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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년을 기다려 알게 된 우리집 글씨의 정체
TV쇼 진품명품 포천시편 출장감정
2012-11-21 조회수 : 5715

 예전에 결혼을 할 때 같은 직장의 친한 선배가 결혼선물이라며 길이가 1m가 족히 넘는 커다란 붓글씨를 준 적이 있습니다. 한자로 ‘思無邪’(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시경≫에 나오는 시들을 한마디로 평가하여 표현한 말, 곧 마음이 바름을 뜻함. 한국고전용어사전)라고 종으로 쓰여 있는 글은 누가 썼는지 어느 시대의 글인지도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그분의 말로는 나중에 재산이 될 수도 있는 귀한 물건이란 말도 있고, 서예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힘이 있고, 나름 그 방면에 오랜 내공을 쌓은 분의 글처럼 보였습니다. 글자 하나의 크기가 워낙 커서 큰 크기로 값을 매긴다면 상당한 가격이 나가겠다고 철없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을 장롱에 있던 글씨는 이사를 하면서 다시 내 눈에 띄였고, 그대로 놔두면 종이가 다 닳아서 버리게 될 것 같아 가까운 표구집에 가 큼지막한 액자에 담아 유리까지 끼고 떡하니 집 한쪽에 벽을 채우는 장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는 사람마다 ‘저게 무슨 뜻이냐?’ ‘누가 썼느냐?’ 하고 물어 봤지만 원래 내게 준 사람에게 그런 자세한 정보를 듣지 못했으니 나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글씨만 놓고 보면 약간은 불교적인 냄새도 나긴 하는데 어느 사찰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글씨가 너무 선명해서 그리 오래 된 것 같지 않아 낙관에 쓰여 있는 호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과연 누가 썼을까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KBS에서 방송하는 진품 명품이라는 코너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는 저 같이 뭔가 사연 있는 골동품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폭풍 문의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진으로 그 표구를 찍어 방송국으로 보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전화를 해서 해당 글씨가 정말 귀한 것인가 하고 물어 보았더니 쓴 사람도 불분명한 그냥 평범한 글씨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선물을 결혼선물이라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 내게 준 선배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없으니 전화로 이게 뭐냐고 따질 수도 없고, 우리 부부가 그동안 저 글씨가 혹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귀한 보물이 될지 모른다고 가슴을 설레게 했던 글씨가 맞나 싶은 것이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로 재활용 쓰레기 신세가 되어 버렸죠.

만일 진품 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직도 우리는 그 글씨를 집안에 걸어 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괜히 들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그렇게 집에 한두 개 쯤은 사연을 알지 못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제법 되는 물건들이 있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포천에도 바로 궁금증을 해결해 줄 KBS TV쇼 진품명품의 출장감정이 있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의 촬영일시는 12월 18일 오후 1시 포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있지만 미리 접수를 받는 기간이 있는데 접수기간은 11월 19(화)~12월 14일(금) 오후 6시까지라고 합니다. 방문 및 전화접수를 포천시청 홍보감사담당관실에서 한다고 하니 궁금한 물건 있는 분들은 031-538-2072로 전화하셔서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처럼 사진을 찍어 방송국으로 보내고 다시 한 달을 기다려 전화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바로 내가 가진 물건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값어치가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십년 가까이 근처에 두고 혹시나 하던 세월의 끝에 진정한 그 물건의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혹시 저와 달리 정말 별 것 아닌것 같던 물건이 제대로 귀한 물건일 수도 있으니 미리서 포기하기 말고 문의들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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