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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맛 - 산정호수 산채비빔밥
2022-11-30 조회수 : 1485

시민기자 변영숙

 

해마다 구례니 산청이니를 다녀오기 때문에 전라남도 구례가 그렇게 특별한 여행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몇 년 전 구례 여행이 유별나게 기억나는 것은 그 여행에서 맛보았던 ‘산책 정식’맛이 지금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상호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산채 연구소'비슷한 이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노릇이다. 대한민국 어딜 가나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산채 정식이나 산채비빔밥 아닌가. 바닷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대도 유난히 기억나는 산채의 맛이 있다는 말이다. ‘같은 산채라도 조리법이나 관리가 다르면 맛도 달라지는 모양이다.’라고 추측할 도리밖에.

최근 포천 여행에서도 비슷하게 감동적인 맛을 본 식당이 있다. 산정호수 내에 있는 ‘서울식당’이다. 다니다 보면 상호로 ‘서울식당’을 사용하는 곳이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지방에 그런 곳이 많다. 그 이유로 ‘서울식으로 요리’를 하는 것일까. ‘주인이 서울 사람인가’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서울에서 식당을 하다 지방에 내려와 식당을 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서울식당'에 가게 돼도 선뜻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그렇게 편한 노릇은 아니어서 실제로 답을 들은 적은 없다. 실제로 물어보면 그 이유는 꽤나 다양하리라. 그런 이유로 산정호수의 서울식당이 왜 서울식당인지는 모른다.

ⓒ시민기자 변영숙

각설하고 산정호수 서울식당은 산정호수가 국화공원 바로 맞은편에 있는 식당인데 외관은 여느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메뉴 역시 다른 산정호수 인근의 식당들과 ‘도긴개긴’으로 산채정식, 두부요리가 주메뉴이다. 누구의 추천을 받고 간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네이버 블로그 후기 하나 읽지 않고 불쑥 들어간 집이라 그 맛의 여운이 더 짙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민기자 변영숙

어머니와 필자는 더덕정식을 주문했는데 두 사람 모두 본 메뉴인 더덕정식보다는 사이드로 나온 산채에 더 열광했으니 ‘더덕구이’가 심술이나 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시민기자 변영숙

나물 가짓 수가 열 가지가 넘었는데 반찬으로 나온 것이라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딱 두 사람이 남기지 않을 만큼의 양이었다. 접시 하나하나에 나물이 담겨 나온 것이 아니라 구절판처럼 하나의 큰 접시에 나물이 죄다 담겨서 나왔다.

ⓒ시민기자 변영숙

파란 나물, 하얀 나물, 좀 덜 파란 나물, 갈색 나물, 미색 나물 등이 한데 어우러지니 색의 향연이 따로 없었다. 구중궁궐에서 먹었다는 구절판보다 더 화려한 느낌이다. 보기에도 참 정갈해 보였다.

ⓒ시민기자 변영숙

된장찌개에도 다양한 버섯들이 그득하고 맛은 그윽했다. 인공조미료의 맛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집에서 담근 집 된장의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가 화룡점정을 찍으니 어느 군주의 밥상에 부럽지 않은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나물은 따로 한 가지씩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도 좋고, 큰 그릇에 밥을 풍덩 쏟은 후 갖은 나물을 조금씩 덜어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 먹어도 좋다. 우리는 후자의 방식을 따랐다. 엄마와 내가 양분해서 넣으니 양이 딱 맞았다.

나물이 어찌 그리 부드럽고 담백한지. 집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상에 오르는 특별할 것 없는 나물이건만 맛에 있어서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보기보다 입맛이 까다로운 어머니의 입맛까지 사로잡았으니 ‘포천 산정호수 맛집’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조물조물 무쳐 주는 나물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맛이 가볍고 산뜻하다.

우연히 발걸음을 한 산정호수 서울식당은 우리에게 기대 이상의 맛을 선사해 주었다. 여직원의 싹싹함도 봄나물처럼 산뜻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혹시 산정호수를 찾는다면, 그리고 밥집을 찾는다면 호수가 바라보이는 ‘서울식당’을 한 번 가 보시라. 당신이 생각하는 산채정식의 맛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갈한 산채정식을 맛보게 될 것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그런데 뜻하지 않은 반전이 있다. 네이버 후기를 보니 산정호수 식당들의 산채 정식 맛이 모두 좋다고!!!. 수도권에서 산채 정식이나 산채비빔밥이 먹고 싶거들랑 산정호수로 가라!. 산정호수 일대에는 서울식당 외에도 중앙식당, 해룡식당 등 산채 전문점이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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