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포천 한탄강 '옹장굴'을 찾아서
2021-06-04 조회수 : 5081
시민기자 변영숙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옹장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 학술적 가치 높아

 

포천시 최북단 관인면 냉정리에서 발견된 ‘옹장굴’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한탄강 일대의 지형적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한 지질자원이다. 옹장굴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대교천 현무함 협곡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옹장굴의 지질학적 가치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옹장굴은 특이하게 사유지 안에 있어 집주인의 허가와 안내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집주인께 양해를 구하는 정도이다. 옹장굴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했다. 포천 비둘기낭이나 하늘 다리 등을 생각하고 옹장굴을 찾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굴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수작업을 한 안내 패널이 보였다. 동굴에 대한 간단한 설명문과 여러 방송 출연을 했던 화면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주인장께서 그곳에 잠시 멈춰 서서 옹장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 주셨다.



옹장굴의 원래 이름은 골짜기를 뜻하는 ‘옹장골’이었다고 한다. 옹장굴은 한탄강 일대가 용암으로 뒤덮이고 식어서 형성된 용암대지 안으로 빗물이나 강물 등의 침수와 풍화 작용으로 형성된 동굴이다. 동굴의 바닥과 벽은 원래 지형인 단단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고, 현무암 아래 풍화된 화강암 상층부에 지하수나 빗물 등이 스미면서 풍화층이 제거되면서 동굴이 형성된 것이다.



동굴 안에는 물줄기를 따라 수 십 개의 동굴이 만들어져 있으며 동굴의 총 길이가 모두 2km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 탐사 가능한 구간은 1km 정도이며, 탐사 시간만 해도 1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런 동굴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고 학술적 가치가 높아 실제로도 지질 관련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나는 동굴 안은 들어가지 못하고 동굴 입구만 볼 수 있었는데 동굴 입구라도 불을 켜지 않으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이 설치한 조명 덕분에 동굴 입구에서 겨우 1m가량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동굴 천정에서는 계속해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지하수가 새어 나와 작은 시냇물처럼 바닥의 골을 따라 흘렀고 바닥에서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7월 장마철이 되면 더 많은 지하수들이 쏟아져 흐른다고 한다.



동굴의 내부 온도는 항상 10도 내외로 유지된다고 한다. 여름에도 서늘해서 냉방기가 필요 없고 겨울에도 따스하다고 한다. 옹장굴은 살아 있는 동굴, 100년 전에도 사람이 살았던 동굴 안에는 지금도 수 십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집주인이 이 동굴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약 30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와서 집터를 꾸미면서이다. 할아버지 증언에 따르면, 동굴은 이미 10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동굴 안에서 사람들이 거주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공개된 공간을 보니 수 십 명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아마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을 떠나온 사람들의 피난처 등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영화 ‘지슬’이나 ‘킹덤’ 등을 보면 동굴 속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모습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특이한 점은 이 동굴은 ‘살아 있는 동굴’이다. 지금도 물길을 따라 동굴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며 동굴 안에는 수 십 종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 동굴 발견 당시 동굴 안에서 동물 뼈가 다수 발견되어 모두 땅속에 묻고 그 위에 위령비를 세웠다. 동굴 입구에 서 있는 ‘위령비’의 정체다. 지금도 동굴 입구 박쥐들이 출몰한다고 한다.



동굴 입구에 동국대학교 동굴탐험연구회와 한국동물생물연구소 팀에서 제작한 내부 동굴도를 보면 동굴 내부가 미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러 갈래의 동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도를 제작한 팀들은 동굴 안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면서 내부 구조나 지형이나 생물 연구를 하였다고 한다.



방치된 듯한 옹​​​​​​​장굴, 포천시 차원의 관리 방안 검토 필요

그런데 이렇게 희귀한 동굴이 조금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프로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데, 한번 TV 등에서 전파를 타면 한동안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는 듯했다.



동굴 탐방 후 집주인이 손수 믹스 커피를 타 주면서 동굴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 내외는 예전에 식당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연로하셔서 식당을 접으셨단다.

동굴 관리가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힘이 들지만 동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니까 관리를 안 할 수가 없으시단다. 방문객들을 위한 화장실이라도 만들어 놓고 싶지만 변변한 수입도 없는 형편에 설치나 관리 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해 할아버지는 포천시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숨기지 않으셨는데 여러 차례 ‘지원’을 요청하셨지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한탄강 유역의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포천시는 관련 지역의 대대적인 정비 작업과 함께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옹장굴'에는 포천시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저간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렇게 특이하고 전례가 없는 자연유산의 보호를 위해서도 이제는 시에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시민기자 변영숙

주변 곳곳에 집주인의 손길이 닿은 듯 잘 꾸며져 있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 숲과 계곡까지 캠핑장이나 카페를 세워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가족 나들이 삼아 다녀와도 좋은 곳이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4명 / 평균 1.8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의견글 목록
등록된 의견글 1
  • 김규식 2022-01-05 삭제
    세계적인 가치가있는 동굴을 포천시에서 관리 보존해 주셨으면합니다.충분한 관광자원이 되리라 사료됩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