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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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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명절, 다른 생각.
소중한 가족,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명절
2012-09-26 조회수 : 5105

추석 명절을 맞이해 본 기자는 3가정의 각 구성원을 인터뷰 해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은 실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가상의 가족을 구성, 가상의 인터뷰로 재구성하였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입니다. 특정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므로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소중한 가족과 성숙한 대화, 소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시기 바랍니다.


KBS 넝굴당 화면 캡쳐

웰컴투 시 월드~
며느리의 명절.

전 왜 교통사고도 안 나는지 모르겠어요. 명절 앞두고는 딱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아니면 어디 한군데 부러져서 입원을 하던지. 명절이 다가오는 게 공포 그 자체에요.
추석 일주일 앞두고 벌써 김치도 담갔어요. 미리미리 장도 봐둬야 하죠. 쌀가루 만들어와서 반죽하고 송편 빚고, 찌고. 전은 꼬치전, 고추전, 깻잎전, 동태전, 소고기전, 두부전……. 가짓수도 많아요. 산적도 만들어야 하고, 잡채는 좀 빼면 좋으련만. 탕국 끓이고 나물 삶아 무치고, 생선도 쪄야 하고, 갈비도 재워놓아야 해요. 이 많은 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손이 더뎌서 더 힘들죠.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근데, 사실 이런 육체노동쯤이야, 눈 질끈 감고 며칠 고생하면 되요. 가장 큰 고난은 역시 사람이에요. 이렇게 부엌에 일이 많을 땐 식사 상차림 정도는 남자들이 거들어줘도 되잖아요? 근데 꼼짝을 안 해요. 입으로만 고생한다고 말하지 말고, 같이 좀 도울 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뭘 도와줄지 모르겠으면 물어봐 주시고. 안사람들이 부탁 하는 거 있으면 기분 좋게 심부름도 해주시고. 그러면 따끈한 음식을 그 자리서 입에 넣어드리죠. 고마워서~

근데……. 이건, 참 조심스러운 말이라, 꺼내기가 힘든 부분인데요. 뭐, 무기명이라니까 탁 터놓고 말씀 드릴게요. 정말 힘든 게 뭐냐 하면요. 시어머님이세요.
제가 결혼 5년 찬데, 아직 좀 서툴잖아요. 어머님보다 당연히~ 근데 제가 손이 느리다고 나무라시고, 음식마다 간이 안 맞네, 재료가 시들었네, 고기가 누린 네가 나네……. 심지어는 칼자루가 무디어진 거까지 지적하세요. 이렇게 바쁜데, 그냥 거들어주시거나 저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알려주시면 안 되는 걸까요? 말씀 드려본 적은 없죠. 제가 말씀드린다고 어디 들어주시겠어요? 작년엔 시누이 가족 온다고 명절날 친정도 안 보내 주시는 시어머니인데, 말씀드리면 괜히 시어머니께 대드는 며느리만 되겠죠.


KBS 넝굴당 화면캡쳐

'기특한 며느리 말해 뭐 해. 다 알겠지~'
시어머니의 명절~


명절. 뭐, 스트레스랄게 있나? 우리네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생각하고 살아와서 별로 스트레스는 없어요. 며늘아기 들어오기 전엔 진통제 먹으며 음식 했죠. 뭐~ 워낙 젊어서 이일 저일 한 몸뚱이라 그런지 명절음식 하다 보면 여기저기 쑤시고 안 아픈 데가 있어야지.

그래도 요즘엔 며늘아기가 다 해. 아주 예뻐요.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 때랑 영판 달라~ 음식 할 줄을 당최 모르더라니까요. 나 죽고 나면 그나마도 가르쳐줄 사람 없을 거 같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느라 내가 아직도 부엌에서 나오질 못하고 살아요.

