숲을 바라본다. 숲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저수지이기도 하다. 간밤에 그리 많은 비가 내렸어도 산에 숲이 있어 우리 시민이 사는 시내가 온전하지 않은가. 만일 벌거벗은 산이었다면 산사태로 인해 농작물과 사람이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흙탕물이 넘친 개울은 사람이 사는 집을 덮쳐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숲이 있어 내린 비 모두를 품에 담아두고 있다가 조금씩 풀어놓아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민기자 유재술

다시 일어서서 산길을 걷는다. 어룡동 구간을 다 지나는가 보다. 어느새 왕산사 입구에 설치된 시설물들이 보인다.

ⓒ시민기자 유재술

왕산사 앞을 지나 이어진 임도를 따라 심곡리 방향으로 길을 잡아 다시 걷는다. 이곳은 어룡동 구간과 달리 길이 숲의 터널이다. 눈도 마음도 가슴도 시원해진다. 온몸 깊숙이 산의 숲이 주는 깊은 피톤치드 향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또 터벅터벅 갈 길을 걸어간다.

ⓒ시민기자 유재술

길은 어느새 왕방산 정상과 심곡리로 연결되는 세 갈림길이 되어 나타난다. 망설임 없이 노란색 표시를 따라 정상이 아닌 심곡리 저수지 방향으로 길을 걸어간다. 산세가 험하다 보니 간밤에 내린 비로 곳곳에 폭포가 들어서 나를 쉬러 가라 유혹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그런데, 길이 점차 위험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공사를 하는 굴삭기도 보인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간에 다다른 것 같다. 더는 갈수 없으니 여기서부터는 되돌아가야 한다. 이 길이 완공되면 다시 한번 테마임도를 종주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돌아선다. 산길을 되돌아 내려오는 길도 눈에 새롭다. 꽃도 나비도 이상한 바위도 다시 보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민기자 유재술

사실 호병골에서 왕산사에 이르는 구간은 임도라기보다는 절에 오르는 길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차량 통행의 편의를 위한 아스팔트 길이라 걷는 사람에게는 다소 발바닥에 무리가 간다.

ⓒ시민기자 유재술

제법 먼 길을 걸었다. 많이 걷느라 땀을 좀 흘리기는 했어도 조금이나마 운동이 부족했던 몸에 유익했고 마음이 산만했던 내게는 숲이 주는 신선함으로 가득 채워진 상쾌한 하루였음이라 자부한다. 왕방산 테마 임도를 포천시민들이 많이 알고 이용하여 힐링의 숲길을 걸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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