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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이발관 이응수씨에게 듣는 영중면 38선 이야기
2018-12-14 조회수 : 3377

"38선은 뭐고 휴전선은 뭘까?"

학교 다닐 때 38선과 휴전선이 같은 말인 줄 알았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38선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소 양국이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어 점령한 군사분계선'이고 휴전선은 '6·25전쟁이 1953년 7월 27일에 휴전됨으로써 생긴 군사분계선'이다.


▲43번 국도 38선 표석ⓒ시민기자 서상경

38선은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를 지난다. 43번 국도에 38선 표석이 남아 있거니와 여행객이 쉬어가는 쉼터 이름도 38 휴게소다. 38선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시점에서 6·25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5년 동안 남북을 나누는 선이었다.

당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시를 경험했던 이들은 거의 세상을 떠났지만, 7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사연은 남아 있다. 40년째 영중면 양문리에서 38선을 관통하는 이발관을 운영하는 이응수씨로부터 당시 이야기를 들었다.


▲양문리에서 이발관을 경영하는 이응수 씨ⓒ시민기자 서상경 

광복 시기 양문리는 남북이 교류하는 장소였다. 북한 물품과 남한 특산물이 교환되었다. 38선은 그어졌지만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도 않았다. 남한의 병사들은 총마저 없어서 나무로 만든 총을 어깨에 둘러메고 경계를 서는 지경이었으니까.

6·25전쟁 발발 6개월 전부터 상황이 나빠졌다. 북한의 탱크가 양문리 넓은 들판에 집결하거나 훈련하는 일이 흔해진 것
이다. 물론 상부에 보고되었겠지만, 의례적 훈련으로 파악했던 것 같다. 그리고 터진 민족의 참상 6.25는 양문리 주민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시작되었다. 군대와 탱크는 서울을 향해 내려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시작된다.

국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북으로 밀고 올라간 후 미처 도망가지 못한 북한군은 금주리 금주산과 양문리 관모봉 일대로 숨어들었다. 금주저수지 일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라 거센 저항도 가능했다. 금주초등학교에서 학도의병이 무장하고 금주산으로 투입되면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오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죽어간 어린 넋을 기리기 위하여 6·25전쟁이 끝난 후 형상바위 아래에서 제를 올렸는데 그 풍습은 지금도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발관을 지나가는 38선ⓒ시민기자 서상경 

지금은 43번 국도에 4차선이 뚫려 쉽게 이동하고 있지만, 당시 비포장 시골길은 서울까지 이동하는데도 2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영중면은 시골이었다. 1·4후퇴로 국군이 다시 남쪽으로 후퇴하면서 양문리에 북한군과 중공군이 들어왔다. 전쟁이 일어날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적군에 의해 죽는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반동분자색출이 시작된 것이다. 국군이 점령하고 있을 때는 북에 동조한 자를,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을 때는 남한에 동조한 자를 가차 없이 처단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다.

포천에서 양문리로 들어가는 당시 곰고개는 낮에도 음침해 사람들이 접근하기 꺼리는 곳이었다. 이곳에 수도 없이 많은 이가 참살당한 채 파묻히기도 했다. 그때 독수리유격대에서 활동하던 제2대장은 많은 사람을 구하는 데 앞장섰다.


▲양문 시내ⓒ시민기자 서상경

전쟁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휴전선은 강원도 철원지역에 그어졌다. 영중면 양문리는 남한지역이 되었다. 미군이 주둔하기 좋은 장소가 된 것이다. 미군 댄스장이 생기고 미군을 상대로 하는 고급술집도 다섯 군데나 들어섰는데 나중에 영북면 운천으로 이전하였다. 포천천의 대규모 범람으로 물에 잠기게 된 양문리는 도로 남쪽 지역에 자리 잡았던 집들이 지금과 같이 도로 위쪽까지 확대되었다.

이응수 씨는 양문리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남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뜻에서 이발관의 이름도 평화이발관일까. 더 많은 토박이로부터 이야기를 수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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