음식이라는 건, 특히 차례상 음식은 일반 한식과는 좀 다르거든~ 여차하면 낭패되기 십상이야~ 그래서 잔소리가 좀 많아지죠. 근데 요즘 사람들, 결혼하기 전에 부모에게 너무 오냐오냐 키워졌나봐요. 시어미가 좀 몇 마디 하는걸 아주 못 참아 하는 눈치야. 내가 좀 꼬장꼬장한 면도 있지. 하지만 사람은 다 장단점이 있어서 이 시어미에게도 좋은 점도 있는데, 그걸 못 봐. 나도 그래서 서운해요. 딸처럼 살갑게 해봐, 나도 저 이뻐해주지~

우리 딸? 하하~ 그 녀석도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오냐오냐 키워서 모자란게 많아요. 그래도 늦게나마 시집이라도 가고, 작년엔 아이도 가져서 기특해. 노산이라 조심시키느라 며늘아기 친정도 명절 끝나고 보냈어요. 며늘애가 많이 서운했을 텐데 대꾸 없이 잘 참더라고요. 이런 속 얘기? 뭐 하러 해요? 다 알겠지~~

KBS 넝굴당 화면캡쳐

멀뚱~멀뚱~
시아버지의 명절~

뭐 명절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요. 거래처에 명절 선물 고르고 보내는 게 좀 골치라면 골치겠죠.
연휴 동안 방문해 주시는 손님맞이하고, 손자손녀 봐주고 하는 게 내 일이죠. 그나마 최근에야 손자들 생겨서 그 녀석들 봐주는 거라도 하지요. 전에는 멀뚱하니 앉아서 텔레비전 이나 보다 낮잠 자다 하는 게 다였지요 뭐.

내가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안사람을 돕지. 괜히 기웃거리면 잘하나 못하나 감시 하는 거 같고, 먹을 거라도 내줘야 하나~ 하고 신경 쓸 까봐 그냥 마냥 방에 있다 마당에 나갔다~ 하는 거지요 뭐.


KBS 넝굴당 화면캡쳐

우왕좌왕~
남편의 명절~


명절 스트레스요? 당연히 받죠.~!! 여자들은 음식 하느라 스트레스죠? 남자들은 여자들 히스테리 받아주고 막아주느라 스트레스에요~
명절 준비하면서 부터 아내의 표정이 달라져요. 잘못 보이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눈치껏 행동하고 요령껏 피해 다녀요. 이젠 도사가 다 됐어요. 당연히 안쓰럽죠. 처녀 때까지 설거지도 안 해본 사람이 맏이인 저와 결혼하는 바람에 해마다 명절마다 저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게…….

근데 제가 도울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좀 도와주고 있자면 괜히 부모님 눈치가 보이는 거에요. 결혼 전에는 엄마가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제 마누라는 끔찍이 생각한다고 오해 하실까 봐서요. 그래서 엄마 안 보실 때만 눈치껏 살짝살짝 도와주고 밤엔 아내 어깨, 팔, 다리 다 주물러주죠.

근데 정말 모르겠는 게……. 제 딴엔 한다고 하는데도 왜? 우리 마누라님 표정은 날로 더 어두워져 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기분 풀어주려고 이번 명절에는 추석날 점심때 맞춰서 처가에 일찍 가자고 했더니 버럭! 소리만 지르고 팽~ 돌아누워버리는 거에요. 눈치보고 비유 맞춰주는데도 한계가 있지. 애라 나도 모르겠다~ 하고 말았어요.


KBS 넝굴당 화면캡쳐
'사귀는 사람 있다구욧!!'
노총각 삼촌의 명절~


명절 스트레스요?? 말도 마세요. 얘기 안 해도 아시죠? ‘노총각노처녀의 명절은 며느리의 명절보다 더 서럽다.’ 제가 장가를 못 간 것도 아니고 아직 마음이 맞는 사람을 못 만난 건데, 아니 명절만 되면 온~~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물어요. 지겹지도 않으신가 봐요? 같은 대답하기도 하도 지겨워져서 이번엔 아예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하려 구요. 뒷수습이요? 뭐~ 나중에 헤어졌다고 하면 되죠 뭐. 근데 우리 집 분위기 완전 살벌해요~ 기자님은 왜 그런지 좀 아세요? 


어른들은 바보!
아이의 명절!


