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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겨울, 익어가는 우리의 장(醬)을 찾아서...!
2023-01-10 조회수 : 1408

시민기자 유재술

 

겨울이 하얗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날도 더 춥고 눈도 더 많이 내리는 듯하다. 아침부터 내린 눈은 한낮이 되어서야 그쳤는데, 이로 해서 온 세상이 동화처럼 하얗다.

ⓒ시민기자 유재술

소나무 가지마다 척척 내려앉은 눈과, 장독대 뚜껑마다 소복하게 쌓인 눈은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정겨움을 준다. 가슴이 훈훈해진다. 금방이라도 친정어머니가 장독 뚜껑을 열고 된장을 한 사발 가득 퍼주실 것 같은 느낌이다.

새해 들어 첫 일정으로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 장(醬)을 만드는 '청산솔둥우리'를 찾아간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그 방식대로 장을 담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유재근 대표와 그에 대해서 알아보자.

ⓒ시민기자 유재술

안주인께서 내오신 국화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그리고 장독대 한켠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에서 열린 감으로 만든 곶감을 들면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안주인께서는 수년 전 꽃차를 만들기 위해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따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있는데, 개복숭아꽃차, 국화차, 칡꽃차 등으로 만든 꽃차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한잔 마시는 필자에게 꽃차는 솔직히 조금 낯설다.

이에 대해 안주인 김정*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적당하면 커피던 무엇인건 간에 다 몸에 좋지만 꽃차는 그 향기가 우선 다르다. 또 몸에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기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서 한번 이곳에서 맛을 본 손님들은 꾸준히 거래를 한다." 국화꽃차만 하더라도 눈과 머리를 맑게 해주고 혈기를 도와 원기를 왕성하게 하나, 단 한 번으로 되는 일은 없다. 꾸준하게 일상적으로 마셔랴 효능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꽃차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길어졌다. 왜, '청산솔둥우리'라 했을까. 해발 374m의 덕대산 아래 자리잡은 칠월리 마을은 포천에서는 아마도 가장 높은 지대일 것이다. 그 청산을 들어오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청산고개의 왼편에 둥그런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에는 옛날에 소나무가 많아서 이름이 솔둥우리라 하였는데, 그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잠시 일어나 장독대를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항아리 안에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장들이 숨 쉬고 있다. 급히 만들어서 시중에 내다 팔아야 하는 상업적이고 공업적인 인스턴트적 식품이 아니다. 자, 그럼 이 3년을 기다려 손님을 맞아야 하는 장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시민기자 유재술

유재근 대표는 직접 농사를 짓는다. 주로 밭농사 위주인데, 장을 만들기 위한 콩과 수수, 잡곡은 물론 여름철 찾아오는 내방 손님들을 위한 채소류와 과일 등도 직접 가꾸어서 신선함을 특징으로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메주를 쑤기 위해 당연히 콩은 직접 재배하고 있으나, 연간 소비되는 80kg 짜리 20가마 분량에는 다소 생산량이 못미처 조합원으로 있는 농협에서 수매한 콩을 소량 구입하여 사용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편리하게 가스를 사용해서 가마솥에 불을 때 콩을 삶는 방법도 있겠으나 아궁이 한가득 장작을 넣어 불을 때서 콩을 삶는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무쇠솥에 밥을 지은 것과 양은 냄비 솥을 가스불 위에 올려놓고 밥을 지은 것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일단 맛이 다르다. 훨씬 구수하다. 또 으깨지는 단단함이 더하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이 추워서 장작도 다른 해보다 훨씬 많이 들어갔다.

ⓒ시민기자 유재술

다 삶아진 콩은 나무틀에 넣어 메주를 만든다. 황토벽으로 만들어진 메주 발효실이다. 이곳에서 메주는 장을 담그는 봄철까지 약 50일 정도 자연발효되면서 숙성된다. 짚을 꼬아만든 새끼줄로 메주를 동여매는 방법 또한 전통의 방식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어차피 모든 과정이 가내수공업이다. 사람을 구해 할 것도 없이 두 내외만의 힘으로 충분하다. 편하게 하자고 사람 구해서 일하면 남을 것은 무엇이 있겠는가. 만들어진 메주는 나무로 된 기둥 거치대에 매달아 올려 겨울을 난다.  메주를 보고 있자니, 시렁에 가지런하게 걸려있는 도서관에서 메주로 만든 책을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되었다.

ⓒ시민기자 유재술

좋은 숙성을 위해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 터라 난로를 이용해서 적절한 상태를 유지한다. 또 열기가 골고루 잘 돌도록 선풍기를 연하게 돌려서 공기를 순환시킨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이 농가의 장류 사업도 번창하기를 기대한다.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콩을 띄우는 모습 또한 정겹다. 짚으로 된 토막은 볏짚에 고초균이 붙어 있어, 사람의 장(腸) 안에서 유해 물질이 자라는 것을 막고 소화를 돕는 고초균은 청국장을 발효시키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균이며, 청국장에서 나는 냄새가 특이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 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애호박을 길렀었는데, 안주인이 어느 날 애호박을 따서 상자에 담아 농협 공판장에 출하를 했다. 다섯 상자에 8천 원도 안되는 너무나 허전한 낙찰가에 실망을 하던 차에, 우연히 집 앞을 지나가던 차에서 사람이 내려 애호박을 몇 개 사 가더란다. 당연히 경매값보다는 좋았고 하여 남편을 졸라서 작은 평상을 만들어 놓고 광주리에 애호박과 오이, 고추 등을 팔아보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꽤 괜찮았다. 손님들은 원두막을 쳐서 해를 가리게 해 달라고 청했고, 하여 평상을 중심으로 원두막이 만들어졌다. 어떤 날은 풋고추를 사 가는 손님이 찍어 먹을 고추장을 달라고 해서 집에서 먹던 고추장을 내놓았는데, 이게 또 제대로 된 호응을 불러왔다.

​일이 점점 커졌다. 채소와 참외 같은 과일, 그리고 고추장 된장에 잡곡과 산나물 옥수수 등도 내다 팔게 되니 돈이 좀 모이기 시작했다. 일이 바빠지고 힘들었으나 벼농사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층 소득이 좋았다. 올해로 21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부부는 다소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나름대로 만족하며 이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전통의 방법으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 등은 사간 손님들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

ⓒ시민기자 유재술

이 간장을 사간 손님으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장'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메일을 받았을 때, 안주인은 너무나 감사하고 이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고 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설 명절을 보름 정도 앞두고 있는 '청산솔둥우리'는 지금 대목 준비로 바쁘다. 주문이 들어오는 양을 맞추기 위해 내외가 동분서주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전통은 편하지 않다, 힘들다. 전통은 쉽지 않다, 어렵다, 그리고 고단하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가 전통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그 방법만이 전통의 맛, 고향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전통 장맛을 고집하는 청산솔둥우리의 행복한 앞날을 위해 시 한수 읊조리며 글을 마감한다.

​<솔둥우리 사계(四季)>

봄꽃피어 추위를 물리고
눈물나게 고운 단풍이 젖어드는 가을에

​몇해 전 하늘가신 친정엄마가 그립고
차 한잔 같이 할 소중한 그들이 보고프면

​하얀 눈 깊이 쌓여 포근함이 동화같은
그곳으로
나 거기 찾아가리!

​그리하여 초록을 벗삼아 자연을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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