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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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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보내는 아쉬움을 마당에서 닭백숙을 먹으며 달래본다.
시민기자 이정식


후끈하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의 변곡점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가을은 전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정말 아름답고 맑은 자연을 선사한다.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과 싱그럽고 맑은 공기, 그리고 낮엔 한 여름처럼 후끈하게 사람 열을 올리기도 하지만 해가 질 무렵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살갗에 차가운 기운이 살짝 내려앉는 큰 일교차도 이 가을의 맛이다.

뜨거운 여름도 가고 했으니 모처럼 신북에 사는 친구 집에서 몸보신 겸, 친목 겸 토종닭 백숙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당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이렇게 너른 앞마당을 가진 친구가 무척 부럽다. 시골에서 사는 매력 중에 하나가 바로 이렇게 대 자연을 집에서 바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리라.

이번 회식에 필요한 토종닭이며 음식 재료며 모두 친구가 준비했다. 참 고맙고, 미안한 일이다. 매일 이렇게 얻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담엔 내가 준비하는 것으로... 솔직히 친구 네처럼 마당 있는 집이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넓은 마당을 잘 관리할 자신은 없다. 매일 자라는 풀도 가끔 봐야 자연의 일부로 보이지 매일 보면 지긋 지긋한 원수 같은 존재일 것이다.

친구가 준비한 토종닭은 역시 우리가 먹는 후라이드 치킨의 닭보다 훨씬 덩치가 큰 녀석이었다. 두 마리면 성인 남자 넷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온다. 닭백숙은 함께 넣은 보조 재료들이 거의 한약 탕약을 능가할 정도로 몸에 좋은 것들을 넣는 것이 포인트이다. 닭 자체도 물론 좋겠지만, 이렇게 평소 구경도 잘 못하던 한약재와 몸에 좋은 것들을 때려 넣으니 당연히 정성 들어간 보양식이 되는 것이다.

가끔 이런 식으로 친구와 함께 자연의 맛을 즐기는데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솔직히 맛도 맛이지만 준비하는 과정, 마당에 편안히 앉아서 고기가 익을 때를 기다리며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는 시간이 더 좋은 것 같다.

가스불을 피우며 끓이는 토종닭은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40여 분 그렇게 끓인 닭을 우린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사실 이런 분위기와 풍경, 장작불 위에 올라간 냄비나 마당에 있는 자연의 도구들이라면 닭이 아니라 그냥 라면만 끓여도 그 어떤 음식보다 맛날 것이다.

이날은 자리를 준비한 친구도,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간 사람도 즐겁고, 유쾌한 기억을 하나 더 만든 셈이 되었다. 아 그리고, 토종닭이 어찌나 살이 많고 질기던지 오랜만에 닭으로 고기 뜯는 기분 실컷 냈다. 생각해 보니 어릴 적 먹던 닭은 이렇게 씹는 맛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먹는 닭들은 꼭 가공식품 먹는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즘은 너무 어린 닭을 빨리 유통시킨다던데 그래서 그렇게 포실포실 닭살에 힘이 없나 보다. 닭에 대한 입맛도 역시 예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시민기자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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