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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고개는 정말 여우가 살았을까?
2021-10-13 조회수 : 2998

시민기자 서상경

 

국가지원지방도 제78호선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서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를 잇는다. 2001년에 새로 지정된 노선인데 포천시의 시작점 도평리 제1도평교 북단에서 산정호수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른바 여우고개를 넘어가는 산길이다.
도로명주소 여우고개로가 시작되는 제1도평교는 이동폭포갈비 식당이 있는 곳이다. 출발 5분 후에 성동과 산정호수 갈림길이 나오고 20분이 지난 지점의 여우재 삼거리를 직진하면 여우고개까지 갈림길이 없다. 꼬불꼬불하게 이어지는 산길은 순식간에 고도를 높여간다.

▲여우고개로의 시작 이동폭포갈비 앞ⓒ시민기자 서상경
▲성동과 산정호수의 갈림길ⓒ시민기자 서상경

뒤를 돌아보니 백운산에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 아래 이동면의 들판은 보이지 않는데 가파른 오름길은 산속에 파묻혔다. 산길의 왼쪽은 사향산이요 오른쪽은 여우봉인데 이 산줄기도 한북정맥에서 가지를 쳤으니 험로가 이를 데 없다.

이곳의 길은 언제 뚫린 것일까? 약초꾼이나 주민들이 넘어 다니던 소로만 있던 것을 한국전쟁 즈음 북한에서 넓은 길로 닦았다고 한다. 가파른 산길을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라가니 간혹 민가가 나오기도 한다. 민가는 사람이 사는지 모를 정도로 적막하고 도로변의 약초판매장은 문을 닫았다. 걷기를 시작한 지 1시간 20분 만에 5km의 산길을 올라 여우고개에 닿는다.

▲도로변의 민가ⓒ시민기자 서상경
▲꼬불꼬불한 산길ⓒ시민기자 서상경

여우고개 정상은 행정구역상 이동면 장암3리다. 송태호 마을 이장 댁을 찾아 여우고개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200여 세대가 살아가는 큰 마을이 있었다. 고갯마루의 고지대는 무나 배추 등 고랭지 농사가 잘 되었고 명성산 인근에 미군부대 훈련장이 생기면서 거기에 얽혀 생업을 엮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여우고개까지 노선버스가 편성되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이들도 주소는 이동면이지만 영북면 산정 분교로 학교를 다녔고 주민들은 운천으로 시장을 보러 다녔다. 미군이 떠나고 난 이후 인구는 줄어 지금은 25세대쯤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곳에 여우가 살았을까요?”

“전해오는 얘기로는 그렇다고 해요.”

▲여우고개ⓒ시민기자 서상경 
▲여우고개에서 바라본 영북면 산군들ⓒ시민기자 서상경

다음은 포천시지에 나오는 여우고개 전설이다.
“이동리 마당바위 쪽에 사는 노인이 철원에 사는 딸의 외손주가 장가를 가게 되어 고개를 넘게 되었다. 울창한 나무 사이의 소로를 걸어 올라가는데 마루터기에서 하얀 옷을 입고 갓을 쓴 남자를 만났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기에 철원 사는 딸네 집에 간다고 했더니 동행을 하자고 했다. 철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식구들이 반기는 바람에 동행한 사람을 잊고 있었는데 신부 방에 가보니 신부가 둘이었다. 큰일이 났다며 소동이 벌어졌고 노인은 기지를 발휘하여 마당에 있던 조그만 개를 풀어놓았다. 개는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꼬리 아홉 개가 달린 여우를 찾아냈다. 신부는 재주를 넘더니 여우로 변신해서 쏜살같이 도망갔고 사람들은 남자를 만난 곳을 여우고개라 부르게 되었다.”

▲여우고개에서 바라본 여우봉ⓒ시민기자 서상경 
▲산정호수 입구 삼거리ⓒ시민기자 서상경

오늘날 포천시 이동면에서 산정호수로 넘어가는 국가지원지방도 78호선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자동차들이 자유롭게 다니면서 여우고개라는 지명이 무색해지고 있다. 여우가 많이 살아서 여우고개라 불렀다고 하지만 또 다른 유래도 남아 있는데 궁예의 군사가 왕건 군사에게 패하여 명성산에 피난하고 있을 때 이곳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여우처럼 엿보았다는 것이다.

마을 이장을 만나고 다시 이동한다. 여우고개에서 산정호수까지 3km를 내려가면서 도로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옛날에는 여우가 살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산토끼와 고라니, 멧돼지, 산양이 뛰노는 곳입니다.” 천연기념물 산양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여우고개다. 전설 같은 이야기를 추억하며 산정호수에서 오늘의 걷기는 마무리한다. 전체 거리는 8km, 2시간 40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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