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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잊지 못할 이웃
2017-08-28 조회수 : 4890
이준호 (선단동, 직장인)
새벽 출근길. 미장원과 쌀집, 채소가게, PC방, 세탁소 등이 즐비한 네거리에 이르면 언제나 운동화에 몸뻬바지, 큼직한 벙거지를 쓴 채 거리를 쓸고 있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연세도 5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다. 연세 많으신 그분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저 순전히 좋은 일 하시겠다며 길거리를 번들번들하게 쓸어 놓으신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었다. 이런 수북한 길거리 쓰레기를 묵묵히 쓸고 계긴 아주머니께 다가가 “매일 나오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라고 여쭈었다. 아주머니는 그냥 “예” 라고만 대답했다. 몇 마디 더 건네고 싶어 “몇 시에 나오세요?” 라고 하자 “5시에도 나오고 5시 반에도 나온다” 고 하신다. “나이가 들어 운동 삼아서, 새벽 공기도 마시고 거리가 깨끗해지면 몸도 마음도 좋아져서 그냥 하는 겁니다” 라고 덧붙였다. 참 배울 점이 많은 이웃이었다.

ⓒ포천시
그렇게 인사를 튼 후, 한 달포쯤 지났을까. 어느 날,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마치 꼭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아무 연락도 없이 펑크를 내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처럼 기분이 묘하고 그 아주머니 근황이 염려되기까지 했다. 2주일째 되던 날 아침,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로변에서 24시간 김밥을 파는 김밥나라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아주머니가 왜 안 보이시는지 물어보았다.
“아. 그 아줌마요? 그러잖아도 접때(저번 때) 그 동네 사람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딴 데로 이사했대요. 나도 그 아줌마 맨날 보다가 안보이니까 서운하네. 에이, 길도 더러워지고....”
그러셨구나. 왠지 모를 서운함과 아쉬움에 며칠간 마음이 허전했다. 항상 마을과 골목길을 깨끗이 쓸며 정돈하시던 멋진 포천 시민. 어딜 가시더라도 그 마음씨만큼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