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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영웅을 찾아서
[서평]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2013-09-12 조회수 : 4141


어릴 적에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커가면서는 수퍼맨, 배트맨 등 수많은 ‘맨’들이 세상을 지키는 줄 알았다. 일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몸을 날리는 영웅들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으레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왜 쟤네들만 지구를 지키는 거야’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 화도 났다. 그래서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세상을 지키겠다’는 야무진 꿈도 꿨다. 그런데 범인(凡人)이 세상 지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늘을 날지도, 괴력을 갖고 있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먼저 <힐더월드(HEAL THE WORLD)>를 보고, ‘세상을 치유하는 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힐더월드>는 국제아동돕기연합에서 만든 책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HEALing)’,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RECOVERing)’,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할 수 없는 일들(JOINing)’이란 목차에서 알 수 있듯,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고이 품고 있다. HEALing은 자비 없는 세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RECOVERing은 오직 사람 입장에서 행동해 죽어가는 지구와 동물들을, JOINing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삶은 에이즈로 끝나지 않는다”

먼저 HEALing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르완다, 소말리아 내전 등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가고, 2,500만 명의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자들이 치료제를 못 구해 고통 받으며, 1억 2,600만 명의 아동들이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는다. 또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는 판에 다른 한쪽에서는 진흙쿠키를 먹고 뱃속에 기생충을 키운다. 이게 언제 적 얘기냐고? 바로 지금! ‘인간은 이성적,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하는 ‘그라민 은행 프로젝트’, 위험을 무릅쓰고 본연의 소명을 지키고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 등의 존재이다. 그들을 통해 인간의 양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인류의 발달과 인간의 탐욕이 만든 ‘파괴된 지구’의 모습을 담고 있는 RECOVERing은 충격적이다. 오존층의 파괴로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한 벌의 밍크코트를 만들기 위해 약 70마리의 밍크가 산 채로 벗겨진다. 물론 사라지는 동물은 밍크뿐만이 아니다. 여우, 친찰라(털실쥐), 과일박쥐 등은 곧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다. 혹자는 ‘예전에 다 그렇게 살았어’라며, 이들의 노력을 ‘도덕적 청결주의’로 매도할지도 모른다. <힐더월드>가 말하는 건 일방적인 환경과 동물 보호가 아니다. 절제와 균형을 통한 공존이다. 

JOINing은 우리가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일상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일회용 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남기지 않더라도 세상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또 몸의 움직임을 귀찮아하지 않고 ‘우리들의 BMW’(Bus/Bike, Metro, Walking) 이용을 권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실제로 지구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베일과 토비 맥과이어는 채식주의자이며,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은 소식(小食)을 실천하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에 앞장섰다. 오드리 헵번은 이렇게 말했다. “날씬해지고 싶으면 다른 사람과 나눠 먹으세요.” 이밖에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삶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달은 차야 기운다

<힐더월드>의 가장 큰 매력은 강요하지 않는데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며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고기를 줄일 수 있을까’, ‘일상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이 한마디 건넨다. “나는 매우 엄격한 채식주의자이고, 동물에 대한 잔인한 처우에는 진심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설교가는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강제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내가 내 가치에 따라 행동하듯 타인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매사를 무신경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가지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p 191) 그렇다. 달은 차야 기운다. 부담을 갖는다고 ‘나’는 변하지 않는다.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지 않는다면, 움직일 것이다.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게임기보다는 놀이터와 맑은 공기가, 장난감보다는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동물친구들이 더 소중하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아이들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세상을 치유합시다. 힐 더 월드! HEAL THE WORLD.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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