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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2014-08-24 조회수 : 6625
얼마전 우연히 일본 교양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레이션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들었다.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전통의 김치 맛입니다." 라는 대목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과연 저들이 어머니가 만들어 준 김치를 먹어보기는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몇 년 전 중국 출장을 갔을 때 내가 한국인이니까 먹으라면서 식당에서 김치를 주문해 주었다. 그들은 김치라 부르지 않고 '포차이'라고 했다. 하지만 본인들은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고, 다만 유행하는 음식이라 익숙한 듯 했다.


이렇게 우리 전통의 음식 중에 가장 으뜸인 김치를 마치 자신들의 음식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현대 글로벌 사회의 특징 중에 하나인 문화의 전이가 빠른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지금처럼 고추가루가 들어간 빨간 김치를 먹은 적이 없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것을 생각하면 수 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은 하얀 백김치를 먹어왔던 것이다. 고추라는 외래의 음식재료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지금의 빨간 김치의 전형을 만든 것처럼 그렇게 중국이나 일본으로도 우리의 김치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그렇게 쉽게 간과할 수만은 없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일본에서는 김치를 자신들의 생산품이라 홍보하면서 건강식품으로 서양에 수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최근의 대세에 편승하여 마치 김치를 전통적으로 자신들이 만들어 온 것처럼 홍보하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김치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일본에서는 아예 직접 생산을 하여 브랜드까지 우리의 것을 그대로 채용하는 막걸리가 점점 많아진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나중에 막걸리도 일본 전통주라고 하지 말라는 법이 없을지 모른다.


포천이 가장 주산지인 '잣'의 경우도 우리가 파는 것보다 다른 지역에서 특산품으로 팔리는 것이 더 값도 좋고 브랜드 파워도 좋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산업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고 유통이 가진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생각할 때 한 마디로 힘센 자가 더 많이 팔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내가 손에 뭔가를 쥐고 있을 때 이렇게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그래야 원래 생산자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이고 전통을 지킨자가 더 인정을 받는 것이다. 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뭘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것과 막걸리와 잣을 지키기 위해 포천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브랜드는 생산과 유통을 능가하는 엄청난 산업분야로 성장했다. 그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하고, CI작업을 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제3의 권력이 바로 브랜드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생산자가 그런 브랜드 파워를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정도 넘어간 주도권을 어떻게 다시 가지고 올 수 있을까?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지는 도시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몰라도 몇 년 후에는 당시에 왜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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