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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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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확인해야 그 진한 감동을 할 수 있는 명성산 억새꽃 군락지
2012-09-18 조회수 : 6482

개인적으로 산에 오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많은 산에 그렇게 다양한 이름과 사연들이 있는 것을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가 대부분이 산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산들이 서로 연해서 산맥을 이루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왜 처음 저렇게 다 생김새가 비슷한 산들에 이름을 붙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해마다 가을이 되면 명성산에 처음 올라서 보게 된 억새꽃 군락지의 그 장관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친구는 내가 하도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니까 처음에는 산정호수를 가자며 손을 잡아끌었고, 그럼 시원한 가을 호수 바람이나 맞으며 막걸리나 한잔하고 오겠구나 하는 야무진 속셈으로 그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당시 전혀 몰랐지만, 명성산을 찾으려고 가을 산정호수는 더 사람들로 북적였고, 식당가로 죽 이어진 그 길이 바로 명성산을 오르는 등산로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축제기간에 찾아온 마을처럼 온통 사람들로 북적이고, 그런 사람들의 즐거운 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곳곳에서 귀를 간지럽게 하자 나는 그 싫다는 등산을 잠시 잊고 경계의 끈을 느슨하게 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갔을까? 친구는 이 길로 넉넉잡아 한 시간만 산책하듯이 가면 명성산 억새꽃을 볼 수 있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나를 위로하며 계속 손을 잡아당겼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저질 체력인 제게 그리 만만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다른 이들과 달리 제대로 된 등산복이나 등산화도 신지 않았고, 배낭이나 마실 물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친구의 조금은 만용에 가까운 내 체력에 대한 신뢰 때문에 전혀 그런 대비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참을 그 길을 가자니 이젠 절로 입에서 원망과 회한의 소리가 마치 산에서 흔히 들리는 산새들의 지저귐같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를 속였느냐?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절대 안 왔다. 등등 나의 그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원망의 소리를 마치 잘 지어진 성에 몸을 감춘 성주처럼 친구는 잘도 받아넘겼습니다. 고향이 포천이고 어릴 적에는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왕방산이나 수원산으로 놀러 올라가던 나였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등산의 고통만이 머릿속에 있을 뿐 등산 후에 오는 그 쾌감의 맛은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엉성한 이 등산가가 억새꽃 군락지에 다다랐을 때 그만 나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말았습니다. 정말이지 어릴 적에 보던 그저 조그만 군락을 이룬 억새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넓게 어느 한 지역을 군락을 이룬 억새꽃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거의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 나오는 넓디넓은 평원 같은 억새군락지!
 
그런 저의 모습을 보던 친구는 이제야 무딘 학생을 장학생으로 만든 어느 훌륭한 스승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연방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처럼 나도 눈으로 그 억새 군락지를 연방 껌벅거리면 담아가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장관이요, 놀라움이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우리 포천에서 그 억새꽃 축제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감동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해서 올해에도 가서 눈으로 진짜 카메라로 다시 담아 오고자 합니다. 사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놀라운 장관의 억새꽃 군락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산정호수 인근의 주민들이 일 년을 고생하면서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하긴 누군가의 손으로 그렇게 유지된다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장관을 이루는 억새꽃들은 마치 잘 가꿔진 화초를 연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억새도 보고 등산도 하고 뭐 저 등산 초보자라도 한 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억새꽃 군락지 꼭 한 번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가보지 않고는 뭐라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 감동을 충분히 드릴 것입니다.

 

시민기자 이정식 (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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