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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즐기는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
포천의 막국수 집 탐방기
2022-07-14 조회수 : 3680

시민기자 이정식

 

여름철 냉면만큼이나 많이 찾고, 자주 먹는 음식이 바로 막국수다. 메밀을 주재료로 면을 만드는 막국수는 춘천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다. 물론 옛 문헌을 보면 냉면으로 유명했던 평양에서도 막국수를 자주 먹었다고 한다.

우리 포천에도 유명세를 타는 막국수 집이 여럿 있는데 아마도 강원도와 가까운 지리적인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왜 막국수라는 이름이 생겼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민간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음식 이름을 어떤 유래로 만들어졌다 단언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공식적인 인쇄 매체로 막국수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34년 7월 13일, ‘매일신보’ 4면에 “평양 부내 선교리에서 소위 막국수[黑麵]를 먹고 8명이 중독된 사건이 있다.”라는 부분이다. 이날 신문에서는 냉면과 막국수에 들어간 상한 고명 고기 때문에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있다고 기사를 썼다. 기사 내용만 봐서는 당시에도 냉면과 막국수는 분리하여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냉면은 막국수보다 메밀 함량이 적다. 이유는 글루텐 때문이다. 메밀에는 글루텐이 거의 없어 면에 찰기가 떨어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밀가루나 감자 전분을 넣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막국수에는 비록 면의 찰진 식감은 떨어져도 메밀 100%를 넣어 진정한 메밀 맛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즉, 메밀을 곱게 갈아 반죽한 뒤 틀로 면을 뽑고, 뽑자마자 바로 뜨거운 물에 넣어 면을 만들어 먹었다는 점에서 막국수라는 이름이 생겼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래야 어찌 되었든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방법의 하나로 막국수를 즐기는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까 한다.

ⓒ시민기자 이정식

① 철원막국수(포천동)

포천의 막국수 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주자격인 집이 바로 이 집이다. 호병천 상류에 있는 이 집은 업력이 50년이 넘었을 정도로 내공 있는 노포이다. 포천에 있지만 상호가 철원막국수라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는데, 워낙 오랫동안 막국수 하나로 포천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은 집이라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여름만 되면 이 집 문턱을 넘는 이들이 많다. 보통 막국수 집에 가면 주문할 때 물이냐 비빔이냐 이런 구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집은 그런 구분이 없다. 아예 양념에 비벼져 나오기 때문이다. 매콤, 달콤한 양념에 비벼진 면에 함께 나오는 육수를 부어 먹는데, 많이 넣으면 물 막국수가 되고 그냥 먹으면 비빔 막국수가 되는 것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② 지장산막국수(관인면)

지장산 입구에서 역시 수 십 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노포, 지장산 막국수가 있다. 이 집은 한탄강 댐이 생기면서 살짝 옮겨 지금의 자리에서 새롭게 건물을 짓고 영업하고 있다. 지장산 막국수의 면은 껍질 같은 검은 부분이 눈에 많이 띈다. 도정을 깊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지장산 막국수는 비빔 막국수를 주문한 뒤 차가운 육수를 가득 부어 물 반, 비빔 반 형태로 먹는 것이 가장 탁월한 맛을 자랑한다. 주말이면 한탄강을 찾는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③ 운천막국수(영북면)

운천에는 군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즐기게 되었다는 업력이 만만치 않은 운천막국수가 있다. 장군들이 주로 먹으러 왔다 하여 주변에서는 장군 막국수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특이하게 지하가 더 넓은 운천막국수도 인근에서는 메밀향이 알싸한 실력 있는 막국수 집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집들도 사정이 비슷한데, 운천막국수에 와서 막국수만 달랑 먹고 가는 손님은 거의 없다. 편육을 함께 주문해서 먹는데 그냥 막 먹는 국수가 아니라, 특별한 손님을 접대하는 기분으로 먹을 만큼 맛이 좋고, 격도 살아 있는 곳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④ 남부막국수(창수면)

가양리 대로 변에 위치한 이 집은 춘천에 있는 남부막국수와 레시피가 아주 비슷한 집이다. 이 집의 특징은 막국수에 설탕을 넣고, 위에 고명으로 고춧가루를 뿌려 준다는 점이다. 이런 구성은 춘천에 있는 남부막국수집과 아주 유사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비교적 다른 집들보다 달달한 맛이 특징이고, 육수에 참기름을 많이 넣어 면발이 부드럽고, 술술 잘 넘어간다는 장점도 있다. 이 집 역시 막국수만 즐기는 손님보다 갈매기살을 구워 먹고 나중에 막국수를 먹는 선주후면의 이치를 아는 손님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 집의 진짜 별미는 녹두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빈대떡이기도 하다.

ⓒ시민기자 이정식

⑤ 홍가네막국수(영중면)

이 집은 여름에 만 영업한다는 특별한 영업전략이 있다. 막국수는 유래를 따지자면 원래 겨울에 먹던 음식이라지만, 요즘에야 여름철 주메뉴가 되었으니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38 휴게소에서 마을 안쪽으로 한참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집이지만, 여름이면 막국수 먹는 손님들의 차가 주차장에 가득하다. 다소 알싸하고, 심심한 맛이 특징이고, 메밀의 향도 잘 살아 있는 고급진 맛이다. 막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서 전원 풍경이 고즈넉한 창밖을 내다보는 것도 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묘미 중에 하나다.

ⓒ시민기자 이정식

⑥ 맛집막국수(신북면)

신북온천 앞에 있는 이 집은 아주 한적한 시골 도로 옆에 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온다. 이미 어느 정도 맛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백김치가 일품이고, 수육도 부드럽게 잘 삶아져 나온다. 마치 분식집이나 고깃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깔끔한 인테리어의 국숫집으로 다소 검은 메밀면이 특징이다. 보통 알싸한 메밀향이 진한 면에는 과하게 양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즐기는 것이 메밀 마니아들의 습성이다. 바로 이 집에서 이런 메밀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진정한 맛집이 아닐까 한다.

ⓒ시민기자 이정식

⑦ 한함지막국수(화현면)

마지막은 화현면에 있는 한함지라는 막국수집이다. 처음 이 집에 갔을 때 과연 이렇게 한적한 시골 식당에 사람들이 올까 싶었다. 하지만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 집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스탠다드 한 맛이라 할 수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투박한 듯, 실력이 넘치는 듯, 이 집의 막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그런 스탠다드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막국수 외에 다른 메뉴들도 많지만 이 집은 막국수를 전문으로 팔아 의정부에 지점도 낼 정도로 맛있는 실력을 인정받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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