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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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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우리의 이웃을 더 이상 믿을 순 없다
2012-09-25 조회수 : 4139

나날이 살인 및 성범죄 등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음 놓고 밤길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밤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주위를 살피고 수상한 사람이 없나 훑어보곤 합니다. 그러곤 사람 한 명 믿을 수 없게 된 세상을 한탄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곤 하지요.

이렇듯 밤이 무서워지는 요즘, 한 책을 읽으며 가슴이 철렁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이 너무나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아있는 듯한 느낌도 컸기 때문입니다. 바로 넬라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입니다.

지난 해 2월에 출판된 이 책은 나온 지 일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소설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은 독일 아마존에서 선정한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해 수많은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일 아마존에서 32주간 1위 베스트셀러에 머물렀고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소설부문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책을 살펴보기 이전에 먼저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술을 마셔보신 적이 있습니까?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마셔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회는 '술 권하는 사회'라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술은 필요악입니다. 어떻게 되던 간에 술로써 사람들과 친해지고 술로써 모든 업무가 끝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은 반드시 마실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면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적이 있습니까?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는 친구들과 축제에서 즐겁게 놀다가 술을 '진탕' 마셨습니다. 술을 마신 것인지 술이 자신을 마신 것인지 구분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그 남자는 술을 마셨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셨으니 소위 필름이 끊긴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입니다. 그 남자는 어찌어찌 간신히 집에 들어왔고 집에서 편안히 잠들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은 이제부터였습니다. 갑자기 아침부터 경찰이 집을 수색하러 왔습니다. 온갖 영장을 전부 들고서 말이지요. 그 이유는 바로 살인죄였습니다. 그 남자가 술을 마신 어젯밤 길가에서 여자 두 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남자의 전 여자 친구와 현재 여자 친구를 말입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집 안에서 남자가 살인을 했다는 증거물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이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전 여자 친구를 죽이다니요. 절대 있을 수도,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남자가 정말 미칠 것 같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남자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이 나지 않으니 정말 남자는 미칠 지경이었던 것입니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재미있는 설정 덕분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정말 살인을 저질렀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주인공도 처음엔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철저하게 부인합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주인공도 이제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내가 죽였는데 술을 마셔서 기억하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라고 말입니다.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것은 흔한 일이니 말입니다.


또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소설은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웃들을 연관지어나가며 풀어가는 미스터리 소설이기 때문에 더더욱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특히 최근 한 웹툰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했던 '이웃사람'이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웃사람'은 내용이 잔인하거나 공포스럽진 않습니다. 단지 우리의 주변에 살인범이 살고 있다는 그 주제가 매우 소름끼치는 것일 뿐입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에선 많은 추리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라거나, 잔악무도한 살인범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이웃 혹은 어릴 때부터 매우 친하게 지냈던 소꿉친구들이 등장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매우 흡입력이 강합니다. 단순한 소꿉친구 혹은 친한 이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았을 때 이 소설은 살인,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지금 우리들에게 한 가지 경고를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두렵고 무서운 사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애거서 크리스티 등 수많은 추리 작가들처럼 긴장감 넘치거나 박진감 넘치는 빠른 템포의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천천히 전개되는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독자를 옥죄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시민기자 박재성 (khanselle@daej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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