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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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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던 12월 첫날의 하루

시민기자 유예숙

퇴근 시간 되려면 더 있어야 하는 시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설탕 얼마나 있어요?”
"글쎄 얼마만큼 필요한데? 설탕통에 1/3 정도 있지"
“아 그래요 알겠어요”

왜냐고 묻지 않고 끊었더니 궁금해졌다. 평소에 집에서 음식을 하는 편이라 그런지 알아들은 것 같다. 욘석이 뭘 하려고 그러는 걸까, 설탕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가 있을까... 떠오르지 않는다. 설탕공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상상을 하며 기다리니 아들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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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유예숙

“와아!~ 과일값이 너무 비싸!~ 이렇게 비싸다니 몰랐어요”.
“아! 이건 사치야 사치”

과일로 요리하는 게 아닌데 잘못 생각했다는 듯 떠들어 댔다. 뭘 얼마나 사 왔는데 비싸다고 너스레를 떠는지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황금향, 딸기, 여러 가지 색깔의 무지개 대추토마토다. 설탕을 대신할 몸에 좋다는 스테비아와 또 다른 설탕, 긴 막대 꽂이까지 있었다. 뭐 하려고 하는 것인지 물었다.

“왜 엄마 여행 가면 무조건 먹었던 거”라고 말하는데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모르겠다고 하니 설명을 한다. "아 그거!! 먹어는 봤는데 이름을 모르겠다"고 하니 탕후루라고 내일 만들거라며 마음이 들떠 있는 듯 말했다.

2ⓒ시민기자 유예숙

평소 휴일보다 일찍 일어나 주방에서 오늘 아침 메뉴는 짜장 라면이라며 엄마의 의향을 묻는다.
"엄마는 밥 먹을 건데"라는 대답에 “알겠어요. 그럼 두 개”.
 "뭐야 엄마는 밥이라고" 환기 시켜주듯 큰 소리로 말했다. 하나만 먹기는 부족하고 두 개 하면 남으니까 엄마가 거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휴일이면 아들이 집에서 음식을 해주니 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먹어주는 것이 버겁다.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니 고맙게 생각하며 먹는다. 오늘도 차려주는 밥상을 편안하게 받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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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끝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과일을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접시에 담아 놓는다. 색감을 위해 집에 있던 샤인머스켓도 씻어 준비했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한다. 재료가 놓인 식탁 옆에서 지켜보다 씻어 놓은 과일 예쁘다고 사진을 찍으며 말을 걸어본다. 도와줄까? 아이는 딸기를 꽂이에 끼우며 색깔별로 끼운 과일들을 접시에 올려놓았다. 냄비에 설탕과 물을 넣고 끓일 것이라며 그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구경꾼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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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 위 냄비에 설탕을 들어부으며 하는 말 “엄마 지금이야 사진 찍을 타임” 아이 말에 "오케이"하고 사진을 찍었다. 설탕이 들어 있는 냄비 안에 물을 붓고 잘 녹이기 위해 젓가락으로 저어주며 끓인다. 이것이 시럽의 점성보다 진할 정도로 끓인 다음 살짝 식혀서 과일을 코팅하듯 옷을 입혀 주면 완성이라고 알려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팔팔 끓는다. 이 정도 시간이면 완성될 시간인데 이상하다며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투로 불안해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설탕이 문제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몸에 흡수 잘 된다는 설탕 말고 집에 있는 백설탕으로 했어야 되나 봐 말끝을 흐리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하며 집에 있는 설탕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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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유예숙

집에 있는 설탕을 조금씩 더 넣고 저어주니 점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 넣어야 한다며 다 들어부었다.
"그 많은 설탕을 다...?" “엄마 이래야지 예쁘게 된다고요“ 하면서 원인을 찾아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얘기를 했다. 진해진 액체를 식혀 딸기 꽂이를 시작으로 다른 과일들도 차례대로 빙그르르 돌려주니 반짝반짝 윤이 나며 코팅이 되었다. 준비해 둔 폼 박스에 하나씩 꽂아 놓으니 예쁘기도 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이 정도면 완성이라고 컵에 담아 놓고 사진을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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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잘 입혀졌다고 생각한 코팅이 오래 머무르지 않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방 공기가 따듯해서 그런가 하고 창문도 열어놓았다. 식탁 위에 접시 위에 등등 여기저기 흘려져 난감하다. 더 굳기 전에 치울 생각이 앞서는 나는 일거리 만드느라 수고했어, 경험치를 키웠으면 됐지 뭐, 전문가가 그래서 있는 거지, 단번에 다 잘하긴 힘든 것이라고 위로했다.

744ⓒ시민기자 유예숙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굳혀 탕후루끼리 부닥트려 깨질 때 탁하고 금 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엄마 만들어 보니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네”. 등짝 스매싱 당할 각오로 해야 한다는... 말로 선수 치며 웃는다. ‘뭘 이 정도에 등짝 스매싱까지‘? 요리를 만들고 난 후 설탕물과 과일이 안 먹어지면 버려지니까 엄마들이 등짝을 후려 칠만 하다는 거 아니겠냐는 것이다. 울 엄마는 다른 엄마랑 다르니까 “역시 울 엄마는 나의 조력자 사랑스러운 엄마이지”라고 입막음하듯 맛을 보라며 꽂이를 입에 물린다.

보기도 좋고 달콤하고 씹히는 식감까지 맛이 있었다. 각기 다른 과일의 식감과 맛을 이야기하며 맛없는 과일로 해야 한다는 말의 이유도 알겠다고 말한다. 역시 요리는 과학, 베이킹은 경험치인가? 답을 모르겠다며 떠들어댔다. 탕후루를 먹으며 실패한 원인과 과일 식감의 다름을 공유하며 많이 웃어 본 날이다. 달랑 하나 남은 달력의 12월 첫날 시작이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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