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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햄스터 기동이
2012-05-31 조회수 : 5818

요즘은 사람들이 반려동물들을 많이 키우는데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조금은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그런 일을 할 수 있고,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오히려 동물들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생활환경적인 면에서 아이들이 있는 집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 이 점도 부정적인 시각에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큰아들이 학교 친구가 햄스터를 많이 키우는데 분양을 해 주었다면서 한 마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처음 온 날 뭐하러 이렇게 가지고 왔느냐고 타박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가지고 온 것이니 그냥 키워주기로 하고 안 쓰는 어항을 비워서 그 녀석 집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름도 아들의 동생이란 뜻으로 기동이라고 붙여 주었습니다. 기동이를 쳐다보니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점점 그놈이 하는 짓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작고 약해 보이는 녀석이 해바라기씨를 들고 낑낑거리면 까먹는 모습은 정말 귀엽고 재미있었습니다. 자료를 보니 햄스터는 해바라기씨를 제일 좋아하는데 너무 많이 주면 살이 쪄서 안 된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햄스터의 건강까지 챙기는 사람들의 자료를 보면서 조금씩 녀석에게 정이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자꾸 먹이를 주면서 이름을 불러주니 이젠 제법 나와 친해져서 이름을 부르면 집에 나와서 손에 이렇게 폴짝 올라앉기까지 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름을 불러주면 정말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햄스터는 친해지지 않으면 이빨로 손을 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이제 정이 들어 오히려 손위에서 웃는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은 아이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좋아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이젠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이들보다 이 녀석을 먼저 찾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집사람이 기동이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높은 어항을 어떻게 탈출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 어디로 갔을까를 온 식구가 궁리하면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밤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쫓아 가보니 녀석이 옷들을 정리한 상자 뒤에서 달달 떠는 모습이었습니다. 너무나 반갑고 좀 화도 나고 이거 뭐 완전히 집 나간 자식 찾은 격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여유가 있고, 성격이 별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가진 감성과 본능으로 동물들과 감정을 교차하고 정을 준다는 것은 오히려 나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는 일이 좀 힘들고, 밖에서의 안 좋은 일도 이 녀석을 보면서 다 잊게 되고 나의 감성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돈으로 살 수 없고, 술로도 풀 수 없는 스트레스 해소의 일등 공신인 셈입니다.

기동이가 이렇게 우리 집에 활력을 불어 주었지만 혼자 있는 것이 안 좋아 보여서 기동이의 동생격이고 우리 아이들의 두 번째 동생이란 의미의 기둘이를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이 두 놈이 사이좋게 잘 지내면서 더 좋은 장면을 연출하리라 생각했던 저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하도 두 놈이 싸워대는 통에 결국 둘은 분리되어 살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지 않은 햄스터들은 사이가 나쁜가 봅니다. 우리 집에서의 장난 같은 시간이 애들에게는 삶의 전체이니까 어쩌면 그런 치열함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놈이 되었으니 어쨌든 햄스터 사회가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도 형성된 셈입니다.

야행성인 햄스터들은 밤만 되면 나와서 노는데 처음에는 그런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소음으로 들려 참 짜증 났었는데 이젠 그 소리가 안 들리면 잠이 잘 안 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반려동물이 부담스러울 만큼 크거나 비싼 것이 아니라면 이런 감정적인 소통을 위해서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애들과 얼마나 더 좋은 관계로 갈까요? 기대되는 시간입니다.

시민기자 이정식 (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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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견글 5
  • ㅈㅈㅎ 2013-07-23 삭제
    귀엽네요
  • 이정식 2012-06-02 삭제
    햄스터들이 정말 귀엽더라고요... 즐거운 시간입니다.
  • ㅇㅇ 2012-05-31 삭제
    저도 햄스터 4마리와 1년 넘게 살고 있는데 메인에 걸린 기동이 사진을 보고 반가워서 글 잘 읽고 갑니다. 기동이, 기둘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랄게요.
  • ㅇㅇ 2012-05-31 삭제
    또한 번식력이 막강한(?) 녀석들이라 암수를 함께 키우면 단기간에 몇십마리로 불어날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하구요. 간혹 새끼를 잡아먹는 행동때문에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새끼를 돌볼만한 환경이 안된다는 불안감을 주거나 새끼를 손으로 만져서 사람냄새를 묻히게 될 경우 일어날수 있습니다.
  • ㅇㅇ 2012-05-31 삭제
    햄스터는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라 합사는 하지 않는것이 좋답니다. 햄스터에겐 자기 영역에 다른 햄스터가 존재한다는것이 아주 큰 스트레스이기때문에 싸우다가 피를 보거나 심하면 죽는 경우까지 있으니 합사는 피해주세요. 외로워보인다는건 사람의 관점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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