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시민에세이

  • 참여마당
  • 시민에세이
어느 잊지 못할 이웃

이준호 (선단동, 직장인)
 
새벽 출근길. 미장원과 쌀집, 채소가게, PC방, 세탁소 등이 즐비한 네거리에 이르면 언제나 운동화에 몸뻬바지, 큼직한 벙거지를 쓴 채 거리를 쓸고 있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연세도 5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다. 연세 많으신 그분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저 순전히 좋은 일 하시겠다며 길거리를 번들번들하게 쓸어 놓으신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었다. 이런 수북한 길거리 쓰레기를 묵묵히 쓸고 계긴 아주머니께 다가가 “매일 나오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라고 여쭈었다. 아주머니는 그냥 “예” 라고만 대답했다. 몇 마디 더 건네고 싶어 “몇 시에 나오세요?” 라고 하자 “5시에도 나오고 5시 반에도 나온다” 고 하신다. “나이가 들어 운동 삼아서, 새벽 공기도 마시고 거리가 깨끗해지면 몸도 마음도 좋아져서 그냥 하는 겁니다” 라고 덧붙였다. 참 배울 점이 많은 이웃이었다.

 
ⓒ포천시

그렇게 인사를 튼 후, 한 달포쯤 지났을까. 어느 날,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마치 꼭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아무 연락도 없이 펑크를 내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처럼 기분이 묘하고 그 아주머니 근황이 염려되기까지 했다. 2주일째 되던 날 아침,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로변에서 24시간 김밥을 파는 김밥나라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아주머니가 왜 안 보이시는지 물어보았다.

“아. 그 아줌마요? 그러잖아도 접때(저번 때) 그 동네 사람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딴 데로 이사했대요. 나도 그 아줌마 맨날 보다가 안보이니까 서운하네. 에이, 길도 더러워지고....”

그러셨구나. 왠지 모를 서운함과 아쉬움에 며칠간 마음이 허전했다. 항상 마을과 골목길을 깨끗이 쓸며 정돈하시던 멋진 포천 시민. 어딜 가시더라도 그 마음씨만큼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1명 / 평균 1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