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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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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그리움으로 남다!

시민기자 서상경

 

영평초등학교가 폐교된다. 학생 수가 해마다 급감하여 교육 활동에 제약이 많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 편성이 쉽지 않았으며, 규모가 큰 행사를 추진하기 어려웠고 학업 성취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영중초교, 금주초교와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거점학교를 신설 중에 있다.

하지만 아쉬움은 크다. 포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초등학교이고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7년에 사립으로 개교하고 1910년 공립으로 개편되었으니 6.25전쟁으로 10년간의 공백을 제외하더라도 100년이 넘는 역사다. 1960년대에 영평국민학교를 다녔던 42회 졸업생 최은성(70) 할아버지가 당시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영평초등학교ⓒ시민기자 서상경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추억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법. 6.25전쟁으로 가평, 천안 등으로 피난을 다녀야 했던 할아버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다녔다. 한 반에 72명이 있었단다. 반을 나누지 못하니까 같은 학년이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6개 학년이면 적어도 400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를 다녔다고 봐야 한다. 인근의 성동, 영중, 거사는 물론이고 지금의 관인면 중리, 창수면 고소성리에서도 아이들이 찾아왔다. 1967년 보장초등학교가 문을 열면서 학생 수는 조금 줄어들었다.

그래도 학창 시절의 추억은 소풍과 수학여행이다. 그 많은 학생들은 어디로 소풍을 갔을까? “산정호수로 갔지. 걸어서 가면 너무 머니까 인근에 있는 군부대에서 트럭을 지원해 줬어요. 그리고 창수면 오가리에 터널을 지나면 어느 기업에서 운영하는 동물농장이 있었는데 그리로도 가고. 사슴, 곰, 오소리, 공작새 같은 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구경거리가 좋았지.” 수학여행은 서울 창경원과 경주를 다녀왔다고 한다. 전곡에서 기차를 타면 서울 가는 길이 무난했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못 가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다들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평초등학교 교정ⓒ시민기자 서상경

▲100주년 기념탑ⓒ시민기자 서상경

1950~60년대는 모두들 형편이 어려웠다. 먹을 것도 귀했고 부모들의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남의 집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그것을 머슴살이라 했다) 사격장 주변에서 고물 줍기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미군정에서 나누어주는 옥수수죽을 먹었다. 당시에는 옥수수식빵이 나오기 전이라 옥수수죽이 전부였고 고체로 굳힌 우유가 나오기도 했다. 여름에는 보리개떡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늘날 포천시의 북쪽에 위치한 영평은 당시만 해도 포천의 뿌리와 같은 곳이었다. 5일장이 서고 우시장이 형성되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의 영평초등학교 자리에 영평현 관아가 있었고 향교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주재소가 있었던 자리. 원산에서 내려온 동태는 이곳에서 물물교환이 이루어졌다. 6.25전쟁 전에는 영평천이 물물교환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이야 영평천에서 물놀이도 하고 즐거웠지만 영평천에는 나룻배로 건너야 할 정도로 물이 많았다. 해방이 되고 나서 영평은 영평천을 경계로 38선이 그어지고 공산치하에 들어갔다. 당시의 영평공립보통학교는 영평인민학교로 교명이 변경되었고 6.25전쟁 이후 남한으로 수복되면서 영평국민학교가 되었다.

▲영평토박이 최은성 할아버지ⓒ시민기자 서상경

문을 닫는 영평초등학교는 ‘포천 38 문화예술 창작소’로 이름이 바뀌어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의 기능은 상실하지만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꿈 꾸는 예술터로 재탄생하면서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시 펜과 악기를 들고 교정으로 모여들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가슴속의 서운함은 어쩌지 못한다. 100살을 훌쩍 넘긴 영평초등학교다. 최은성 할아버지는 추억이 많은 학교가 폐교된다는 말에 그 역사와 전통이 사라지게 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연구했으면 학교의 역사는 그대로 이어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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