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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을 통해 생각해 보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
2022-05-30 조회수 : 2211

시민기자 이정식

 

지난 5월 26일 오전 10시 소흘읍 사무소 앞에서는 올해로 열 번째를 맞는 ‘두 바퀴로 가는 세상’ 발대식이 있었다.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이란 장애인들이 열악한 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10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행진을 말한다. 소흘읍 사무소에서 포천시청까지 약 11km의 거리를 도보 또는 휠체어를 이용해서 걸으면서 세상을 향해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열 번째를 맞이하는 이 행진을 보면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 먼 거리를, 위험한 거리로 나서 걸어야 했을까?

ⓒ시민기자 이정식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사회문제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1월 설을 맞아 역 귀성한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의 수직형 리프트에서 떨어지면서 사망한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중상을 입은 부인 앞에서 남편이 사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애인, 즉 교통약자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은 교통약자로 태어나 역시 교통약자가 되어 죽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현대 장애인의 88% 정도가 후천성 장애, 즉 비장애인으로 살다 여러 이유로 인해 중도에 장애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인인 가족을 두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오이도 사건 이후 여러 대안들이 거론되었지만, 2002년 발산역에서 다시 장애인이 사망하는 등 1997년~2022년까지 수도권 지하철에서의 리프트 사고는 총 17건 발생했다. 대부분의 지자체 장들과 정치인들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 전에는 파격적인 장애인 이동권 공약을 내걸었다가 예산, 여건 등을 이유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장애인 이동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사회적인 비판이 일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시내의 모든 지하철역에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설치 예상 비용인 620억에 훨씬 못 미치는 96억 원의 예산만을 배정하였다. 따라서 이 약속의 이행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현재 서울시 326개 역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21개이다.

지난해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교통약자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 법에서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규정과 국가 또는 도가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의 이동지원센터 및 광역 이동지원센터의 운영비 지원 등의 내용은 담고 있지만,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저상버스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만 의무 도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외·고속버스’는 저상버스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도로의 구조·시설 등이 저상버스에 적합하지 않을 시에는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달아 도입이 강제 규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제정된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에서 장애인의 대중교통수단 접근성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일반 대중에게 개방된 모든 공간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도 휠체어 장애인의 택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장콜'과 같은 별개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더불어 대중이 이용하는 택시에 휠체어 탑승 기능을 추가하는 '통합'의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신차 도입 시 휠체어 수용이 가능한 'UD택시'로 바꾸도록 의무화했다. 내구연한에 도달한 택시들은 전부 UD택시로 바뀌는 것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이미 2009년부터 모든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다. 2013년 버스, 트램, 시외버스 등에 완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의무화하는 여객운송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지자체가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강제하였다.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와 노인 등 다른 교통약자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민기자 이정식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미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우리를 위한 배려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사실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현안이다. 바쁜 출근 시간 타인의 시간을 볼모로 잡고 자신의 주장을 한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이들 역시 세금을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렇지 않아도 넓은 지역을 가진 우리 포천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을 통해 생각해 본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현안이라는 점이 모두에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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