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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사랑 걸린 날~

시민기자 유예숙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하는 시기 아래윗집에 살면서도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본 지 오래다. 각자 삶이 바쁘니 잘 지내겠거니 하며 지낸다. 볼일 있거나 궁금할 때엔 통화만 하곤 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를 먼저 한다. 뭐해? 수화기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에너지가 넘친다. 뭐 하긴요. 방구석 콕 하지 당연함을 물어보냐고 하는 듯 대답했다. “대추 따는 구경 해 봤어?” “못 봤지? 어서 와 봐” 부른다. 요 근래에는 본 적이 없지요, 오늘은 한가한 일정인가 대추 따는 구경을 오라니... 갈게요.


▲ 대추나무  ⓒ 시민기자 유예숙

아따 얼마 만이래요! 서로 왜 그리 바쁘냐고 아래윗집 살면서 얼굴 보기 힘들다고 만나면 동네 사람 맞느냐에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곤 했었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얼굴 기억도 안나~ 이러다 얼굴 잊을 것 같다”라고 했다. 재치 있는 대답으로 얼굴 잊어버리기 전에 이 상황을 사진 한 장 찍고 보자며 말을 이어갔다. 시국이 이래서 ‘만나자’ ‘와라’ ‘가라’ 하는 것은 민폐에요. ‘안 만나는 게 당연한 건데 해도 너무 하네~’ 했더니 언니는 “그러게 말이야 얼굴 보고 소통해야 시원한데 그러질 못해 죽겠어”라고 말했다. 서로 웃어대며 넋두리로 답답함과 지루함을 하소연하듯 풀어냈다. 붉게 물든 대추 알록달록 예쁜 풍경을 오랜만에 본다. 어릴 적에 조부모님과 따던 추억을 떠올리며 대추나무를 바라보니 고개가 아플 정도로 크다.

대추나무 아래 무지갯빛 예쁜 차광망이 깔려있다. 대추가 이탈하지 않도록 바구니와 수레로 막아 놓았다. 언니는 본인 키 크기보다 훨씬 길고 긴 장대로 목을 쭉 빼고 요리조리 살피며 손에 힘을 가했다. 대추나무 위아래를 투덕투덕 쳐대니 후드득 후드득 차광망에 떨어진다. 나는 자리를 이탈하여 땅으로 떨어지는 대추를 주워 담으며 힘든데 혼자 따는 이유를 물었다. “이 시국에도 일해야 살지. 일가셨어”... 같이 따려고 했는데 날이 추워지고 대추가 자꾸만 떨어지니 아깝고 일 다니니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란다. 하긴 이럴 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지요. 못 만나서 말 못한 입이 터진 듯 이야기가 오고가니 별 이야기 아니어도 즐거워하며 웃었다.


▲ 대추나무  ⓒ 시민기자 유예숙

이웃 아주머니 대추 따는 것 좀 보라 했더니 고구마 줄기 따느라 바쁘다 하고 떠들 사람 없는데 이리 와서 함께 하니 좋구먼. 나는 땅에 떨어진 대추를 열심히 주워 담았다. 구경 오라 했는데 일 시키려고 오라고 한 것 같아 미안한 듯 대추가 아주 달다고 먹어보라고 했다. 대추는 어디 가다가도 있으면 따 먹으라는 대추니 먹고 장수하라고. 기다렸다는 듯 먹어본다. 대추가 맛있네. 파란 것을 따는 이유가 있었네, 맛이 들어서 파란 것을 따서 말려도 빨갛게 익는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이렇게 중노동 하는 것을 형부가 봐야 하는데. 아시려나 몰라. 한 술 더 뜨며 너스레를 떨었다.


▲ 대추  ⓒ 시민기자 유예숙

 “요즘 티브이 보면서 혼자 웃고 떠들고 일방적인 혼잣말이라 답답했는데 이리 만나 떠드니 후련하고 좋네 그려”... 어떤 때는 혼자 떠들고 웃는 나를 보고 혼자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할 때가 있어요. 말도 하고 들어 주기도 하며 서로 소통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답답함이 해소되질 않아요. “맞아 나도 그래 아마 요즈음 다 같은 생각일 거야. 서로 만나 얼굴도 보고 이야기로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하는데 문자로만 주고받는 것도 별로고 싫어”... 어쩌겠어요. 시국이 그러니 따라야지요.

언니는 장대 끝에 힘을 실어 탁탁 치며 죽을까봐 살살치니 안 떨어진다며 죽어라 쳐야 떨어져야 할 것 같다며 힘을 가하지만 어림없었다. 나무 꼭대기에는 따기 어려우니 그만 따라고 말렸다. 자리 깔았을 때 해야 한다며 더 힘을 내다 장대가 닿지 않자 안간힘을 써보다 장대를 놓고 자리를 뜬다. 다른 방법을 찾은 모양이다. 몸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휘청대는 긴 대나무 장대를 가지고 왔다. 와아 요즘 보기 드문 것인데... “맞아 드물지 길어서 내가 이기지도 못해” 자랑하듯 장대는 나무 꼭대기에 달린 대추를 향했다. 나는 대나무 장대를 빨랫줄 치켜세우는 바지랑대로 사용했던 추억을 말하고 부지런히 대추를 찾아 담았다. 조금 후 퍽 소리에 고갤 드니 장대가 두 동강이 났다. 에고 아... 이런 첫 장대질에... 언니는 허탈함을 표현했다.


▲ 대추나무  ⓒ 시민기자 유예숙

“속 빈 대나무라 오래되어 삭아 그런 것 같아”라며 포기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래 걷지 않으면 눅눅해지는데 걱정하며 갈 생각에 이미 늦었지만 그만 따자고 권했다. 수북한 대추 빠른 손놀림으로 대추알을 굴리기도 하고 잎은 추려내어 알알이 골라 담으니 바구니마다 가득해졌다. 어느새 일 나갔던 주인장도 귀가해 합세했다. 입가심하면 좋을 듯해서 혼자 먹지 말고 꼭 같이 드시라고 애교 섞인 농담하며 드렸던 젤리를 주머니에서 꺼내 재빨리 건넨다. 당신 몫은 꼭 전해 주라고 했다며 증명하듯 주었다. 오랜만에 보아 반갑다며 전하는 말에 웃으며 받으셨다. 나는 어서 오시라고 인사하며 "나 일하는 것 오라버니가 못 봤으면 억울할 뻔했어요". "혼자 땄다고 했을 테니까요"~~다행이라며... 다 같이 웃으며 마무리했다.
 


▲ 대추  ⓒ 시민기자 유예숙

보물을 찾 듯 풀숲에서 대추를 찾아 담으며 수확의 기쁨을 맛본 날이다. 새색시 볼을 닮은 대추알 하나하나에 알알이 추억을 떠올리고 추억을 만든 행복한 시간이다. 대추를 말려서 음식으로 차로 다양한 먹거리로 올려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 뿌듯해지며 가족을 위한 사랑이 느껴진다. 대추를 선물로 주는 것을 마다하니 활짝 핀 국화꽃 화분을 주셨다. 활짝 핀 꽃만큼이나 즐겁고 유쾌했던 시간 대추나무 사랑 걸린 날이었다.


▲ 국화꽃 화분  ⓒ 시민기자 유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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