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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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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주말 오후를 선사해준 캘리그라피 전시회를 다녀왔다.
시민기자 이정식


글이란 것이 그냥 내용을 전달하는 기능 말고 그 자체로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하긴 글씨도 어찌 보면 사람들 사이에 약속된 회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서예라는 예술 장르도 있지 않는가? 이번에 반월아트홀 전시장에서 지인이 참여한 글씨 예술의 한 파트인 캘리그라피 전시회가 있었다. 아는 사람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재미도 있고, 캘리그라피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작품 전시회장을 찾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주말 오후 반월아트홀은 그 자체로 예술 감성이 물씬 뿜어져 나왔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한 사람들은 어디든 오는 법인지라 우리를 비롯한 몇몇 사람은 이 전시회장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캘리그라피를 그냥 POP 글씨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 글의 내용보다 글씨 자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정말 특이한 장르의 예술작품들이었다. 글을 읽으면서도, 글씨 자체를 감상하면서도 글을 쓴 이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은 참 생경한 것이다. 서예 글씨는 많이 본 적이 있지만, 캘리그라피로 예술성을 느낀다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거 같다. 이 정도 수준의 글씨 작품을 만들려면 적게는 3~4달에서 많게는 2~3년씩은 수련을 해야 한단다. '느린마음'이라는 캘리그라피 모임에서 주최한 전시회는 회원 30명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두 점씩 출품을 했다고 하는데 같은 스승에게서 배웠다지만 사람마다 자신의 개성에 따라 글씨의 모양은 모두 달랐다. 그 점도 특이했다. 보통 서예의 경우는 스승의 서체를 거의 닮아가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이 하나의 서파로 형성되는데 캘리그라피 모두의 개성이 아주 뚜렷했다.

자세한 작품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감상을 하니 더 이해가 잘 가고, 감동이 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글과 글씨로 함께 표현한다는 점에서 캘리그라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우린 요즘 어쩌면 컴퓨터로 인쇄되는 글과 글씨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손으로 직접 쓴 편지나 문서를 전달하는 일이 어색해져 버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게 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바로 이 문자로부터 들어온다. 물론 감동적인 것도, 분한것도, 꼭 필요한 것도 다 글을 통한 전달이다. 당연히 글씨와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동안 내려놓고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 만년필이나 붓을 들고 싶어졌다. 손이 아플 정도로 매일같이 글을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래서 중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였는데, 이젠 그런 일들이 거의 없지 싶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수고스러울 정도로 억척스럽게 잘 써간 글씨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주말 오후를 만들어준 좋은 전시회였다.

ⓒ시민기자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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