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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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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불완전하다
<서평> 앵무새 죽이기
2013-07-03 조회수 : 3082


읽지만 않았지 익숙한 책이었다. 어릴 적 들은 라디오 광고를 시작해 책 제목을 수도 없이 들었다. 또 지인들은 좋은 작품이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미국에 흑백차별이 존재하던 시절, 흑인을 위해 법정에 선 백인 변호사의 용기 있는 이야기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었을 무렵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흑백차별을 고발하는 용감한 시민 이야기 이상이었고, 삶에 대한 작가의 고찰은 상당히 깊었다.
 
애티커스 변호사는 백인 처녀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는다. 그는 알고 있었다. 톰 로빈슨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흑인의 변호를 맡는다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는 흑인의 변호를 맡는다. 그가 특별히 정의로워서도, 용감해서도 아니다. 다만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믿음과 신념이 그를 세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험한 가시밭길을 걷게 했다.
 
이 장면에서 그는 잊지 못할 한 마디를 한다. ‘인생에 한 번은 피할 수 없는 일이 오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다. 피하고 싶으나, 또 피할 수 있으나, 피한다면 자신의 신념은 물론이고 모든 삶이 부정되고 만다. 범인(凡人)은 잔머리를 굴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택하겠지만, 그는 그의 삶 전체를 두고 선택했다. 그리고 자식과 신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한 인간이 되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지금껏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생길 것이라는 것,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애티커스 변호사가 가르쳐주었다. 먼저 그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았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했고, 집 안과 밖의 모습이 똑같았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서둘러 판단하기보다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또 누군가 말을 하면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은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지행합일, 여유, 관용 등 그는 어떻게 이런 모습을 갖췄을까. 아마도 그가 진리 안에 거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리 안에 있을 때 달라질 것도, 조급할 것도, 양보 못할 것도 없다.

그가 말하는 진리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는 실수하는 사람도, 자신을 협박하는 사람도 크게 미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일부분의 모습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생각할수록 매우 합리적인 처신이다. 누군가 부분적으로 잘못했다고 미워한다면, 나 또한 부분적으로 잘못했을 때 미움 받을 것이다. 또 조금만 잘못해도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만약 사람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랑보다 정죄가 앞선다면, 앵무새를 죽이는 비극이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앵무새 죽이기>의 화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여동생 스카웃이다. 그런데 소설은 톰 로빈슨의 재판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그를 통해 화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 말 안 듣는 말괄량이 같지만 그녀는 생명력 넘치고, 사랑이 많은 소녀다. 쉽게 지치지 않으며, 남과 함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스카웃과 애티커스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 자식 간의 교감이 한 아이를 얼마나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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