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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7호] 2023년 03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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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시작하는 공간을 찾아서!
포천시 진로직업체험처 한탄강 생태학교

시민기자 최순자

 

“다른 때보다 늦었지만, 어제부터 개구리가 울기 시작했어요.”

ⓒ시민기자 최순자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하루 앞두고 개구리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자연을 경전이라 생각하고 자연을 벗 삼아, 자연에서 깨달은 지혜를 공유하고자 한탄강 생태학교, 산새마을 둥지상자 연구제작소를 운영하는 도연 대표(도연암)의 말씀이다.

ⓒ시민기자 최순자

내가 좋아하는 산과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관인에 여생을 위한 터를 잡고 들어온 지 1년 반 정도가 된다. 주변 분들에게서 지장산 자락에 가면 빵과 커피를 직접 만들어주고, 새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검색해 봤다. 아니 이럴 수가, 주요 채널에도 소개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함께 날아야 멀리 간다> 등 10여 권의 새, 환경, 공유에 관한 책을 쓰신 공인이었다. 바로 도연 대표이다. "숲에서 살다 보니 멀리 가지 않아도 관찰할 수 있는 식물, 곤충, 양서류, 조류 등이 풍요롭게 다가왔다."라고 한다. 신바람 나서 사진을 찍거나 그리거나 기록해서 책을 쓰게 되었단다.

ⓒ시민기자 최순자

이웃에게 인사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족과 함께 들렀다. 자동차로 10분도 채 되지 않은 거리였다. 웃는 얼굴에 온화하지만 범상치 않은 용모이다. 새, 환경, 세상 돌아가는 얘기, 뇌 활성화에 좋고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장난감 자동차 운전 등 두어 시간을 공명(共鳴) 했다.

ⓒ시민기자 최순자

하시는 일을 언제가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에 명함을 건넸다. 그랬더니 “아, 내일 환경 관련 성인 몇 분이 오시기로 했어요.”라고 하신다. 마침 시간이 되어 다음날 취재하기로 했다. 최근작 졸저 <아이의 생각 읽기>를 건네드렸더니, 답례라도 하시듯 <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를 멋진 재두루미 그림을 그려 사인해 주신다. 취재를 위해 건네받은 옥고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꼬박 3시간을 앉아 완독했다. 깨달음을 실천하며 사는 삶이 곳곳에 녹아 있다. 호숫가에서 <윌든>을 쓴 생태주의자 효시로 보는 미국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홀로 강원도 오두막에서 살다 타계하신 <무소유>의 법정 스님을 만난 듯했다.

ⓒ시민기자 최순자

다음날 약속 시간 전에 도착했다. 교육생들이 광릉 국립수목원에 들렀다 온다는 연락이 왔단다. 도연 대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 전동 톱 등을 사용하여 교육생들에게 들려서 보낼 새집을 제작하신다. 둥지상자, 새집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독일 베를렙시(1857~1933)에 의해서다. 그는 새들이 농장 창고, 동물 우리 등에 집을 짓는 것을 보고 농장 주변에 둥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36종 560쌍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더란다. 어느 해에 베를렙시가 사는 지역에 해충이 출현했는데, 그의 농장은 피해가 적었단다. 새들이 해충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는 벌레를 잡고, 씨앗과 열매를 옮겨 숲을 가꾼다. 번식기, 추운 겨울에도 새들에게는 둥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천천히 생태학교를 둘러봤다. 입구부터 큰 바위로 담이 세워져 있다. 직접 심었다는 소나무, 목련, 산수유, 뽕나무, 느티나무, 대나무 등이 보이고 각종 나무에 매달린 새집이 눈에 띈다. 연못가에는 재두루미 조형물이 서 있다. 암자인지라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고독원의 소박한 법당, 생태학교 교육장, 야영 텐트 등도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에 지장산, 왼쪽에 고남산을 끼고 멀리 종자산을 향해 나무 의자에 앉아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산새들을 찾아보았다. 전날 왔을 때 도연 대표가 부르자 손끝에 와서 앉았던 곤즐박이, 류시화 시인이 시 ‘직박구리의 죽음’에서 다운증후군 아이가 추운 겨울, 자신이 신던 신발에 묻어달라고 했다던 직박구리가 보인다. 나중에 도연 대표에게 들어보니 이곳을 찾는 새는 여름 철새, 겨울 철새, 텃새 등 12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시민기자 최순자

도연 대표와 인터뷰하는 중에 노원구 중랑천환경센터 관계자 다섯 분(김향희 사무국장, 박혜영 교육팀장, 손진숙 운영팀장, 이순희, 박성희 강사)이 환한 얼굴로 들어선다. 흥에 겨운 듯한 표정으로 도연 대표의 강연은 이어진다.

“제가 여기 올 때 클래식 CD를 많이 갖고 왔거든요. 그런데 여기 혼자 살아보니까 그게 자연에서 다 나온 거예요. 음악을 안 듣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 보고 느낀 것은 책을 냈더니 강연 요청도 오고 찾아오기도 해요. 그래서 버드 캠프도 하고, 여름에는 풀벌레 관찰도 하고, 올챙이 놓아주기 등 다양한 생태 활동을 하죠.”

“새들은 숲을 가꾸죠. 장거리 이동하면서 먹이를 먹고 똥을 싸면 풀이 나고 나무가 자라기도 하죠, 새는 지구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인 거죠. 새가 살지 못하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도 살 수 없어요. 그래서 새를 지표 생물이라 하죠.”

“새를 공부하려면 자연을 알아야 하고, 맨 끝에 새가 나와요. 그럼, 새들은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러다 인문학으로 넘어가죠. 그들과 공존·공생하려면 직립 보행하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지구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태학교에서는 이런 것들에 관해 얘기한 후, 실제로 연구·기록하고, 우리 주변에 어떤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죠. 결국 이런 공부를 하고 어른이고 아이고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하거든요. 변화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기자 최순자

도중에 덴마크,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생태 관련 수집품과 도서, 제작물 등을 보여주며 설명이 이어진다. 점심때가 되어 제대로 자격을 갖춘 도연 대표가 직접 구운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교육은 계속되었다. 박혜영 교육팀장은 "조용한 산속에서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와 먹이를 먹으려고 손끝에 날아와 앉은 곤줄박이의 꽉 쥔 발가락은 자연과 교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특히 자연을 사랑하고 오랜 시간 관찰하신 도연 스님의 세계관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이 무엇인지 생태 감수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많은 깨달음이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한다.

ⓒ시민기자 최순자

23년째 지장산 기슭 자연에서 뭇 생명과 공생하는 도연 대표가 한탄강 생태학교를 운영한 지는 약 15년 정도 됐다. 생태학교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연생태보존 활동가나 자연 해설가 등 어른들이 더 많이 찾아온단다. 약 3년 전부터는 포천시교육지원청 진로직업체험처로 지정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여쭸더니 “지금 하는 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 다른 것을 계획할 때는 아닙니다.”라고 한다. “새는 떠날 때가 되면 아무 기별 없이 사라집니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새를 보며 무소유의 삶을 닮고 싶어요.”라고 한 도연 대표의 건강과 한탄강 생태학교의 의미 있는 활동을 기대한다면, 이 또한 욕심일까? 그래도 이 소유욕은 갖고 싶다. 지구별을 위해서.

 

[한탄강 생태학교 & 산새마을 둥지상자 연구제작소]
- 주소: 포천시 관인면 창동로 1339-27
- 메일: birds7942@gmail.com(도연 대표)

 



[2023-03-13, 11: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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