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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황새 그리고 자연보호
2011-12-30 조회수 : 5522
내가 어렸을 적 우리 포천에는 들녘 어디를 가봐서도 황새를 참 많이 봤다. 60년대 요맘때 농촌에서 모내기를 할 때면 길고 우아한 다리를 가지고 논바닥을 척척 걸어 다니며 부리로 우렁이와 미꾸라지를 잡아먹던 녀석. 우리 창수면을 비롯해 다른 영중, 일동 어딜 가봐도 흔히 보았던게 황새였다.

그때는 그 새가 언젠가 우리 땅에서 영영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이젠 우리 포천 어딜 가봐도 황새를 볼 수가 없다. 이젠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지난번 경남 창원에서는 람사르 총회고 열렸고 우리 스스로의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도 많이 커졌지만 이미 사라진 황새는 언제쯤 내 고향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했던 텃새로 살았던 황새 이야기 좀 하고 싶다.  혹시 이 글이 실린다면 우리 포천시 부모님들 모두가 자녀들에게 꼭 읽혀 주셨으면 좋겠다. 황새와 비슷한 새로 백로와 왜가리가 있다. 이들 모두 논과 습지 그리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그런데 백로와 왜가리는 숫자는 좀 줄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데 왜 텃새 황새는 멸종돼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환경오염 탓이다.

ⓒ포천시 

황새는 습지 위를 걸어가면서 부리로 이곳저곳을 찔러가면서 사냥을 한다. 하지만 사냥감을 보고 정확히 낚는게 아니라 사냥실력이 형편없는 황새는 아무데나 꾹꾹 찔러대는 습성으로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잘 버텨온 이유는 우리나라 논과 습지에 황새의 먹잇감인 미꾸라지 우렁, 토종 붕어, 송사리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에 농약을 하고 곳곳이 오염되다 보니 이 먹잇감들의 객체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니 물반 고기 반이었던 옛날과 달라진 판국에 사냥실력이 형편없는 황새가 아무리 찍어대도 먹잇감이 잡히지 않게 되고 결국 허탕만 치다가 굶어 죽고 사라진 것이다. 거기에 비해 쇠백로나 왜가리는 이곳저곳 찔러대지는 않는다. 쇠백로와 왜가리는 시각으로 감지하고는 일격에 먹이를 낚아챈다. 그 덕분에 백로와 왜가리는 여전히 우리 땅에 살아있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들과 논밭에는 황새가 먹고 살만한 먹이가 참 많았다. 먹이가 지천으로 있어 그냥 이곳저곳 찔러도 쉽게 먹이가 잡혔으니까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농약을 사용하면서 먹이가 줄었다. 황새와 비슷하게 먹이 잡는 새들은 따오기, 저어새, 노랑부리백로다. 우연히도 이 새들은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게다가 농약에 오염된 먹이는 이들의 번식률을 떨어뜨렸다. 무정란이 나왔고, 알 껍데기가 얇아져 어미가 알을 품자 이내 깨지고 말았다. 우리는 공생해야 할 자연은 생각치 않고 농업생산만을 위해 살아왔다. 이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친숙했던 텃새를 잃고 만 것이다. 그래서 멸종위기 종 복원은 사치가 아닌 인류의 건강을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금 우리 포천시 농촌 들녘 어디에서든 황새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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