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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가을 날씨에 영혼을 달래주는 뜨끈한 국물 한 그릇
포천의 칼국수집
2022-10-26 조회수 : 1845

시민기자 이정식

 

엄마손 칼국수라는 간판을 보고 기겁했다는 외국인들과 달리 우린 엄마손 칼국수에 엄마손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엄마가 해준 칼국수라 하여 더 맛있게 느껴지고 정겹게 다가온다. 칼국수는 꼭 식당에서 사 먹지 않아도 어느 집에서나 쉽게 해 먹던 음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면사랑은 대단한 것이라 날씨가 좀 쓸쓸해지면 유명하다는 칼국수 집 앞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양의 국수는 국물이 없지만, 우리의 칼국수는 면과 함께 뜨끈하고, 진한 육수의 국물을 함께 먹는다.

칼국수의 버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골을 국물로 하는 경우도 있고, 해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멸치나 바지락만 넣은 국물도 있다. 국물의 맛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어쨌든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면서 면을 건져 먹는 맛이 일품인 우리의 소울푸드가 바로 칼국수일 것이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칼국수를 먹기 위해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포천엔 과연 어떤 칼국수 집들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자.

 

■ 어룡동 홍두깨 칼국수

소흘읍과 어룡동에 나뉘어 있던 홍두깨 칼국수는 몇 년 전 지금의 자리로 새로 건물을 짓고 한 집이 되면서 이전했다. 홍두깨 칼국수는 진한 사골국물이 특징인 집이다. 명절 때 먹던 진한 소고기 국물을 한껏 머금은 면을 함께 먹으면 보양식이라도 한 그릇 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면 역시 가게 이름답게 직접 홍두깨로 밀어 만든다. 면만으로 부족하다 느낀다면 밥 한 공기를 달래서 국물에 말아 먹는 것도 괜찮다. 여기선 공깃밥 값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더 좋다. 하도 찾는 이들이 많아 점심시간에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집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 소흘읍 일품칼국수

43번 국도변에 있는 이 집은 멸치와 디포리 같은 생선으로 국물을 내는 집이다. 생선으로 국물을 내면 우리가 집에서 해 먹던 칼국수 맛과 비슷해지는데 거기에 실력이 더해져 아주 감칠맛이 도는 국물이 된다. 여기에선 익숙하지만 진한 국물을 만날 수 있다. 입에서 감도는 달달하면서 진한 감칠맛은 면에 겉절이 김치를 함께 먹을 때 배가 된다. 생선 육수지만 워낙 진하기 때문에 걸쭉한 국물이 특징이기도 하다. 칼국수 장인답게 별다른 메뉴는 없고, 칼국수 하나에 진심을 다하는 곳이라 하겠다.

ⓒ시민기자 이정식

■ 소흘읍 하드림 칼국수

고모리 입구에 있는 이 집은 해물칼국수 전문점이다. 면을 직접 손님이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 방식인데 바지락을 추가하면 더 진한 해물 국물을 얻을 수 있다. 손님이 만들어 먹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사람은 덜 익은 면을 먹을 수도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하면서 기다리면 정말 진한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생면을 주기 때문에 익을 때까지 약간의 시간은 필요하다. 밀가루 특유의 향과 진한 해물 국물이 조화를 잘 이루는 곳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일동면 최고의 집 칼국수

칼국수 자부심이 강한 일동면의 최고의 집도 해물을 주재료로 국물을 만드는 곳이다. 하드림 칼국수처럼 손님이 직접 면을 조리하면서 먹는 방식인데 여기도 이런저런 해물을 가득 주기 때문에 칼국수와 함께 해물을 먹는 맛이 쏠쏠한 곳이다. 에피타이저로 내어주는 보리밥을 고추장에 비벼 먹고 나서 진한 해물 육수를 먹게 되면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칼국수 냄비 가운데 당당하게 들어 있는 낙지가 늠름해 보이는 진정한 해물칼국수라 하겠다.

ⓒ시민기자 이정식

■ 영중면 항아리 손칼국수

영중면 성동삼거리는 평소 사람 왕래가 많은 곳이 아니지만, 점심시간만 되면 북적인다. 이 집에서 칼국수를 먹는 손님들 때문이다. 해물 국물이 일품인 이 집의 칼국수는 근처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특이한 것은 여기서 비빔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뱅이무침과 비슷한 맛이 나는 비빔칼국수 역시 이 집이 인기를 누리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강하지 않은 양념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면발이 강점인 곳이라 하겠다.

ⓒ시민기자 이정식

■ 소흘읍 신수원 칼국수

소흘읍에는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푸짐한 해물로 승부하는 신수원 칼국수 집이 있다. 신수원 칼국수는 냄비 가득 들어 있는 엄청난 양의 해물이 바로 포인트이다. 완전히 조리된 상태에서 손님에게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여기서도 약간의 기다림은 필수다. 마치 잘 만든 작품을 보는 것처럼 이 집의 칼국수는 정교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반 조리된 칼국수를 포장해 가는 손님이 유난히 많은 곳이기도 하다.

ⓒ시민기자 이정식

■ 신북면 기지리 시골집 칼국수

이 집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시골길에 식당이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정말 어릴 적 추억이 그대로 소환되는 옛날 집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음에 감탄한다. 손님들은 일단 진한 육수를 자신이 팔팔 끓이다 생면을 넣어 어느 익혀 먹는 약간의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그 약간의 기다림 끝에는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느니 ‘어떻게 이렇게 담백하고 진한 맛이 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깔끔한 칼국수를 만날 수 있다.

ⓒ시민기자 이정식

■ 영북면 운천 칼국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늦장을 부리다간 이 집에서 칼국수 한 그릇 먹기가 쉽지 않다. 기계로 뺀 면발은 정말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자연스러운 한 그릇의 칼국수를 보장한다. 부드러우면서 진한 국물은 영혼을 달래주는 맛이라 하겠다. 아주 각별한 특징을 가진 맛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렇게 편안하고, 익숙한 맛이 날까 의아할 정도로 정말 친숙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칼국수를 먹으면 속도 편한 것 같다.

ⓒ시민기자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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