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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게 즐기며 떠난 과거로의 여행길-만세교
2014-04-13 조회수 : 4661

▲만세교ⓒ시민기자 이정식

포천시 신북면에는 '만세교'라는 다리가 있다. 어릴 적부터 도로의 주요한 분기점 역할을 하던 이 다리를 무척 많이 갔었다. 주로 백로주 유원지에 놀러가기 위함이었는데, 그 때도 이 다리의 존재는 이제 다 왔다 하는 이정표 역할이었다. 43번 국도와 47번 국도를 북쪽에서 이어주는 37번 국도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이 길을 처음 간 것은 중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였다. 당시 이 도로는 비포장 도로였다.

중학교 시절 비포장 길을 따라 처음 가보았던 일동시내가 예상보다 엄청 큰 것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비포장 길이어서 그런지 무척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새로 개설된 일동 터널을 통과하면 바로 지척으로 와 닿는 곳이 되었다. 과거 우리보다 더 선배들은 만세교에서 운천으로 가는 43번 국도도 비포장인 길을 다녔다고 했는데 그 기억까지는 없지만 비포장인 일동가는 길을 다니던 대진여객소속의 버스들이 유난히 의자가 많이 망가졌던 것 같다. 지금은 새로난 도로로 인해 포천시내에서 일동으로 가는 시간이 운천으로 가는 시간보다 많이 단축된 것이 사실이다.

▲1989년 일동-만세교간 도로포장공사 현장ⓒ포천시

모처럼 꽃구경한다고 나선 길에서 잘 가지 않던 만세교에서 일동으로 가는 구도로로 접어들었다. 포천은 가운데를 가르고 있는 한북정맥으로 인해 동과 서로 분리가 되어 있다. 이 분리된 43번과 47번 국도를 서로 통하기 위해서는 가산에서 내촌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세교에서 일동으로 이어주는 이 길이 많이 이용되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수원산을 넘는 길도 있지만 길이 험하고 워낙 커브가 많은 구간이라 이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만일 수원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생기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화현면을 가기 위해서도 사실 37번의 새로난 일동 터널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효율성을 따지기 보다는 과거 아버지 손을 잡고 덜컹거리며 가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싶다.

▲고가로 뻗은 37번 도로ⓒ시민기자 이정식

비포장의 역사는 완전히 사라져 없고, 구길이라고는 하지만 깨끗하게 잘 정비된 도로로 갈 수 있었다. 중간에 새로 난 일동터널로 가는 길이 마치 국토의 정 중앙을 뚫고 내려가는 중앙고속도로처럼 하늘 위로 치솟아 있다. 잠시 차를 멈추고 그 높은 다리를 쳐다보았다. 세월만 그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 길로 가면 만세교에서 일동까지 10분이면 갈 길인데 그저 우리는 가다 서서 꽃도 보고 음료수도 마시고, 내천에 내려가서 돌도 던져보고 하면서 천천히 일동으로 들어갔다. 마치 먼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처럼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꼭 무슨 일을 위해서 아니라도 길을 나서야겠다.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이라도 해봐야겠다.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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