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영평 8경을 찾아서 ② 금수정과 암각문
2020-02-24 조회수 : 5626

시민기자 이화준


▲금수정 ⓒ시민기자 이화준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창수야 놀자!’로 유명한 창수(蒼水)면. 영평천의 푸르고 맑은 물이 창옥병(蒼玉屛) 연안으로 흐르기 때문에, 창옥병에서 ‘창’, 금수정(金水亭)에서 ‘수’를 차용해 창수면이라 이름하였다. 창수면을 대표하는 창옥병과 금수정은 모두 오가리에 있다.

오가리의 지명 유래
마을에 다섯 갈래 길이 있었으므로 오거리, 오가리, 오가라고 하였다. 한편으로는 금수정, 창옥병, 아름다운 강, 산, 마음씨 좋은 사람 등 다섯 가지 아름다운 것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오가리라 부른다고도 한다. 또한, 옛날 다섯 선비가 금수정에서 시를 읊으면서, 금수정을 굽이치며 흐르는 영평천 맑은 물줄기와 빼어난 주위 경관을 보고 참으로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하여 오인(五人)의 합자인 오(伍)자에 아름답다는 가(佳)자를 붙여 오가리(伍佳里)라 하였다는 유래도 전한다.

영평 8경의 2경 금수정(金水亭)
영평 8경 중 제2경으로,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 영평천변에 있는 정자이다. 세종 때 김명리가 이곳에 작은 정자를 세우고 우두정(牛頭亭)이라 했는데, 소머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자를 에워싸고 흐르는 물도 두우연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 후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이 이 정자를 금수정이라 개칭하고 편액도 갈아 달았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동주 이민구의 우두정, 한음 이덕형의 영평우두연, 사암 박순의 금수정ⓒ시민기자 이화준

금수정을 다녀간 묵객들이 남긴 시구들이 금수정에 걸려있다. 한음 이덕형의 ‘영평우두연’, 동주 이민구의 ‘우두정’, 상촌 신흠의 ‘우두정’, 봉래 양사언의 ‘증금옹’, ‘금수정’, 사암 박순의 ‘금수정’, 가은 최종규의 ‘유어금수정’, 농암 김창협의 ‘금수정’, 사계 박세당의 ‘금수정’의 편액이 걸려있다.


▲금대ⓒ시민기자 이화준

금수정에서 영평천의 힘찬 물줄기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 금수정 주변과 영평천으로 내려가 숨어 있는 암각문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안동김씨 세천비에서 금수정으로 내려가는 계단 사이에 ‘금대(琴臺-거문고 타는 자리)’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암각문은 마모가 심해 구별이 쉽지는 않다.



▲무력이 새겨진 바위ⓒ시민기자 이화준

금수정에서 계단을 통해 영평천 수로로 내려가 우측으로 이동하다 보면 수로가 잘린 곳을 통해 바위에 오를 수 있다. 이 바위엔 ‘무릉(武陵- 굳센 언덕)’이란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


▲영평천 가운데 “경도” 암각문과 우측 강변에 ‘증금옹’ 암각문ⓒ시민기자 이화준

무릉 바위에서 영평천을 따라 내려가면 ‘경도’가 새겨진 바위와 ‘증금옹’ 시가 새겨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영평천이 꽁꽁 어는 추운 겨울이라면 ‘경도’ 바위까지 갈 수 있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 강물이 얼지 않았다면 장화를 준비해가면 좋을 것이다.


▲경도, 증금옹ⓒ시민기자 이화준

경도(瓊島-옥섬)는 봉래 양사언의 글씨로 <학성기우인(鶴城寄友人-학성에서 벗에게 보내다)>이 란 칠언절구 자작시의 한 구절이다.

산수정회로경신(山水情懷老更新, 산수를 생각하는 마음은 늙을수록 더욱더 새로운데)
여하장작미귀인(如何長作未歸人, 어찌 오래도록 돌아가지 않는 것인가)
벽화도하청련사(碧桃花下靑蓮舍, 벽도화 아래 청련거사 이백의 집이 있으니)
경도요대입몽빈(瓊島瑤臺入夢頻, 신선이 사는 아름다운 섬과 집이 꿈속에 자주 보이리라)

영평천 가에 우뚝 솟은 준암에는 거문고를 타는 금수정의 주인께 드리는 시가 새겨져 있다. 증금옹(贈琴翁), 금옹(琴翁), 금수정주인세(錦水亭主人世), 각차시어준암(刻此始於尊巖)
(금수정의 주인 금옹님께 드리는 시를 준암에 새겼다)

록기금백아심(綠綺琴伯牙心, 거문고를 타는 백아-초나라 거문고 명인-의 마음은)
종자시지음(鍾子始知音, 종자기-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던 사람-만 알아듣는다오)
일고부일음(一鼓復一吟, 한번 타 매 또 한 번 읊조리니)
냉냉허뢰기요잠(冷冷虛籟起遙岑, 맑고 맑은 바람 소리 먼 봉우리에 일고)
강월연연강수심(江月娟娟江水深, 강과 달은 아름답고 강물은 깊어라)

증금옹 시는 초서체인 데다가 강물에 마모가 되어 읽을 수 없어 ‘충렬공 김방경 기념 사업회 (https://cafe.naver.com/iandongkim/4737) 안사연 금수정 암각문 답사자료’에서 글을 옮겨본다. 증금옹 시가 새겨진 바위에 ‘준암(尊巖-술그릇 바위)’란 글자도 새겨져 있지만, 너무 마모되어 읽을 수 없다.


▲금수정 암각문ⓒ시민기자 이화준

다시 금수정 방향으로 되돌아가 영평천 보에 내려가 금수정을 올려다보면 ‘금수정’이라 새겨진 암각문을 만날 수 있다. 양사언의 글씨라는 주장과 한석봉의 글씨라 주장이 맞서지만, 한석봉 글씨체에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영평천 보 건너 수문 근처에는 한석봉의 글씨인 ‘동천석문(洞天石門, 신선이 사는 별천지로 들어가는 문)’과 중국 사신 허국의 글씨인 ‘회란석(廻瀾石, 개성 북쪽 황해도 금천군 금교역과 평산역 사이에 있는 오조천에 있는 것을 모사해 쓴 것)’이란 암각문도 있다. 하지만 ‘동천석문’ 4글자 중 ‘동천’만 보이고, 회란석 3글자 중 ‘회’자는 떨어져 나가 ‘란석’만 확인할 수 있다.


▲금수정ⓒ시민기자 이화준

영평천에서 다시 금수정으로 오르는 계단을 통해 올려다본 금수정의 모습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한 마리 새를 보는 듯하다. 영평천의 힘찬 물살을 보며 자연은 그대로지만 인간이 남긴 글과 기록은 세월을 이길 수 없음을 또 한 번 느낀다.

*영평 8경을 찾아서 다른 기사 보기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2명 / 평균 3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