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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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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낭 캠핑장
2013-06-20 조회수 : 7041

며칠 전 지인에게서 ‘이번 여름 포천으로 캠핑을 갈 테니 좋은 곳 알아 놔라.’라는 연락을 받았다. 포천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캠핑을 해본 적이 없어 어느 곳을 추천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길거리를 다니면서 보았던 ‘비둘기낭 캠핑장’이 생각났다. 사실 비둘기낭 근처에 캠핑장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반갑지만은 않았다. 행여나 사람들이 몰려, 사람들과 함께 들어온 쓰레기, 무분별한 개발로, 그 멋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을 갖고 비둘기낭 캠핑장으로 향했다.

비둘기낭 캠핑장은 포천시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2013년 문을 열었다. 캠핑장은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비둘기낭 폭포와 약 6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50,000m²이다. 캠핑장은 현재 20여 개의 캠핑사이트와 4개의 돔하우스로 이뤄져 있다. 비둘기낭 캠핑장은 앞으로 트래킹코스, 습지생태공원, 야생화공원, 다목적 운동장, 캠핑편의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지금도 캠핑장에서 800미터 정도 가면 한탄강 래프팅을 할 수 있다. 

캠핑장에 도착하자 잘 정비된 캠핑사이트가 보였다. 주차 공간과 텐트를 치는 공간이 나란히 잘 정비돼 있었다. 또 각 사이트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는 넓은 그늘을 만들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낮보다 밤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보는 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캠핑 전문가가 아니라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돈 보다 자연과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앞으로 좋은 곳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둘기낭 폭포를 보러 갔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감쌌고, 비둘기낭의 영롱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에메랄드빛이었다. 지난해 비둘기낭을 보고 가면서 이 모습을 오래 간직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정말 그때 그 모습이었다. 오히려 깨끗해졌다. 그 비밀은 나오면서 알았다. 비둘기낭은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함께 2012년 9월 25일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됐고, 이후로 접근이 제한됐다. 작년에는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쓰레기 등으로 비둘기낭이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내려진 조치다.


마음속으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비둘기낭을 보러 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마음도 들겠지만, 그로 인해 비둘기낭이 아예 그 멋을 잃어버리면 어떨까? 속상한 일이기도 하면서,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오히려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보면서, 멋진 주상절리를 보면서,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오래오래 맞는 게 낫다. 문득 우리 마을에 있는 지장산 계곡이 떠올랐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저기서 고기를 굽고, 술판이 벌어진다. 차는 계곡 깊숙이 들어가 계곡의 본래 모습을 망치고 있다. 지장산 계곡도 비둘기낭처럼 잘 보존될 수는 없을까?

한탄강 래프팅 출발점으로 갔다. 래프팅을 할 것은 아니지만 한탄강을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래프팅 장소에 차를 세우고 내려가니, 한탄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탄강의 모습은 충분히 멋졌다. 이곳에서는 한탄강에 직접 발을 담글 수 있으니 한탄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비둘기낭 캠핑장에 왔다면 이곳에 반드시 들려야할 것이다. 무분별한 음주가무, 취사도구, 쓰레기 등 부끄러운 것은 버리고, ‘나’보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말이다.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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