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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2013-06-24 조회수 : 3019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 공짜혜택을 누리면, 누군가는 희생하게 돼있다. 또 무언가 공짜로 하면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영화도 제 돈 주고 봐야 더 재밌는 법이다. 하물며 공부는 오죽할까. 노력 없이 공부할 기회를 얻으면 그게 얼마나 귀한 건지 알지 못한다. 이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목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책 속에 등장하는 대조적인 교육환경을 보고 불만을 철회했다. 미국의 돈 많은 이들은 한 시간에 500달러짜리 과외를 받는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평생 책 한 권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많다. 이 지독한 불평등 앞에서 공짜 교육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이자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인 살만 칸은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을 꿈꾼다. 이게 가능할까? 아무도 모른다. 아니, 불가능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아니 세상에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걸었다. 그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기술이다. 그는 무료 수업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전 세계 어디서나 그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의 노력은 교육 기회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도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의 수준을 배려하지 않고 정해진 내용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이해되지 않으면 또 듣고, 그 과정은 완전학습이 이뤄질 때까지 반복한다. 친구들이나 선생님 눈치를 보지 않고 무한 반복해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효과적이다. 동영상 강의가 선생님의 자리를 빼앗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살만 칸은 동영상 강의는 어디까지나 보조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동영상 강의를 통해 원리를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은 학습의 극히 작은 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은 더욱 긴밀하고,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여러 학교에서 현장 교육과 칸 아카데미의 결합을 실험, 성공하고 있다.

책을 잠시 덮고 ‘아이들은 왜 공부를 싫어할까?’하는 질문을 던져봤다. 첫 번째는 재미가 없어서다. 공부가 어렵고 할 게 많아서 그럴까? 그도 이유가 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배우는지는,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가 지금 무얼 하는지,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를 때 재미를 느낄 사람은 없다. 두 번째는 공부의 목표가 잘못 설정돼 있어서다. 공부는 미래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나,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등생과 열등생,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인생은 불완전한 인간이 세상을 배우는 과정으로, 교육은 배우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과정에 집중하지 않고 결과에만 집착하니 학생들은 지치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생각을 마치고 다시 책을 읽는데, 살만 칸이 이미 같은 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답이 명확하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 탓이리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의 말대로, 아이들을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여기고, 그들에게 맞는 학습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최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말이다. 교육은 누군가의 밥벌이도, 누군가의 돈벌이도, 불평등을 고착화 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살만 칸의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칸 아카데미를 설립한 과정이 큰 자극이 되었다. 지금껏 꿈이 아닌 상황에 몸을 맞춘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누군가에게 떠넘기지 않고, 나의 뜻을 펼쳐야겠다.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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