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유예숙
자유롭게 때 없이 찾아가도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곳 호국 금강사 옆 연못이다.
차를 타고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즐길 수 있다. 한 십여 분도 채 걸리지 않는 산책이 아쉬움을 부르는 작은 연못이지만 끌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푸른 하늘에 구름 둥둥 풍선처럼 부풀리는 날이면 연못가에 어떤 화가도 그릴 수 없을 것 같은 풍경을 보여주며 발길을 붙잡는다.


ⓒ시민기자 유예숙
비 오는 날이면 엄마 찾아 길 떠나는 청개구리처럼 연못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파문을 즐기고. 맑은 날이면 하늘의 구름과 바람이 그려주는 연못의 반영 풍경에 마음을 풍덩 담그게 한다. 연못가에 꽃이라도 피어있는 날이면 벤치에 앉아 화사함에 기분 좋아 꽃잎에 마음을 싣고 꽃잎이 비에 젖는 날이면 애처로워 측은지심을 부르게 했다. 감히 나름대로 이름 지어 금강사 호국 정원이라고 불러보며 연못을 빠져나와 또 다른 산책길에 오른다. 군부대와 금강사 사이 울타리를 두고 산책할 수 있는 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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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보자며 소나무에 매달리는 애교 철철 담쟁이넝쿨의 풍경을 보며 가노라면 왼쪽으론 금강사요 오른쪽은 철책의 뾰족함으로 마음을 움츠리며 흙길을 걷게 된다.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니 떨 것 없고 당연하다며 만나는 들꽃에 위안 삼으며 걷는다. 나지막한 언덕의 정상이라고 말해도 되나 싶은 길에서는 멀리서 다가오며 토닥여주는 바람이 기분 좋은 시원함을 선물한다. 더위를 느끼기엔 너무 짧은 코스의 흙길을 벗어나면 내리막엔 테크 길로 빨려들 듯 깊숙이 내려가게 되는 길로 후텁지근한 공기가 언덕 아래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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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뒤편 마당에 피어있는 꽃들과 약수터인 듯한 장소에는 조형물의 온화한 미소에 덩달아 미소 지으며 걸으니 범종각 앞에 도착한다. 사람들의 인적이 제법 있는 듯함이 느껴지는 바닥과 범종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계단을 따라 내려오니 절 앞에 도착한다. 언제 와도 인적을 볼 수 없었던 것처럼 금강사의 인적 없음은 여전했다. 빼꼼히 열려있는 문, 절 내부가 궁금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들여놓는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절 내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 왠지 훔쳐보는 느낌이라 재빨리 문밖을 나오니 표지판이 눈에 띈다.


ⓒ시민기자 유예숙
호국 금강사는 불타의 대자대비 정신을 실현하고 6.25 참전 16개국을 포함한 전몰 영가 피아 240여만의 고혼을 위로, 천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곳이다. 6.25 당시 격전장이며 미륵고개, 관음산, 약사동, 용화동 등 부처님의 명호로 연관된 산들이 둘러 있는 곳이다. 사향산 기슭에서 1984. 11. 28일 주한 외교 사절과 불교 신도 5천여 명이 모여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적군의 먕령까지도 선도하는 위령제를 올린 바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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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령제를 계기로 매년 6월 25일 전몰 영가 천도재를 올리기 위하여 금강사에는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모신 금강 사리탑을 비롯하여 국내 5대 보증궁의 하나인 금강 보궁과 호국 범종각, 기룡 관음상 등을 불자들의 성원으로 건립하였다. 호국 금강사는 6,25 전몰 영령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하고 통일 선진조국을 기원하는 기도장인 동시에 후손들에게 호국의 의지를 심어주는 정신 도장이다. 글을 읽으며 경건함과 감사함을 마음에 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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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철쭉으로 소쩍새 울기 시작한 초여름에는 찔레꽃과 수련 꽃이 맞이하는 금강사 호국 정원, 비 오는 날에는 수련꽃이 세수하며 반긴다. 달빛이 마실 간 그믐밤에는 연못가 물바람을 맞으며 별을 보아도 좋으리라. 별을 즐기는 이로 밤의 휴식을 즐기는 새들을 놀라게 하는 일만 아니라면 더없이 좋으련만 봄날 한자락의 풍경을 추억해 본다. 간밤에 온 비로 수련꽃이 얼마나 활짝 웃고 있을지 달라진 정원의 풍경이 궁금해진다.
ⓒ시민기자 유예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