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입학식뿐만 아니라 졸업식 풍경마저 바꾸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리던 모든 신입생들의 입학식은 산산조각이 났고, 결국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2021년에는 졸업식마저 당연한 것들을 못 해 그립게 했다.

경기도 교육청이 감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해 2021년 2월 말까지 초ㆍ중ㆍ고교 전면 원격수업 전환에 따라 종업식, 졸업식 등 모든 교내외 행사는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이에 예전처럼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꽃다발과 선물과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북적거리며 시끌벅적한 잔치 분위기를 낼 수도 없다. 또한 선후배들이 서로에게 노래 불러주기, 송사ㆍ답사하기, 선생님과 친구들과 작별의 인사 나누기, 정든 교정에서 하하 호호 웃으며 이 친구 저 친구와 기념사진 남기기, 교문 앞에 늘어선 꽃다발 상인들까지. 그렇게 떠들썩하고 열기로 가득한 모습이 졸업식에서 당연한데 이제는 그것이 그리운 시대가 된 듯하여 씁쓸하다.

일생에 한 번뿐인 의미 깊은 입학식과 졸업식의 순간들을 이렇게 보내야 하는 내 아이를 비롯해 수많은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 속상했지만, 한편으로 이번 졸업식은 비대면 줌(ZOOM) 방식으로라도 진행되니 서로 작은 화면 속에서나마 얼굴 보며 축하해주고, 늘 사진으로만 남기던 졸업식 장면을 풀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이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생생하게 그때를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월 14일 11시. 영북초등학교 랜선 졸업식. 학교 정문에는 인적 하나 없이 ＇졸업장 수여식＇이라는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걸려있다.

ⓒ시민기자 함영미

이날 졸업식은 교장실에서 줌을 활용한 비대면으로 거행하는 첫 경험 행사였다. 모두가 생소한 진행이라 전날 리허설도 했다. 직접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졸업식 기분이라도 느낄 수 있게 가정에 있는 6학년 졸업생들은 사각모를 쓰고 화상으로 접속한 뒤 졸업생 대표에게 졸업장 수여식 및 장학금 전달,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 담임선생님 꽃다발 전달 등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시민기자 함영미

줌(zoom)업식 이후에는 직접 수여할 수 없었던 정성스레 포장한 졸업 선물과 앨범 그리고 단체 사진으로 액자까지 만들어 준비한 꾸러미를 집집마다 담임이 방문하여 전달한다고 한다. 이때가 사실상 담임선생님과 만나 인사 나눌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시민기자 함영미

지난해 6학년 담임을 맡은 현용대 교사는 코로나로 모든 학교 행사가 취소되어 지루하고 힘든 한 해를 보냈을 졸업생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주어 졸업식을 하게 되니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중학생이 되는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말과 행동에 자신감을 갖고, 항상 ＇난 멋져!＇＇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기를 바란다.
둘째는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좋은 관계를 꾸준히 맺으며 지내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첫 제자들을 졸업시키는 장명수 교사는 처음 맡게 된 학급에 갈팡질팡 방향성을 잃은 듯 혼란스러웠는데 무언가를 배우고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두려움과 의무감이 동시에 들고 난수표처럼 여러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1년의 경험으로 더 성숙한 교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3월에 있을 입학식에는 환하게 웃으며 교정에 들어서는 신입생들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