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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호]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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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가을 명소, 왕산사의 가을

시민기자 변영숙

 

해마다 가을이 오고 단풍의 계절이 돌아오면 습관처럼 ‘단풍 명소’를 검색하게 된다.

ⓒ시민기자 변영숙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들은 주로 ‘사찰’들이다. 울창한 단풍 숲에 둘러싸인 전통 사찰의 가을 풍경 사진에 가슴이 설레고 발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붉은 단풍에 휩싸인 경주 불국사, 노란 은행나무숲이 아름다운 영주 부석사, 부드러운 활엽수에 포근하게 안긴 공주 마곡사, 보은 법주사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풍이 아름다운 내장산의 내장사를 빼놓고 단풍을 말할 수 없다. 붉은 핏빛 같은 피아골 연곡사 단풍은 또 어떤가. 단풍이 아름다운 사찰은 밤새 읊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시민기자 변영숙

그렇다면 포천의 사찰들은 어떤가. 이상하게도 포천의 사찰 가운데 단풍 명소라는 곳을 들어보지 못했다. 애초에 포천에 그럴듯한 사찰이 없는 것부터가 문제다.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포천 지역의 사찰들은 모두 폐허로 변했거나 기타 이유로 소멸한 곳이 많다. 왕방산 왕산사정도가 포천 전통사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왕산사의 가을은 어떨까. 단풍 대박은 아니어도 최소한 ‘중박’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왕산사를 방문했다. 호병골을 지나는 왕방산의 계곡은 벌써 늦가을 풍경이 완연했다.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붙은 것들이 많았고, 단풍빛도 곱지 않았다. 호병골 초입에서 왕산사까지는 계곡의 임도를 따라 2킬로 미터 정도는 올라가야 하는데 그 길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드디어 왕산사에 도착했다. 해가 벌써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왕방산의 골이 깊은 데다 날씨도 흐린 탓에 왕산사는 뿌연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듯했다. 역시나 단풍은 별로였다. 애초에 단풍 구경을 할 만한 나무들이 많지 않았다. 주차장 일대에 단풍나무 몇 그루가 있었지만 ‘단풍구경’과는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주차장 입구가 공사 중이라 공사 차량의 소음이 산사의 고즈넉함을 깨부수고 있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없는 것을 탓하고 실망하면 무엇하리. 왕산사의 단풍은 접어두고 그냥 왕산사의 가을을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산사에는 전각이 그리 많지 않다. 대웅전과 지장전, 삼성각이 있고 등산로로 이어지는 부근에 미륵전과 미륵불이 세워져 있다. 창건 신화에 비해 매우 검박한 사찰이다. 산을 깎고 터를 닦은 터라 전각에서 전각 사이는 모두 돌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사이에 단풍나무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나무조차 없었다. 어찌 보면 참 황폐한 모습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미륵전으로 향한다. 왕산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각이다. 왕산사의 전체 모습과 포천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단풍은 별로였지만 다른 ‘어여쁨’이 있었다. 포천시가 석양에 반짝거렸다. 인다. 전각과 전각을 이어주는 돌계단을 따라 풍성하게 피어 있는 노란 꽃들도 빛을 받으니 단풍 못지않게 화사하고 고왔다. 코스모스와 구절초도 곱게 피어 있었다. 왕산사는 단풍보다는 가을꽃들이 더 고운 사찰이었다.

ⓒ시민기자 변영숙

국화꽃으로 단장한 미륵전도 화사했다.

스님의 독경 소리가 울려 퍼지지 시작했다. 단풍을 찾으려고 들떠 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계절도 저물고 하루도 저물어가고 있었다. 왕산사로의 단풍 여행은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간’임을 깨닫게 해 색다른 여행이었다.

 



[2023-11-02, 10: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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