명절 스트레스요? 몰라요~ 그런거 저희가 뭐 그럴게 있겠어요? 아! 하나 있다. 이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다 어떻게 먹어줘야 하나. 내 위는 한계가 있는데~~!! ㅎㅎ

근데 엄마랑 할머니랑 아빠랑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좀 웃겨요. 네 분이 부엌에 있으면요, 할머니는 엄마 따라다니며 막 얘기하세요. 나한테처럼 지난 얘기 하고 그러시나? 근데 엄마는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대답 안하고 계~~속 음식만 만들어요. 아빠는 설거지 하다 할아버지한테 혼나서 끌려 나와요. 남자가 주책없게 부엌에서 뭐 하냐 구요. 아빠는 대꾸도 못하고 엄마만 쳐다봐요. 하하하~~ 되게 웃기지 않아요? 한 공간에 네 명이 있는데 아무도 서로 같이 바라보는 사람도, 같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람도 없어요.

근데요. 엄마 하는 일 엄청 많은 거 같던데, 할머니는 얘기 말고 엄마 도와주시면 안 되나? 할머니는 요리 솜씨도 엄마보다 훨~~씬 좋으시면서. 근데 엄마도 문제에요. 할머니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왜 듣고만 있데요? 뭐 배우느라 그런 건가? 근데 말로 듣는 거보다 눈으로 보는 게 더 확실히 배울 수 있지 않아요? 하하~~두 분 다 되게 웃겨요~

아빠는 엄마 눈치 볼 거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당당하시던지. 할아버지 말씀 따를 거면 부엌에 또 몰래 들어가질 마시던지~. 매번 할아버지한테 잡혀 나오면서 픕~, 남자가 자기 여자 하나 못 지키면 남자냐고 아빠가 나한테 그래 놓고. 

그러니까, 대화를 하시라고요 들~
탁 터놓고 서로 말하면 되잖아요?


KBS 넝굴당 화면캡쳐

있을 때 잘 하라우~
어느 독거노인의 명절~


고부갈등? 부부불화? 그것도 상대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호사에요. 나한테는…….
난 싸울 상대라도 이 방에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가 그 미운 사람을 위해 송편도 빚고, 전도 부칠 수 있어요.

나 먹자고, 나 위해서는 요리……. 못 하겠더라 구요. 그냥 밥에 김치가 전부죠 뭐. 나 같은 독거노인에게 명절은 더 쓸쓸하고 외로운 거에요.

너무 헛헛하면 마당에 나가봐요. 그러면 새나 가끔 와서 지저귀어요. 바람이 불면 혹시나 죽은 남편 옷자락 소린가~ 하고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헛꿈을 꿔요. 눈 뜨고도 꿈을 꾼다니까 내가.

우리 시어머니. 참, 그 양반도 모질었어요. 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셨던지…….내가 며느리가 아니고 당신 아들 가로채간 여자로만 보이셨나 봐요. 그래서 그렇게 심술을 부리셨나. 원~ 그런데 이렇게 빈방에 혼자 누워 가만히 생각하노라면 남편보다 그 양반이 더 보고 싶어. 몰라 나도~~왜 그런지는…….

그 독했던 시집살이도 이젠 까무룩~ 하게 잊혀지고 온기만 남은 거지 뭐. 같은 여자로써, 사람으로서, 측은하기도 하고……. 나도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 한 게 죄송하기도 하구.
다~~ 떠나고, 다~~~ 지나고 이제야 알았는데……. 너무 늦었죠 뭐. 있을 때 잘할 걸.

아무튼 기자 양반. 이거 인터뷰 한다고 나 찾아줘서 고마워요. 모르는 사람이라도 얼굴보러 와주면 반갑고 좋네요.


ⓒ포천시 
  
시민기자 최명옥 (sea3ra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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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견글 2
  • 강승봉 2012-10-04 삭제
    명절을 맞는 식구들의 표정을 잘 묘사해 주셨어요. 최근엔 과거의 명절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요. 전이나 송편 등 제사음식을 대행사에 맡기는 추세입니다. 아무튼 명절엔 온 식구가 다 모여 정담을 나누고,웃으며 즐겁게 보내야 하는데,,,,,,
  • 목련꽃 나 2012-09-26 삭제
    종가집 며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이 다가오면 이래저래 머리가 지끈합니다.. 더 바라는거없고 저 음식할때 애들만 맡아줘도 좋더라구여.. 명절!! 그래도 웃으며 보낼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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